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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YOUNG SOCCER(영싸커) 원문보기 글쓴이: 영싸커(상파울로)
(2) 공부하고 운동하기 너무 어렵다 | |
새벽에 운동장 훈련, 낮에는 교실 수업… 지친 몸 ‘교육’에 선수는 ‘곤혹’ 기초학력 미달 선수에 제도적 뒷받침 부족 | |
학업과 공부를 병행토록 하는 초중고 리그가 기초학력이 떨어지는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해 선수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제도 시행으로 선수들이 자신과 수준에 맞지 않는 학급에서 정규수업을 받다 보니 공부도 운동도 제대로 못하는 상황들이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초등학교 4~5학년부터 축구를 시작한 현재 고등학교 축구선수들은 올해 바뀐 초중고 리그가 부담이다. 리그 운영 규정상 선수들은 정규수업을 모두 받아야 하는데, 일반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수업을 들으려니 도대체 수업내용을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고교 2학년인 김모(17)군은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말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특히 수학, 과학 같은 과목은 그동안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기 때문에 다른 학생들 수준에 맞춰서 공부하는게 불가능하다”면서 “낮에는(정규수업 때문에) 운동을 할 수 없어서 새벽시간과 오후에 훈련을 하는데, 수업에 들어가면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는데다 피곤해 잠까지 와서 힘들다”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인 조모(18)군은 “수업시간이 고통스럽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수업을 듣기 위해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어렵고, 선생님 눈치 보여서 잠도 제대로 못자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무섭고 싫다”고 토로했다. 이를 지켜보는 지도자들도 현 제도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도내 한 고교 축구감독은 “지금 규정대로 선수들이 일반 학생들과 똑같이 정규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다. 그동안 운동만 해왔던 엘리트 선수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건 자는 것, 딴 짓 하는 것 밖에 없고, 이는 다른 학생들 수업에 방해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감독은 이어 “더욱이 실업계 학교에 있는 엘리트 선수들은 단 한번도 기계를 다뤄본 경험이 없어 실습시간이 상당히 위험한데, 아무런 대책없이 어떻게 정규수업을 똑같이 받으라고 할 수 있나”고 반문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도내 일부 고등학교는 단축 수업을 하거나 아예 수업을 하지 않는 등 ‘눈가리고 아웅’식의 편법 운영을 하고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수업보다는 훈련이 우선이라는 인식들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토요일 전라남도 강진군에서 경기를 치르기 위해 도내 6개 고교 선수들은 대부분 전날인 금요일 오후 1~2시에 강진으로 출발했다. 경기를 위해 이날 오후 수업은 모두 불참했던 것이다. 또 일부 학교는 초중고리그를 실시한 지 한달이 넘어가는데도 선수들이 정규수업에 참가하지 않거나 오전 수업만 치른 후 오후부터 훈련에 들어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고교 축구감독은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운동선수들은 지금 단 한시간이라도 운동을 더 해야하고, 선수와 학부모들도 그것을 원해 초중고 리그 시작을 한 이후에도 사실 수업보다는 훈련을 해왔다”면서 “기초학력이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선수들을 아무런 대안없이 정규과정 수업을 시키는 것은 의미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엘리트 종목을 육성하고 있는 도내 학교들의 경우 기초학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수준별 학습 등을 실시하는 학교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이유로 초중고 리그가 도입된 축구부가 있는 학교의 경우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도내 한 중학교의 경우 교장의 강력한 의지로 학력미달 학생에 대해 방과후 수업을 실시하고 있는데, 축구부 전원이 수업을 마친 후 방과후 수업을 받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축구감독과 학생들은 “초중고 리그 도입이 기초학력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학력 신장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운동도 공부도 제대로 못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헌장기자 lovely@knnews.co.kr Copyright ⓒ 경남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입력 : 2009년 5월 28일 목요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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