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상자, 당신들의 마음으로 피워 낼 미소
김민정, 밀양시종합사회복지관 서비스제공팀
‘수사해당화’ : 산뜻한 미소
연분홍색 봄의 끝 무렵 화려하게 피는 수사해당화는
긴 꽃자루에 달려있어 늘어진 실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할리아나꽃사과’ 등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4월에서 5월에 우산모양의 연분홍색 꽃들이 가지 끝에 여러 개가 모여 긴 꽃자루에 달리고
꽃은 아래로 향해 늘어져 핍니다.
흐드러지게 핀 그 모습을 보면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져 산뜻한 미소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외부지원 사업들이 쏟아지듯 내려왔습니다.
정신이 없던 때였습니다.
외부지원사업, 지양하는 바이지만 제가 맡은 자리에서
외부지원사업으로도 지역복지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지역복지를 이룰 수 있을지 고민했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하였습니다.
사회사업가는 지역사회의 것을 지역사회를 대신하여 전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제 마당 제 삶터 자기 일상생활 속에서 직접 나누게 하는 사람입니다.
「복지요결」 가운데
한 사람당 10만 원 상당의 물품을 80세대에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예산에 맞추어 물건을 박스에 넣고 전달하는 것이 과연 내가 할 일인가 고민합니다.
그렇다고 전달하게 될 80세대를 며칠 내에 모두 만나는 것도, 어떤 것을 담는 것이 좋을지 여쭙는 것도 어렵습니다.
그러면 나는 어떤 방식으로 지역복지를 이룰 수 있을까요.
복지관은 이미 그 존재가 지역사회를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으로 이루려는 조직입니다.
「복지관 지역복지 공부노트」가운데
제가 일 하고 있는 복지관은 지역사회를 이웃이 있고 인정이 흐르는 곳으로 이루려는 조직이기에 궁리합니다.
지역복지를 이루는 팀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
내가 맡은 사업을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사회로써 지역사회와 함께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그것이 지역복지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지역사회복지는 어떤 것이 있을지 궁리합니다.
이 사업이 바라는 바는 지역 내 전통시장을 활용하여 지역사회 경제를 활성화하는 사업이기도 하면서
직접적으로 주민들에게 전해져야 했습니다.
희망상자에 어떤 품목들을 넣는 것이 상인들에게도,
상자를 받게 될 주민들에게도 좋을지 팀장님과 함께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고민할 수 있는 동료가 있어 감사합니다. 지역주민의 것으로 하면 좋겠다 생각하였습니다.
고민 끝에 팀장님과 함께 밀양아리랑시장을 방문하게 되었고
시장의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알고 계시는 내일상인회 회장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밀양에 있는 전통시장인 ‘밀양아리랑시장’은 밀양의 중심동인 내일동에 위치하고 있고,
약 100년의 긴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첫인상은 조금 무뚝뚝해 보였습니다.
이 또한 당신과의 귀한 첫 만남이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회장님께 인사하고
복지관에서 진행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 설명 해 드렸습니다.
회장님의 입에서 나오는 대답을 들었을 때 무뚝뚝하신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고민을 해 주시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예산이 정해 져 있다고 해도 받는 어르신들에게 ‘최상’의 제품을 드려야 합니다.
제일 맛있고 제일 좋아하실만한 것들로 준비 하면 좋겠습니다.
상자를 열어보셨을 때 받으시는 분들이 ‘억’소리를 내며 뒤로 뒤집어질 정도로 좋은 것 들을 담고 싶습니다.”
감사한 마음이었습니다. 회장님은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계셨고
밀양 아리랑시장의 상인회 회원 분들의 귀한 마음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 마음 또한 지역주민의 것입니다.
시장에 있는 상인 분들에게 사업비가 골고루 돌아가면 좋겠다며 복지관의 의도를 다시 한 번 밝혔습니다.
지금 가장 맛있는 제철과일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어떤 것을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을지,
맛있게 드실 수 있는지 고민하며 여러 가지 품목을 고르고
회장님과 팀장님과 함께 시장으로 나가서 가격조사를 하였습니다.
상인회 회장님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정말 귀한 분을 알게 되었다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눌 때 보이는 미소와 느껴지는 부드러움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시장을 거침없이 다니며 상인 분들을 소개해 주시던 작지만 단단하고 확신에 찬 회장님의 발걸음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해 온 그동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누가 받게 될 진 모르지만 최상의 상품을 지역사회의 누군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앞서 지역복지 이룰 수 있도록 해 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이런 마음이 모여 지역의 복지를 이루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조금씩 지역사회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지만 조금씩 성장하게 됩니다.
2020년 5월 14일, 복지관으로 돌아 와 조사 한 가격을 토대로 예산에 맞추어 품목을 선정하였습니다.
참기름, 깨소금, 아귀채 등등 총 12가지의 항목으로 계획하였습니다.
이후 회장님을 다시 한 번 뵙기로 하였습니다.
80개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인 분들께 납품에 대해 미리 안내하고 부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회장님께서는 저희가 바라던 대로 구매하려는 열두 가지 항목을 파는 가게들을 모두 안내 해 주셨고,
현금영수증 발행이 가능 한 기관을 추려 개수에 맞게 품목별로 가게를 여러 군데 나누어 구매하기로 하였습니다.
