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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청춘 남녀들처럼 이화路를 걸었다. 밤이슬이 촉촉하게 내리고 가로등이 은은한 무드 빛깔로 이화여대 교정을 비칠 때 우리는 아득히 먼, 가슴 저편에 숨겨진 젊은 시절을 꺼내 볼 수 있었다.
밤 열시가 다 되어 식사를 마치고 다시 이화여대 주차장으로 걸어가는 길에 스쳐가는 여대생들의 재잘거림은 가슴에 울렁거림을 남겼다. 둥둥 떠서 꼭 그만한 나이로 다시 회귀하게 하는 길 같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받은 인상은 강렬했다.
6월 재능 기부는 이화여대였다. 대학생들의 기말고사가 겹치고 또 국화부 경기가 특히 많아서 늦으막하게 26일로 일정을 잡았다. 비트로 팀원들은 오후 세시 반에 만나 네 시부터 일곱 시까지 세 시간을 이화여대 테니스 동아리들과 재능기부 하며 보냈다.
김일웅은 수술 후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기어코 참석해 감동을 선사했다. 막내 고용민은 다리에 기브스를 하는 바람에 불참, 김하정과 김서희가 불참하고 나머지 팀원들은모두 참석했다.
정문에서 코트 장까지는 경사가 심해 걸어서 30여분 걸리는 등산로나 같았다. 연화총무와 나는 다른 팀원들보다 30여분 먼저 도착해서 주변의 식당을 물색하고 일단 코트 장까지 찾아가서 그 근처에 불법 주차를 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보기 위해 먼저 코트로 출발했다.
이미 이화여대 동아리 회장인 이수정씨와 수도 없이 카톡으로 연락을 하면서 사전에 알아본 결과 코트 주변에는 차를 두 대 정도만 주차가 가능하다고 했다. 일단 정문 주차장에서 팀원들이 모두 만나 주차를 시킨 다음 차 두대로 나눠 타고 코트로 올라가기로 미리 약속했었다. 그런데 코트 주변에 도착해서 보니 얼추 계산 잘 하면 팀원들 차를 모두 다 구겨 넣을 수 있을 듯 하여 다시 연락을 취했다. 결국 팀원들이 직접 차를 몰고 코트까지 오게 되어 한시름 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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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의 태양은 눈부시게 찬란했다. 비트로에서 선물로 준비한 빨강 라운드 티로 모두 갈아입은 여대생들이 인조잔디의 초록색과 강렬한 대비를 이뤘다. 금방이라도 터져 나갈 것 같은 젊음을 발산하며 코트에 나타났다. 학생들이 간단한 스트레칭을 마치자 다 함께 모여서 인사를 했다. 그리고 비트로와 비트로 팀에 대한 설명을 했다. 학생들은 비트로라는 브랜드를 모르고 있었다. 신발도 대부분 일상적인 스니커즈 정도를 신었을 뿐 테니스 화를 제대로 갖춰 신은 학생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순수한 한국 브랜드 비트로에 대한 소개와 아마추어 상위랭커인 비트로 팀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 곧바로 재능기부로 들어갔다.
막내 여동생 같은 어린 소녀들을 어떻게 지도를 할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일웅씨가 먼저 테니스가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야 테니스를 잘 할 수 있는지 서두를 꺼냈다. 그리고 이내 실력별로 학생들을 A, B, C조로 나눠 최상위 그룹은 김일웅과 이순규가 중간 그룹은 장재혁이, 이제 막 라켓을 잡은 새내기는 정진화가 맡아서 지도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수줍게 지켜보던 소녀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야, 이 수업 정말 재미있다"며 대학 1학년 학생들이 뛰어들었다. 그립 잡는 법부터 스윙 법까지 가르쳐 주는 대로 물먹는 솜처럼 빨아들였다. 수업은 중간에 휴식타임이라고 소리쳐 겨우 10분을 쉬고는 세 시간 내내 혼연일체가 되었다. 앞으로는 호루라기라도 하나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학생들은 만족했고 가르치는 우리 비트로 팀원들도 모두 다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졌다. 그만큼 호흡이 제대로 맞았다.
