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이 소설은 좌익 활동을 하는 아버지가 잡혀서 총살당하는 과정을 아들인 갑해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갑해의 아버지는 도쿄 유학생 출신으로 해방 전에는 야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했지만 해방 후에는 남한에서 좌익 활동을 하며 날마다 순사에게 쫓기는 신세다. 그런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는 항상 지서에 끌려가는 등 많은 고초를 겪는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총살당하자 아버지가 그립고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나에게 이모부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주며 아버지의 죽음을 갑해에게 더 부각시킨다. 갑해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며 뛰쳐나가고 어떤 깨달음을 얻으며 한층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
만약 아버지가 죽지 않았다면?
만약 갑해의 아버지가 잡히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아버지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남은 가족들은 오히려 불행이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는 날마다 지서에 끌려가 고초를 겪을 것이고 남은 세 남매는 날마다 굶주림에서 살아야 했을 것이다. 소설의 첫부분에서 갑해는 아버지가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배고픔을 더 떠올린다. 그만큼 갑해는 아직 어린아이이고 아버지가 좌익활동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지 않을 때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고 깨달음을 얻기에는 부족한 나이인 것이다. 즉 아버지가 살았다면 갑해 또한 그런 아버지를 원망하는 날이 더 많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좌익활동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둔 남은 가족들은 사회에서 철저하게 소외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아버지의 생존은 좌익 활동을 하는 아버지에게는 좋은 일일지는 몰라도 남은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오히려 피해가 간다고 할 수 있다.
Q. 이모부는 어린 갑해에게 왜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주었을까?
아마도 어린 갑해에게 아버지의 죽음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아가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려 한 행동같다. 비록 이 내용이 갑해가 깨달은 내용이고 그래서 이모부가 시신을 보여준 행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모부가 시신을 보여줌으로써 갑해가 현실을 직시하고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갈등이 최고조를 이루던 시절 어쩌면 이모부는 어린 갑해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부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나는 갑해에게 이런 깨달음을 주기 위해 아버지의 시신을 보여준 이모부가 사리분별이 정확하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 평가된다.
그 외 감상
이 소설을 다 읽은 뒤 가장 알고 싶었던 것은 제목의 의미였다. '어둠'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어두운 역사를 상징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혼'은 넋이나 정신이라는 의미인데 아직 작품과의 연관성을 잘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소설을 다 읽은 뒤 마지막에 갑해가 아버지의 시신을 본 뒤 아버지가 해준 말을 회상하는 부분에서 아버지가 말한 '우리 모두에게 행복과 평등을 가져다 주는 길' 이 가장 여운에 남았다. 어린 갑해에게는 그 길이 무엇이길래 아버지를 죽음으로 끌고 갔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을 지도 모른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는 아직 그 길을 찾지 못한 것 같다. 아니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집단이나 공동체가 생기면 우두머리가 선출되기 마련이고 권력을 잡은 자에게는 부나 명예가 우선시되고 평등이나 공동체의 행복은 뒷전이 되기 때문이다. 갑해의 아버지가 평등을 가져다 주는 길이라 생각했던 공산주의도 결국은 소수의 권력자들이 평등과 모두의 행복을 방패삼아 국민들의 수익을 모두 가져가고 부,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주의도 마찬가지이다. 겉으로는 평등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평등하지 못한 사회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갑해 아버지의 행동이 조금 한심해보였다. 가정을 꾸려놓고서 책임지지도 않으면서 '평등을 가져다 주는 길' 이라는 사상에 빠져 그 사상의 현실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꿈과 헛된 희망에서 살아가고 있는 무능력한 가장으로 보였다. 감상을 쓰고 나니 너무 주제에서 벗어난 생각만 했다는 느낌도 든다..ㅎ 그렇지만 이 소설을 읽음으로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이나 소설에서 드러난 이데올로기의 갈등, 가장의 역할등에 대해 조금 더 생각해볼 수 있던 시간을 가진 것 같다.
첫댓글 우와!!! 우림아 청출어람!!! 작품을 읽고 감상한 우림이 글에 제가 배웁니다. 그 이데올로기의 전쟁이, 그 이데올로기의 종주국(러시아)이 붕괴된 지금도 분단을 극복하고 있지 못하는 우리의 현재에서 다시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