6월 3일인 배분 당일, 저는 8시까지 가서 고객센터 아래 휴게실을 정리하였습니다.
리빙박스 80개와 상품들이 들어오면 어디서부터 정리해서 상자를 제작할지 고민했습니다.
블루베리 상자의 크기가 어느 정도일지, 참기름 80병이 모이면 얼마나 될지,
이런 일을 해 본적이 없다보니 혼자 고민해도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홉시쯤 오셔도 된다 했지만 일찍이 회장님이 나오셨습니다. 상인회 회장님께서 오시니 척척 해결됩니다.
“회장님,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나오셨어3+요.”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인데 내가 집에 있을 수 있겠어요?”
누가 먼저 말 하지 않아도 일찍 나오셔서 자리를 지켜주셨습니다.
함께 장소를 마련하고 준비를 하던 중 첫 번째 물품인 참기름과 통깨가 도착했습니다.
이후 줄줄이 12가지의 상품들 모두 도착하였고 상인 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예정된 시간보다 일찍 상품을 가져다 주셔서 포장작업을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쪽에 박스를 쌓고 이쪽에서 물건을 담으면 됩니다. 물건은 저한테 주세요.
참기름은 깨질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미숫가루로 받쳐서 넣으면 됩니다.”
회장님께서 이야기하셨습니다.
블루베리를 납품하러 오신 과일가게 사장님께서 한 마디 거들어 주십니다.
“토마토는 세워버리는 게 낫겠네요.
블루베리랑 방울토마토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 상할 수도 있으니까
이렇게 옆으로 세우는 게 더 안전하겠네요.”
여기서 담당자는 손에 힘을 뺄 수 있습니다. 지역사회의 것으로 이루고자 했으니 그러려고 합니다.
회장님과 상인회원 분들의 지시에 따라 복무요원들, 직원들이 움직여 봅니다. 안 될 것이 없습니다.
한 참 일을 하던 중 회장님께서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제 생일이네요. 생일날 이렇게 뜻 깊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
생일이신 날에 생일상도 드시지 못하고 나와 주셨습니다.
내어주신 귀한 마음과 시간이 참 감사했습니다.
11시 30분 경, 80개가 되는 희망상자 포장작업을 완료하였고,
수령을 위해 올 각 읍, 면 담당자들을 위한 음료, 인수증을 준비하였습니다.
1시 30분부터 차례로 6개의 읍면에서 물품을 수령하러 왔습니다.
오후 3시 즈음 읍, 면 단위로 나가는 배분이 완료되었습니다.
더웠지만 귀한 물건 받게 될 당사자를 위해 먼 길 찾아 와주신 모든 분들 게 감사드리며
기꺼이 시간 내어 함께 해 주신 밀양 아리랑시장 내일상인회 회장님, 국장님,
상인회 회원 분들 게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주로 사업을 진행을 할 때는 시장보다는 마트를 이용하게 되는 일이 많아
시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시장에 계신 지역주민 분 들게 인사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당신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런 당신들의 모습을 보는 제게도 자연스레 미소가 피어올랐습니다.
더웠지만 귀한 물건 받게 될 당사자를 위해 기꺼이 나와 포장작업을 도와 준 과장님께 고맙습니다.
예쁜 아기를 품은 민경선생님, 결혼기념일에 쉬지 않고 나와주신 주영선생님께 고맙습니다.
무거웠을 상자를 번쩍번쩍 들어 옮겨 준 우리 두 지원 요원, 형준 요원,
여기저기 다니고 준비하는 동안 늘 함께 해주신 팀장님께 고맙습니다.
먼 길 찾아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생일날임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시간 내어 함께 해 주신
밀양 아리랑시장 내일상인회 회장님, 국장님, 내일상인회 회원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주로 사업을 진행을 할 때는 시장보다는 마트를 이용하게 되는 일이 많아
시장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모르고 지나치는데,
이번 사업을 통해 시장에 계신 지역주민 분들께 인사도 드릴 수 있었습니다.
사업이 종료된 후 팀장과 함께 하여 내일상인회에 감사인사를 드리러 갔습니다.
시장에 아는 얼굴이 많습니다. 인사할 곳도 많아졌습니다.
“다음에도, 언제든지 이런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이번에 진행 한 것을 경험삼아 잘 할 수 있을 겁니다.
나도 이번에 생일에 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서 참 뜻 깊었어요. 아무튼 우리가 참 잘 해냈네요.”
내일상인회 회장님과 함께 6월 3일 당시의 이야기를 추억처럼 이야기 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으로서 자리하고 있는 당신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들을 만나 이루어 갈 수 있었습니다.
당신의 아름다움을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회사업가입니다.
당신을 바라보는 눈길도 사회사업가답게 보면 좋겠습니다.
첫 순간에 느낀 당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 느껴가는
당신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은 사회사업가입니다.
이번 글을 읽고 쓰며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회장님의 딱딱해 보이던 그 모습도
당신이 귀하게 살아 온 삶들을 통해 다져진 단단한 모습이라는 것을 느낍니다.
알아 가면 알아 갈수록 귀해집니다.
앞으로 내가 마주하게 될 당신들은 처음부터 조금 더 귀하고 소중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작지만 소중한 만남들로 지역복지를 가꾸어 가고 싶습니다.
이렇게 가다보면 지역에서도 산뜻한 미소가 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