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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은 삼성 금권통치, 아직 끝나지않아” |
MBC 이상호 기자 “위헌신청 승소 자신” 2년간 왕따·대인기피증…“진실 꼭 밝혀질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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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파일 파문 이후 MBC 이상호 기자는 한동안 조직내 왕따를 감수해야 했고, 대인기피증세까지 시달렸다고 털어놨다.(사진=권희정 기자) ⓒ2006 CNBNEWS |
| “그 일 이후 조직내에서 왕따 당하고 승진도 밀린 상황입니다. 지난 10년동안 현장에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취재권을 빼앗긴 채 1년 반의 라디오PD와 국제부 내근생활이 솔직히 말해 굉장히 답답하고 힘들었지요.”
2004년 말 ‘X파일 사건’으로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어놓고 일약 뉴스메이커로 떠올랐던 문화방송 이상호 기자. 현재 보도국 국제부에서 뉴스를 담당하고 있는 그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조심스럽게 ‘X파일 사건’이 갖는 의미와 사건 이후 순탄하지 못했던 고통의 세월을 술회하듯 털어놓았다.
사건이나 사람을 불문하고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지는 것처럼 서럽고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그것이 특히 불특정 다수의 엄청난 관심과 지지가 전제됐던 것이라면 그 서러움의 정도는 더욱 심각성을 더할 터이다.
■ X파일 후속보도 없는 한국언론 냄비근성 ‘언론이기를 스스로 포기한것’
2004년 말 우리사회를 강타했던 전대미문의 ‘X파일 사건’은 사회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 대표적인 사례로 분류될 수 있을 듯 싶다. 이 사건은 고질적인 정경유착과 국가정보기관에 의해 행해진 광범위한 불법도청문제, 사정기관의 삼성그룹에 대한 소극적 수사, 언론의 보도경향 등 수많은 논란과 의혹을 제기했던 사건으로 유명하다.
이 사건의 시작과 중심에 이상호 기자가 있고, 문제의 심각성과 실체가 엄연한 가운데 사건은 누구도 결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않은 채 서서히 사람들의 기억속에 잊혀져가고 있다. ‘추억의 사건’으로 전락 돼 가는 ‘X파일 사건’은 마치 영화 ‘살인의 추억’속 연쇄살인사건의 그것과 닮아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한국언론의 냄비근성이라고 하죠. 지난번 재판(4월 12일 공판)때 드러났지만 기자가 두 세명밖에 오지 않았더라구요. 외국 같았다면 언론과 관련해서 그것이 현행법과 충돌하는 것이라면 대대적인 사회적 문제로 핫이슈가 됐을텐데 한국언론은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인지 하물며 MBC에서조차 보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X파일 사건과 관련해 그는 현재 법원에 통신비밀보호법 위헌제청 신청을 해놓은 상태로 지난 4월 12일 첫 공판을 치뤘고, 5월 17일 2차 공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언론과 여론의 반응은 식을대로 식어있다.
타 언론은 물론 본인이 몸담고 있는 MBC마저 공판사실을 취재하지 않은 사실에 이 기자는 적잖은 실망과 함께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적어도 이 사건이 터지고 본인이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까지만 해도 이 기자의 움직임은 대대적인 사회적 이슈로 언론에서 다뤄졌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위 반응은 싸늘하다.
그렇지만 이 일로 가깝게는 사내동료들과 동종 언론인들로부터 ‘공명심에 눈 먼 기자, 조직을 팔아먹은 놈’이라는 낙인이 찍히며 왕따를 당한 이 기자의 지난 2년은 가시방석과 같았다. 이 일로 그는 심각한 대인기피증까지 겪어야했다.
사건이 터진 지 2년이 다 돼 가가지만 이 기자는 여전히 ‘X파일 사건’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법적소송으로 끈질긴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한의사협회와의 분쟁건도 맞물려 있어 이상호 기자의 삶은 여전히 복잡하고 시끄러워 보였다.
워낙 ‘X파일 사건’의 사회적 파장이 컸고 자신에게 미친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음인지 예전보다는 많이 지친 모습이었지만, 인터뷰 도중 간간히 힘줘 말할 때면 그의 눈빛은 이 시대 몇 안되는 ‘탐사전문기자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여전히 강렬하고 매서웠다.
