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 시인의 시집 <나무 거울 Ⅱ>가
2006년 8월 시조문학사에서 나왔습니다.
김영덕 시인은 충북 단양 출생으로 시조문학 2회 천료 등단하여
<나무 거울> 외의 다수의 공저가 있습니다.
제3회 올해의 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습니다.
시인은 '지은이의 궤변'에서
"나무거울은 겉모양은 제법 그럴듯하나 실제로는 아무 소용이 없는
사람이나 물건이란 뜻입니다... 아직 나는 나를 모른다. 누군가가
궤란쩍다고 할진 모르지만, 어디쯤 왔는지, 어디로 가며
언제쯤 멈출 수 있는지도 모르고 그저 떠 갈 뿐이다. 허나
내가 누구인가는 열심히 고민 중이며 아마도 그렇게
유랑도 끝날지 모를 일이다"고 말합니다.
김준 시인은 '참 자유를 지향하는 영원한 길손'이라는 시평에서
"...김영덕 시인은 머무름보다는 떠남, 멈춤보다는 흐름을 갈망한다.
...이와 같은 김영덕 시인의 길의 표상은 김소월의 그것과 유사한
점이 많다. 소월 시에 나타나 있는 길은 한 장소로부터 또 다른 장소로의
변이(變移)만이 문제될 뿐이다. 특별히 어떤 지향된 목표나 정착점이 없는
그저 막막하기만 한 길인 것이다. 안착과 정주할 곳이 없는
떠남의 길, 그러니까 소월의 서정적 자아는 언제나 길을 가는
길손이거나 나그네다. 따라서 소월의 시세계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바람처럼
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야만 하는 떠돎의 상태나, 길 위로 떠나가버린
님의 상실, 그로 인한 관계의 단절과 자아의 심리적인 미로(迷路)의 상황
등으로 이루어진다. 다만 여기서
소월과 소석의 차이는, 소월의 경우 언제나 돌아올 수 없는 떠남의 길만 있다면
소석의 경우는 떠남과 돌아옴이 반복되는 길이라는 것이다..."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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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은
-원근법에 대하여
-김 영 덕
두 줄로 질주하는 전신주의 소실점처럼
만나리란 희망에 서둘러 길에 선다
다다를 쯤에야 또 다른 길이라는
착시인 줄 모를 리 없겠냐만,
사랑은 어쩜 파랑새 좇는 것보다
그리움만 안고 살라는 것일 게다.
이제 나, 여기에 서서 그대, 거기에서
메아리 등을 빌려 서로를 그리며 살자
가까이 접할 수 없는 간절한 동행길이
아니 감만 못 한 목마름이라면,
햇살에 정 기리는 꽃처럼
바라기로 살아 갈 일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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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오는가
-김 영 덕
황사가 짙은 밤은
소식도 오리무중
울안의 산수유는
한껏 눈을 비빌 텐데
희뿌연 가슴 속에는
꽃망울만 하나,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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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 . 1
-김 영 덕
외롭고 힘든 만큼
그리움 쌓았다가
술잔에 별을 담아
외로움을 띄우지만
집배원 한만스런 걸음
언제나 한발 늦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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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
-김 영 덕
무심코
펼친 갈피에
메모지가 삐죽이 말을 건다
언젠지 기억 없는
"구름"이란 한 마디
바람과
냇물소리가
가슴 가득 쌓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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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가는 길
-김 영 덕
함께 할 수 없는
길이기에
홀로 가는 것은 아니다
고독의
낭만을 찾아
등에 지고 가는 것이다
때로는
끝이 날 무렵
사랑을 곱씹는 일이다.
가는 길
비바람 쳐서
황혼에 누울 때면
두고 온
사연 속에
피어나는 하얀 웃음
철저히
외로울 수 없는
그리움을 가는(磨)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