세 시간 동안 사진을 찍으며 인터뷰를 하던 나는 사실 만감이 교차했다. 열정을 가지고 뛰고 있는 우리 팀원들이 고맙고 감사해서, 그리고 이 사회에 우리가 작은 나눔을 베풀며 동참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가슴이 뭉클했다. 자주 더 자주 만날 수는 없겠느냐고 매달리는 학생들의 간절한 눈빛을 보니 더욱 그러했다. 이 사회에서 우리를 이렇게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얼마나 통쾌하고 기가 막힌 일인가?
엊그제 신문을 보니 100년이 넘는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한다. 에리조나 팀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장애인 선수를 드래프트를 통해 스카우트를 했다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는데 사회환원같은 봉사를 중시하는 미국야구 역사의 한 단면을 보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에리조나 팀은 봉사 DNA가 흐르는 구단의 전통이 있어 늘 지역사회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팀의 승리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에리조나 선수들은 타 구단에 비해 연봉이 작음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높고 좋은 팀웍을 이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지역사회에서 한 몸에 존경을 받는 것은 물론이라는 기사를 읽으면서 이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며 사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 줄 수 도 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도 매 달 돈으로 기부하며 살 수는 없지만 우리가 가진 재능을 나눔으로써 앞으로 더 많은 기쁜 일들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는 밤이었다.
재능기부를 마치고 예약한 식당으로 가 보니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소꿉장난 같은 예쁜 집이었다. 음식도 그야말로 여대생 수준으로 나왔다. 우리는 간신히 배를 채웠다. 그리고 최근 우승한 이순규 김일웅, 정진화 팀원에 대한 우승축하 케이크를 잘랐다. 기쁜 자리에서 김태영 과장님께서 건배사를 했다. "팀원들 모두 애쓰셨고 자랑스럽습니다"라고.
순규씨와 함께 방문한 신덕균씨는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더니 "재능기부라고 대충하고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체계적이면서 열정적으로 하는 것을 보니 매우 감동적이었다. 이다음에 이렇게 멋진 비트로 팀에 들어 오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알고 싶다"며 거듭 놀람을 표현했다.
이화여대는 교정이 배꽃처럼 아름답기는 하지만 주차비만큼은 매우 비쌌다. 4시간 주차권을 내고도 팀원들이 각자 만 원 이상을 지불했으니 이화여대를 다시 방문할 일이 생길 때에는 반드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더 나을 듯 싶다.
지난달 회의에서 재능기부 할 때 각자 팀원들이 가져 오기로 한 볼 열개씩은 해경씨가 많이 가져왔다. 나도 볼 한 박스를 따로 얻어서 준비했으나 이화여대의 볼 준비 상황을 보니 예상보다 많아 다음번 재능기부에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내 놓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왔다.
학생들에게 좋은 티셔츠를 선물해 준 비트로와 뜨거운 태양아래 몸을 사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한 팀원들 덕분에 성공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맙고 감사한 인사를 남긴다.
불참자
김하정 김서희 고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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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과장님께서 애쓴 팀원들에게 저녁을 사 주시려고 했으나 우리는 한사코 사양을 했다. 다음번에 더욱 맛있는 것을 사 달라는 주문과 함께...늘 고마운 과장님이시다.
발랄했지만 여학생들이어서 그런지 수줍어 카메라를 향해 눈을 맞추지 않았던 아쉬움이 있다. 이것이 남녀 혼성 대학하고는 너무 다른 점이었다. 서울대나 항공대의 여대생들은 매우 당당한 표정들로 자신을 표현하던데 이대생들은 의식적으로 얼굴을 가리니 예쁜 표정들을 사진에 담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어디 사진을 찍겠는가...찍어온 사진을 고르는 작업을하다 지쳐포기하고 말았다.
저희재능기부가이렇게감동적인로글로표현될수있다니
매번느끼지만꼭아이가탄생하는순간같네요
감동과 기쁨 책임감등여러가지 느낌이드네요
팀장님애쓰셨습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누구나 생각은 쉽게 할 수 있으나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비트로팀원분들은 행동으로 보여 주심에 큰 감동을 받고 있습니다.
더욱 좋은 제품 만들어 어느곳을 가든 가슴 뿌듯한 느낌을 받도록 열심히 연구 할께요.
직접 참여하였지는 못하였지만 여기서도 뜨거운 열정을 느낍니다.
항상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비트로팀,,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