이번 법적소송의 의미를 묻자 “기본적으로 우리 형법은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국민의 알권리라든가 부가사유라든가 위법성 조항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로 그 부분에 대해서 위법이 있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라며 “그동안 검찰이 X파일 테잎에 모든 진실이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고, 이건희 씨를 비롯해 담당 범행모의 행위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데 대한 적극적인 테잎검증노력을 기울여달라는 데 그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테잎은 그 당시 행위가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들어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취재기자로서 절실성과 긴박성을 갖고 얼마나 보도가 필요한 사항이었던가를 재판부가 듣고 공정하게 판단해달라는 의도가 있다”며 “법원이 이 위헌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헌법재판소에 위헌제청을 신청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재판기피신청까지 고려하는 등 강한 승소의지를 보였다.
■ ‘X파일 CD’엔 금권력으로 전방위 지배 ‘삼성의 횡포’ 담겨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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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파일통신보호법과 관련해 현재 법원에 위헌제청신청 상태로 2차공판을 기다리고 있는 이 기자는 재판부에 CD검증노력을 요구하고 있다.(사진=권희정 기자 ) ⓒ2006 CNBNEWS |
| 논란이 된 ‘X파일’테잎은 현재 CD로 녹음이 돼 검찰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가톤급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CD에 대해 이 기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핵심내용들을 설명해줬다.
“자유민주주의 헌정체제에서 금권으로 국회의원이나 검사를 심고 언론을 매수하는 일은 극악하게 얘기하면 쿠데타적인 행위이고 헌정질서를 위배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이 CD는 그런 범죄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지요. 삼성과 중앙일보라는 국내굴지의 그룹을 주도하고 있는 이건희 일가와 홍석현 체제가 우리사회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들에게 유리한 담론을 형성하고 있는지 자세히 담겨 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그들이 공히 학맥과 학벌·지역을 굉장히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X파일이 공개되면 우리사회 비뚤어진 지연과 학연에 대한 문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강화되고 있는지를 알수 있는데, 즉 이건희 일가가 한국 정치는 물론 경제·문화 심지어는 우리의 의식까지를 금권에 입각해서 통제하고 재창출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습니다.”
이 기자는 계속해서 “‘누구는 어느 학교를 나왔다, 나온 것 치고는 어떻다’와 같은 말들이 CD에는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그들로부터 전 사회적으로 고질적인 학연·지연풍조가 시작되고 있다는데에 심각성이 있다 ”고 강조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삼성일가는 무소불위의 금권력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과 지연문화를 심각하게 조장하고 있고, 속칭 삼성의 장학생으로 통하는 나팔수들을 권력의 중심에 깊숙이 뿌리내려 이 사회 전방위에 걸쳐 쥐락펴락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힘 없고 나약한 사람들은 혈연이나 지연에 대해 별로 언급할 것이 없지만 가진 사람들로부터 부정한 방법으로 시작되어 파급 돼 내려오는 것이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이 기자는 본능에 가까운 몸짓으로 세상에 전달하려 했던 것이다.
이미 어느 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삼성의 정경언관 유착관계에 대해서 일찍이 이 기자는 ‘자본독재의 시작이다’라고 일갈한 바 있다. 그 이면에는 초월적인 금권의 힘으로 사실상 정부와 언론을 그들 자본의 하부구조로 전락시킨 검은 구조논리가 뒷받침되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최근 현대 정몽구 일가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삼성과는 사뭇 다른 전개방식을 취하고 있어 형평성 문제에 의구심을 갖게한다. 이 기자는 이를 “검찰이나 언론쪽에 삼성의 금권통제에 의한 영향력과 지배력이 현대가 삼성보다 많이 떨어진 탓 ”이라고 지적했다.
■ 삼성 8천억 사회헌납은 국권농락…동조하는 노정권 초심으로 돌아가야
이쯤해서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독재의 뒷면에 경제성장이라는 긍정의 평가도 함께 받고 있는 박정희와 곧잘 비유되는 삼성의 또다른 평가, 즉 국가경제를 주도하고 글로벌기업이라는 찬사를 받고있는 삼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돌아오는 이 기자의 답은 단호했다.
