1.
지난 2월 15일 부산아동문학인협회 이사회에서 부산아동문학상 운영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우리 협회가 제정하고 우리 협회 회원들에게 주는 상이라 할지라도 엄정하고 공정한 심사 절차를 거쳐 시상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상은 모름지기 받는 사람이 영예롭고 주는 사람도 떳떳하고 즐거워야 대외적 공신력이 높다. 지금까지는 부산어린이 글잔치 응모 작품을 심사하는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하고 그 자리에서 심사위원이 작품을 읽은 다음 수상자를 결정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였다. 그리고 수상자는 후보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도 뛰어나야 하지만, 우리 협회에 대한 참여도의 적극성이나 인간적 신뢰, 또한 문단 등단 연조나 연령 등도 고려하여 수상자를 결정한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일년 동안 발표된 개별 작품보다는 작품집을 출간한 사람이 우선 고려된 것도 사실이었다.
2.
그러나 비록 상금은 소액이고 우리 협회의 식구들에게 주는 상이라고는 하지만 수상자의 결정만큼은 공정하고 엄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보 작품도 작품집을 출간한 경우 뿐만 아니라 단편이나 중편을 불문하고 모두 수상 후보 작품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수상자의 결정에 있어서도 오로지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협회에의 공헌도나 참여도, 혹은 인간적 신뢰도나 등단 연조는 심사 기준에서 배제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가입한지 몇 년 동안 코빼기도 내밀지 않다가 후보 작품만을 덜렁 보내온 사람에게도 상을 주자는 말은 아니다. 후보자 역시 그런 전력이 있는 경우에는 스스로 대상 작품을 보내지 않는 것이 작가적 양심이고 예의일 것이다. 문제는 수상 작품과 수상자의 결정에 앞서 부산아동문학상의 성격 규정부터 확실하게 해야 하리라고 본다.
3.
물론 부산아동문학상 운영에 관한 내규를 따르는 것이 원칙이다. 등단 몇 년 이상 되는 사람이라야만이 수상 후보의 자격이 있다는 원칙이 정해져 있다면 그 원칙에 충실히 따르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 원칙만 지켜진다면 그 외의 자질구레한 것들은 모두 배제하고 오직 작품의 완성도만을 놓고 심사에 임해야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부산아동문학상이 작품상이냐, 아니면 공로상의 성격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기로는 자격 요건만 갖춰진다면 공로상보다는 작품상에 치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상 후보 작품이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등단 몇 년 안되는 신인에게도 상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작품집만을 후보 대상으로 삼는다면 올해 작품집을 출간했는 데에도 수상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다음 작품집을 낼 때까지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 그러므로 수상 후보 작품은 작품집은 물론 잡지에 발표한 단편이나 중편, 그리고 몇 편의 시라도 상관 없어야 할 것이다.
4.
부산아동문학상의 심사는 엄정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집행부 몇 사람을 제외한 모든 회원들은 수상자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누가 심사위원인지 전혀 모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심사 경위와 심사 총평은 한 치의 가감도 없이 우리 협회의 홈페이지나 회보에 수록되어야 하며, 심사 총평은 그 내용이 한 편의 평론과 같은 무게 중심을 지녀야 할 것이다. 사정이 허락된다면 부산 인근의 경남이나 대구 등지에서 유명한 작가나 시인, 혹은 평론가 한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참여시키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상금의 액수를 떠나 부산아동문학상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고, 수상자는 그 어떤 상보다도 영예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고, 우리 협회 회원을 비롯한 일반 문학인들도 이 상의 권위를 인정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까지의 부산아동문학상 심사 경위가 공정하지 못했다거나, 아니면 수상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가 수준 이하이었거나, 수상자 결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니다.
5.
상은 잘 받으면 좋지만 잘못 받으면 비상처럼 독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지금까지 현상 공모를 제외한 각종 아동문학상이 정말로 공정하고 엄정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상은 밀실에서 작품의 완성도보다는 지연이나 학연, 혹은 친분 관계가 알게 모르게 작용하여 수상자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우려는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은 아닐 것이다. 그런 상을 받으면 받는 사람 역시 뒷맛이 개운치 못하고, 이를 지켜보는 주위의 동료 작가나 시인들도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부산 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나 시인들은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 순간부터 멍에를 짊어진 것이나 다름 없어야 한다. 수상한 사람의 다음 작품이 겨우 이 모양이냐, 이따위 작품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에게 상을 준 자체가 글러 먹었다는 소리를 들어선 안될 것이다.
6.
부산아동문학상 운영은 앞으로 공정하고 엄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만이 많은 시인과 작가들이 이 상을 받기 위해 좋은 작품을 쓸 것이고, 이 상을 받은 사람 역시 다음 작품을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어느 작가나 시인, 그리고 평론가가 읽어 봐도 과연 이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만 하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공신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올해 부산아동문학상을 수상한 작품이 그해 발표된 우리나라 모든 시인과 작가들이 발표한 작품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이러한 바램은 필자만의 바램이 아닌 우리 협회 모든 회원들의 바램이기를 희망한다.
첫댓글 작품을 우선 조건으로 치되, 협회 참여도를 고려하면 좋겠고, 심사위원은 해마다 돌아가며 공정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외부 인사를 한 분쯤 넣는 것도 좋은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