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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처음 도착했을 땐 한밤 중이었어요. 그때 야경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한옥마을에 들어선 뒤 주변을 한참 걸었죠. 뭔가 낡고 오래된 느낌이지만 수백 년 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채 멈춘 듯한 이 마을이 제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지난 4월, 프랑스인 샐린 사빈(Celine Savin·36)은 전주 한옥마을에 3주간 머물렀다. 애초 한국 곳곳을 여행할 계획이었지만 한옥마을에 들어선 순간,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전주에 머물기로 결정했다.
금발 머리, 푸른 눈의 그 프랑스 여성은 온화한 도시 분위기와 여유로운 한옥 생활이 그리워 6개월 만인 지난달 다시 전주를 찾아왔다.
"처음엔 한국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도 못했어요. 일본 도쿄처럼 빌딩이 가득한 도시이거나 교토처럼 사찰이 많은 전통적인 도시가 아닐까 생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한국 그리고 전주는 전통과 현대적 문화가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알고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프랑스어 교사였던 샐린은 어학 연수 온 한국 학생들을 만나면서 호기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가 만난 한국인들 대부분이 한국의 전통에 대한 강한 자부심울 보였기 때문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샐린은 1년 6개월 전, 암 투병 중이던 남편을 잃으면서 쓸쓸한 프랑스를 벗어나고 싶었다. 완벽하게 낯설면서도 상처받은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여행이 필요했던 것. 그렇게 그는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 고층 빌딩에 둘러 싸인 걸 보고 내심 실망했어요. 프랑스 파리와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러다 '전통적이고 아늑한 도시를 볼 수 있겠느냐'며 여행사에 요청했더니 전주를 추천하더군요."
숨가쁘게 돌아가는 파리나 서울과 달리 수백년 전 어느 날 쯤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전주 한옥마을은 그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다. 경기전과 오목대를 둘러보고 둘레길을 걸은 뒤 비빔밥과 전통주를 맛본 것도 그가 전주를 그리워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글 쓰는 걸 좋아하는 데 복잡한 프랑스에서는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한옥에 앉아 있으면 저절로 안정된 느낌이 들어 쉽게 글을 쓸 수 있더라고요. 무엇보다 누구든 환영한다는 의미로 활짝 열어 맞이하는 미닫이 문은 서양의 여닫이 문과 다른 아름다움까지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는 한국말이라고 해봐야 "안녕하세요""감사합니다"가 전부였지만 이젠 제법 유창하게 자기소개도 할 수 있을 정도. 12월이면 또 프랑스로 돌아가지만 언젠가는 전주 시민으로 살아보고 싶어 어렵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샐린.
샐린이 머무는 전주 게스트하우스 대표 이호성씨는 "2~3일 정도 머물다 가는 경우가 많은데 샐린은 일정을 변경하면서까지 3주 동안 전주에서 지냈다"며 "올해 유럽에서만 300여명이 다녀갔는데 한국과 전주 그리고 한옥마을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외국인 관광객들과의 관계 정립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녀는 조만간 불어교사로 다시 한국에 올것입니다.
모 국립대학 불문학과 학장님을 소개 좋은 인연을 만들어 드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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