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귀를 쫓는 칼 - 구마검(驅魔劒)
이해조 작
미신타파라는 계몽담론을 서사적으로 형상화한 작품. 탈마법화의 과정을 그리며,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문명개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변혁기 한국 사회 풍속에 대해 섬세하게 재현하였다.
신소설이란 이인직을 비롯한 개화파 지식인들이 이전의 고대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소설 형태를 창출하였던 것을 일컫는다.
이인직의 《혈의 누》(신소설전집 1권), 이해조의 《자유종》(신소설전집 7권), 최찬식의 《추월색》(신소설전집 9권) 등이 대표적인 작가와 작품들이다.
이 책은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풍부한 주석을 단 현대문 뒤에 줄거리와 서지사항, 작품 해설, 작가 소개, 작가 연보 및 참고문헌을 배치하여 작품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해당 원전을 부록으로 실어둔 것이 특징이다.
줄거리 내용
함진해는 가세도 넉넉하고 식자(識字)도 있지만 자손 복이 없어 낳는 아이마다 기르지 못하다가, 세 번째 부인 최씨를 맞아 아들 만득을 얻게 된다. 그런데 최씨는 노들 무당촌에서 자라났으므로 아들이 감기에만 걸려도 무당 판수를 불러들이며, 또한 첫 부인과 재취부인의 여귀(女鬼)가 붙은 까닭이라고 내세운다. 함진해는 아내 최씨에게 요사한 미신의 헛됨을 훈계하지만 최씨 부인은 듣지 않는다.
만득이 천연두에 걸리자 최씨 부인은 함진해가 지어오는 약은 쏟아버리고 굿에만 치성을 드리다 결국 아이를 잃게 된다. 이에 굿의 영험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부정이 들었기 때문이며, 이는 남편의 탓이라고 한다. 결국 최씨는 다시 죽은 아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무당 금방울을 불러 대대적인 굿을 벌인다. 이때 금방울이 대안동 네거리에서 함진해가 회오리바람을 만난 장면을 눈물을 흘리며 명창으로 엮어나가자, 함진해도 무당의 농간에 빠져들게 된다.
이후 이들은 사촌 동생 함일청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식을 얻으려고 선조의 산소를 옮겨 장사를 다시 지내는 등 무당 · 판수 · 지관의 농간 때문에 패가망신에 이른다. 마침내 함씨 문중에서는 종회를 열어 함일청의 아들 함종표로 종가를 잇게 한다. 함종표는 이들을 극진히 모시면서 미신에 빠지는 어리석음을 깨닫게 하고 신학문을 공부한 뒤, 판사가 되어 사악한 무리를 징계해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