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고 있는 아이들과 산에 가려한다. 내 차로 같이 할 수 있는 6명 정도. 누굴 데리고 가지? 공개해서 희망자를 뽑을 수도 없고 무턱 지명할 수도 없다. 우선 그 산 아래 운곡에 사는 아이 셋, 집에 가도 같이 놀아주거나 관심을 가져 줄 어른이 없는 애들 몇도 이야기 해 보자. 결국 운곡에 사는 윤영범과 이가현, 신운에 사는 박가연과 류혜원, 그리고 임지수와 강윤구 등 6명으로 정했다. 읍에 사는 지수와 윤구는 친구 집에서 점심을 해결하라 하고 나는 전날 남은 김밥 하나를 먹기로 한다.
물과 음료수 과자 몇 개를 사서 운곡에 차를 두고 산행 시작이 1시 50분쯤. 화순군에서 잘 만들어둔 이정표로는 602미터 정상까지 2.3킬로 시간은 115분을 써 두었다. 아이들은 잘 오른다. 완만한 길이다. 솔가리가 길 위에 그득하고 또 참나무 잎도 폭신하다. 노란 전나무 이파리가 날려 모자를 쓴다. 아이들은 신나게 재잘대지만 금방 지친다. 정상이 아직 멀었느냐고 계속 묻는다. 윤구는 와 본적이 있는 듯하다. 2시 25분 쯤 그가 안내하는 약수터는 이끼가 가득하고 플라스틱 바가지도 두어개 있다. 누가 오래 있었는지 돌로 제단 비슷하게 쌓아 두기도 했다. 애들에게 초콜렛을 나눠 먹게 하고 다시 오른다.
한 학급 아이들이 머물만한 곳을 찾아 보아도 얼른 보이지 않는다. 능선 끝쯤에 헬기장이 있어 넓은데 바닥엔 나무 잘라낸 흔적이 날카로워 앉기가 어렵겠다. 민교장은 교가에 나오는 이 산에 전교생을 올라가게 할 계획이신데 중간 활동공간이 마땅하지 않다. 산을 오르는 것 자체가 큰 공부로 난 충분히 동의한다.
헬기장에서 옆 허리를 따라 조금 오르니 정상 0.2킬로 표지가 서 있고 금방 정상이다. 정상 부근엔 진달래 철쭉 싸리 등 관목에 산딸기 종류들이 우거져 있는데 안테나인지 철망 속에 시설을 보호하느라 정리를 해 두었다. 2시 55분쯤 한 시간 남짓에 애들도 잘 올라왔다.
사방은 안개인지 구름인지 온통 어두워 조망할 수가 없다. 광주학생교육원 3.6킬로, 한천휴양림 1.7킬로 이정표가 있다. 사진도 찍어주고 음료수와 과자도 내어 놓는다. 언젠가 먹다남은 복분자 술을 한 모금만 마신다. 교가도 한 번 부르고 3시 15분 하산한다.
내리막에서는 발목이 접히지 않아 아프다. 발목이 고생한다. 주변 공간을 살피며 느긋하게 내려온다. 아이들도 각각으로 떨어져 있다. 느긋한 윤구와 가연이를 만나 앞세우고 출발지로 오니 먼저 온 애들이 더 불만이다.
4시다. 2시간 정도의 산행. 모후산보다 가까워 쉽게 오를 수 있겠다. 혜원이의 운동화를 사줄까 하다가 다른 아이들 생각 나 그만둔다. 다음엔 나의 차를 타 보지 않은 아이들을 데리고 어디든 가보자고 생각한다.
윤구와 지수를 화순읍에 내려주고, 술 생각에 또 양회장에게 전화한다.
첫댓글 윤영범....뻐큐를하다니.....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