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매미
성하(盛夏)에 8월이다. 요즘처럼 습한 공기로 인해 무더워진 공기를 피해 시원한 계곡으로 가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다. 특히 올 여름은 뜻하지 않게 지난 6월에 닥친 메르스라는 못된 바이러스로 인하여 학생들도 학교장 재량에 따라 한 동안 임시방학을 했던 관계로 방학을 늦게 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은 공부를 잘 하건 못하건 방학을 많이 기다려진다. 특별히 무슨 계획이 있어서라기보다는 그저 마음 놓고 놀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유년기 때 시골에서 자란 나도 그런 마음이 한결 같았다. 지금 생각해 봐도 방학동안은 실컷 놀았던 생각만 난다. 마냥 신났다. 요즘 도시아이들처럼 과외를 한다느니 부모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가느니 또는 해수욕장을 가느니 하는 프로그램은 지금 생각해도 사치스럽다. 꿈도 꾸지 못할 때였으니 부러움도 없었다. 그저 행복한 유년기였다. 개울에 가서 종일 미역 감고 놀기도 하고 하늘색 망사로 잠자리채를 만들어 잠자리도 잡으며 나무에 붙어 있는 퉁퉁한 매미도 살금살금 다가가 잡기도 했다
밤잠도 자주 설친다. 더욱 진해져 가는 더위다. 그러기에 하기방학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맘 때 특히 8월이면 생각나는 매미울음소리다. 한 여름 시도 때도 없이 매미 우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시골서 살았던 집 뒤가 야산이라 나무도 많아 녀석들은 유난히도 많이 울어댔다. 매미 울음소리를 생각하니 서울 한복판 한국은행 정문 앞에서 매미울음소리가 기억난다. 제대 후 직장생활 처음 근무지였던 구 한일은행 남대문지점에서 근무 할 때다. 남대문(숭례문) 바로 앞이다. 오전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외환업무 관계로 본점에 외출 할 때인데 서류가방을 들고 한국은행 앞을 지날 때면 늘 매미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한국은행 정문 앞에는 오래 된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한국은행에 문지기인 듯 묵묵히 서 있는데, 그 옛날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나무 어디에 붙어서 울부짖는 것이다. 씨음 씨음......, 하며 높고 큰 나무 속에서 우는 소리가 나는 정겨웠지만, 열심히 울며 지나는 뭇 사람들의 정을 주었던 그 매미는 자신의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소연이나 하듯 말이다. 분수대에서 뿜어내는 힘찬 물줄기 소리에도 녀석은 항상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낮 도심 한가운데서 우는 매미소리가 지금도 귓전에 들려오는 것만 같다. 그 매미는 물론 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자명종처럼 시간 맞춰 지나 갈 때면 우는 매미가 친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몇 십 년이 지난 지금 후손을 이어가며 8월에 진한 더위를 지금도 식혀 주고 있을 것 같다. 일부러 한 번 지나가 볼까?
매미는 6~7년 동안 굼벵이로 땅속에 살면서 한 일주일 동안 세상에서 울며불며 그 존재감을 들어낸답니다.(羽化.우화/Emergence 잠자리나 나방처럼 껍질을 벗겨 성충으로 변해가는 과정) 대개 해질 무렵 천적이 사라질 때쯤 나온단다. 특히 비온 후 땅이 말랑말랑 할 때 힘 덜 들이고 나온다니 녀석들도 삶의 지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겠다. 굼벵이로 땅속에서 살아오면서 3~4시간에 걸쳐 껍데기를 벗는 답니다. 매미가 나무에 착 달라붙어 우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하는데 특히 크게 울수록 암놈과 짝짓기를 할 수 있는 확률이 만다고 하네요. 어찌 보면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매우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합니다. 하기에 이 세상에 숨 쉬며 사는 많은 생물들이 저마다의 삶과 종족보존을 위해 우리가 모르는 삶의 과정을 가르치며 배워오고 있겠지요. 플라타나스에 붙어 지금도 그곳에서 삼십여년에 대를 이어오며 분수대 연주에 맞춰 합창을 하고 있겠지! 후손을 잘 이어가며 짧은 소담도 내게 보내 주려므나.
9월이 오면
![매미](https://t1.search.daumcdn.net/argon/0x200_85_hr/93p7sZ9lE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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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8월을 매미의 계절입니다.
녀석들도 삶의 황금기이니 좀 시끄러워도 참아 줘야히겠지요^^^./
언제 매미에 대한 연구도 그렇게 하셨나요.정말 대단하시네요.
우리집 창밖에서도 8월의 매미가 울고 있어요. 그소리야 말로 그들 삶의 황금기겠군요
한여름의 음악소리로 들어줘야 겠네요.
@조정자 대를 이어 지금도 착 달라붙어 울고 있겠지요^^^
막상 글을 올리고 보니 일부러라도 한국은행 앞을 지나가고 싶네요. 권사님!
즐감하고 갑니다 항상 글감이 다채로와 은근히 기다려 집니다 무더위에
건강유의 하시길 바랍니다
그냥 이리저리 왔다갔다 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도 한 동안 씨.....음 씨.....음 하고 울고 있겠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