“그것이 바로 삼성이 주장하는 논리입니다. ‘삼성=이건희=국익’이라는 도식을 가지고 국민들을 상대로 우려감을 자아내기 위한 책동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통일을 얘기할 때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은 빨갱이고 빨갱이는 우리사회의 암적 존재라는 식의 논리로 건강한 논리를 색깔논리로 몰아가듯이, 건강한 지배구조와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논하고 있는 것인데도 마치 국가경쟁력을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몰아가는 것이므로 속지말아야 할 논리지요.”
최근 삼성의 8,000억 사회헌납과 이건희 회장의 경영일선 복귀, 얼마 후 있을 노무현 대통령과의 면담 등 일련의 삼성의 행보를 바라보는 이 기자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8,000억원으로 이건희씨가 금권을 동원한 국권 농락사태를 바라보면서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8,000억을 인구비례로 나누면 1인당 몇 만원이 될 것인데 몇 만원씩 나눠갖자고 우리가 그렇게 분노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죠. 비근한 예로 아끼는 제 여동생이 돈 많은 한량한테 성추행을 당하고 노리개로 전락했는데 그 돈많은 한량이 합의금 얼마 내놓은 걸로 온 가족이 희희낙락 대는것과 똑같은 논리입니다.”
정부를 향해서도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노무현 정권의 태생적인 가능성이자 희망은 그가 바보였다는 건데 지금은 너무나 영악해진 것 같습니다. 우리가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마을 면장이 나서서 돈많은 사람과 합의를 주도하고 스스로 악수하고 있는 상황과 같은거죠. 우리는 누구도 대통령에게 그렇게 하라고 위임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길 바랍니다.”
기자답게 주위언론 매체에 관심이 많은 그는 최근 대안매체로서 급부상한 인터넷신문의 영향력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덧붙여 주류담론 형성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조·중·동을 비롯한 기존 종이신문을 향해서는 “과거 군부독재에 기생했던 그들의 기득권과 영향력을 이제는 자본에 기대어 유지하려 한다 ”며 “자신들의 존립기반 강화를 위해 우호적인 광고주들과 공모행태를 보임으로써 소비자들인 독자들을 철저히 현혹시키고 있다 ”고 일침을 놨다.
■ 2년간 자기계발…부인 ‘이제는 그만 험하게 살았으면’ 충고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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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픈만큼 성숙해진다고 했나. 이 기자는 지난 1년간 묵묵히 더 탄탄하고 견고한 현장기자로 남기 위한 자기계발에 힘써 왔다고 밝혔다.(사진=권희정 기자) ⓒ2006 CNBNEWS | 이 기자는 지난 1년여동안 더 탄탄하고 견고한 현장기자로서 남기위해 묵묵히 책도 읽고 자기계발에 노력했으며 지금은 박사논문완성도 눈 앞에 두고 있다.
늘 곁에서 한결같은 성원을 해주던 부인도 지금은 “이제는 그만 험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며 부탁조로 충고한단다. 부딪히는 일마다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초연하기까지 그가 겪은 마음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픈만큼 성숙해진 탓일까! 지나간 구찌핸드백 사건에 대해서도 “지금이라면 좀 더 슬기롭게 대처했을 것인데, 모든 일은 시간이 지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한껏 여유있는 입장을 보였다. 분쟁중인 한의사협회 소송건도 한의사협회측이 허위성명에 대한 정정사과를 해오면 언제든지 소송을 접을 생각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X파일 사건’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우리사회 비뚫어진 정경언관의 유착으로 빚어진 진실공방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여기에 자본력을 기반으로 국가적인 시스템을 확보한 거대기업과 불성실한 관리자적 면모로 일관하고 있는 정부에 맞선 한 열혈기자의 힘에 부친 한계도 발견된다. 그 속에서 진실을 진실로서 받아들이는데 미숙한 우리사회의 상황인식과 동시에 원만한 문제해결의 한계가 노출된 건 씁쓸한 일이다.
그러나 이상호 기자로 인해 촉발된 ‘X파일 사건’은 ‘우리사회가 성숙한 민주사회로 나아가야 할 지향점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충분히 가치있고 의미있는 일로 기록 될 것이다.
더불어 진실을 향한 그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쉽게 방점이 찍히지 않을 것임을 믿는다. 그에게로부터 쉽게 시선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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