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동문학에 종사하고 있는 시인과 작가들은 한 번쯤 냉철한 반성과 함께 자기 점검의 시간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 번쯤 우리 자신에게 이렇게 되뇌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남의 작품을 얼마나 읽고 있는가? 나는 소위 세계 아동문학의 고전이라고 일컫는 작품을 그동안 몇 귄이나 읽었는가? 나는 한 편의 작품을 쓰는데 얼마만큼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나는 그동안 아동문학 작품이나 이론 서적 이외에도 다방면의 책을 읽어 그것들을 나의 문학적 배경 지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그 외에도 무수한 질문들이 이어질 것이다. 이런한 질문들에 대해 네, 아니오만으로 짧게 대답한다고 할 때, 나는 과연 몇 항목 쯤이나 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2.
비근한 몇 가지 항목에 대해 살펴 보기로 하자.
첫째, 나는 다른 시인이나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고 있는가? 솔직하게 말한다면 필자 역시 요 근래까지 이동문학계의 수많은 시인과 작가들로부터 많은 책을 기증받아 왔지만, 어느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부끄러운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한 두 시간 짬을 내면 보내온 시집이나 동화집을 충분히 읽고, 그 시인이나 작가에게 고맙다는 편지글 하나 쯤 쓸 수 있을텐데도 정말 부끄럽게도 그렇게 해오지 못했다. 이렇게 남의 작품을 읽지 않으니 요즈음 동화 창작의 흐름도 파악할 수 없을 뿐더러, 내가 쓰는 작품이 어느 수준에 있는지도 가늠할 수 없고, 남의 작품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 작품 세계를 보다 더 크고 넓게 확충시킬 틈이 없는 것이다. 정말 부끄럽게도 <아동문학 통신> 집필을 시작하면서부터 겨우 남의 작품을 하나 하나 찾아 꼼꼼하게 읽 기 시작하고 있다. 그나마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니 않으려 마음을 고쳐 먹었으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
둘째, 소위 세계 아동문학의 고전이나 명작이라 일컫는 작품들을 그동안 몇 권이나 읽었는가? 솔직하게 말해 아직까지 <이상한 나라의 알리스>, <보물섬>, <사랑의 학교>, <안데르센 동화집>, <피노키오> 등의 작품들을 읽지 못했다. 그저 다이제스트해 놓은 줄거리만 겨우 꿰차고 마치 다 읽은 것처럼 행세를 해 왔으니 이 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고전과 명작들을 읽어 보아야 왜 그렇게 생명력이 오래 가는 까닭을 알 수 있을 터인데, 이런 작품을 읽어 보아야 이것들을 내 창작의 밑거름과 자양분으로 삼을 수 있을 터인데 그러지를 못했으니 정말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에는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세계 명작들을 한 권씩 차례대로 읽으리라 계획을 세워놓은 채 잔뜩 벼르고 있다. 소위 세계 아동문학의 고전이나 명작이라 일컫는 작품들만큼은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에게 회자되는 이유를 알아 보아야 할 것이다.
4.
세째, 아동문학 작품이나 이론 시적 이외에도 다방면의 책을 읽어 문학적 배경 지식으로 활용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에는 그래도 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흔히들 일반 문학을 하는 시인이나 작가들 중에서 아동문학 작가들은 폭이 좁다고들 더러 비아냥거리곤 하는데, 이는 아동문학에 종사하는 시인이나 작가들은 아동문학 작품 이외의 일반 서적은 잘 읽지 않는다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아동문학이든 일반문학이든 모름지기 시인과 작가들은 다방면의 책을 읽어야 한다. 역사, 종교, 과학, 철학, 신학 등의 책을 두루 섭렵해서 읽어야 함은 물론 성경도 필수적으로 잀어야 한다. 성경의 시편은 한 마디로 비유의 보고이지 않는가. 특히 세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은 그 비유와 상징에 있어서 우리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고 있다. 이런 서적의 탐독과 섭렵이 아동문학 작품의 창작에 무슨 직접적인 영향이 있겠는가 하고 실리적인 잇속을 따지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다방면에 걸친 서적의 탐독과 섭렵은 우리의 영혼의 숲을 풍성하게 가꾸고 심성의 밭을 기름지게 하는 자양분이다.
5.
일년에 영화는 몇 편이나 보는가? 이 질문에도 필자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있게 네, 라고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다. 필자는 대충 어림잡아 일년에 한 백 편 쯤의 영화을 족히 보는 편이다. 소위 예술영화라고 일컫는 비디오 작품만 해도 현재 150여 편은 소장하고 있는 셈이다. 대만 영화의 1세대라 일컫는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 역시 대만 영화감독 에드워드 양(양덕창)의 <하나 그리고 둘>, 영상시인이라 일컫는 러시아의 세계적 감독인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과 <노스탤지아>, 이란의 세게적 감독인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올리브 나무 숲 사이로> 등의 영화들을 보면 그 속에서 아동문학 작품의 소재들을 무진장 캐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뿐만 아니라 연극 감상, 미술전시회 관람, 음악회 관람 등의을 통하여 문화적 교양을 넓히는 것도 아동문학의 세계를 보다 더 확충하는 계기기 될 것이다.
6.
스크랩과 메모도 우리 아동문학 작가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신문이나 잡지 등을 각 분야별로 스크랩하거나, 항상 수첩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서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주워들은 얘기, 그리고 언뜻 언뜻 떠오르는 영감이나 소재들을 꼬박 꼬박 메모해 두는 습관은 창작의 자양분이 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아동문학 작품의 취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과학, 추리, 역사, 모험 등의 스크랩과 취재, 그리고 메모는 아동문학의 소재 확충에 크나큰 기여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부단한 자기 연마와 끊임없는 노력, 다양한 독서 편력과 작품 읽기가 생활화된다면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지평은 보다 더 넓어질 것이다.
첫댓글 김문홍 선생님, 창작의 필수 조건을 다시 일깨워 주시는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저도 좋은 작품 틈내어 읽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말씀 채찍으로 여기고 열심히 읽고 보고 듣고 메모하며 생각하겠습니다.
김문홍 박사님의 지론에 공감합니다. 부단한 자기연마와 독서의 세계를 넓히도록 노력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