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2 남학생이 여교사에게 욕설을 해서 학생의 아버지가 학교에 와 자초지종을 들은 후 상담실에서 아들의 뺨을 3차례 때리고 머리를 한 차례 때렸다는 기사를 방금 읽었다. 이 기사를 누를 이유는 기사 제목이 "중2 아들이 여교사에 욕설하자...아빠가 학교서 참교육했다"였기 때문인데 읽고 나니 도대체 어떤 부분이 '참교육'인지 이해할 수 없다.
교사가 학생에게 수업 시간에 핸드폰 사용에 대해 경고했고 이를 무시해 결국 압수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욕설을 했다고 한다. 욕설의 수위가 어떤 정도인지 기사에 나오지 않아 알 수 없지만 그 수위와 무관하게 학생은 잘못을 했고 그의 아버지는 참교육이 아닌 폭행을 저질렀다.
정녕 아버지의 행동이 폭력이 아니라 참교육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사건을 인터넷에 게시한 사람이 학생의 어머니인데 게시글에 '아들은 눈 실핏줄이 터지고 입술이 터져서 피가 났다'고 했다. 부모라는 이유로 잘못한 자녀를 이렇게 때려도 되는 것인가?
마침 오늘 수업에서 체벌에 대해 학생들과 논의를 했는데 이 기사를 보며 마음이 무척 심란하다. 학생들 대다수가 체벌은 그 어떤 이유에서도 절대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중 한 명은 체벌 허용에 대한 의지가 유난히 강력했다. 그는 사소한 일에 대한 체벌 금지는 동의하지만 왕따나 학교 폭력과 같이 아주 나쁜 행동에 대해서는 체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 학생의 말을 잠시 생각해보면 사소한 일이 어떤 것인지 누가 정할까? 방금 읽은 기사 속 학생의 잘못은 사소한 것일까 아닐까? 교사에게 욕설을 한 것은 사소한 것이 아니니 부모의 행동은 과연 '참교육'을 위한 정당한 것일까? 다음 주 수업에서 이 사례를 우리 학생들과 논의해봐야겠다.
체벌 금지를 주장하는 다수의 학생들의 공통점은 대부분의 경우 체벌로 인해 문제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못을 하는 학생은 체벌을 해도 잘못을 또 하게 되고 잘못하지 않는 학생은 체벌이 있든 없든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어릴 때 자신들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부모가 매를 들지 않을 만큼의 잘못을 눈치껏 했다는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한 학생의 이야기가 아직도 뇌리에 맴돈다. 어릴 때 아버지가 매를 자주 들었는데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했다. 성장한 후에 아버지가 그 때 때려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셨지만 여전히 아버지가 조금 무섭고 거리감이 있다고 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자신은 절대 아이를 때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말이다.
나는 매학기마다 이런 얘기를 학생들에게서 듣는다. 100명 중 1~2명 정도 체벌이 고마웠다고 말할 뿐 나머지 98~99명은 왜 맞았는지는 기억이 전혀 안나고 맞았을 때 수치심과 아팠던 기억은 생생하다고 했다. 부모에 대한 거리감이 성인이 된 후에도 여전히 크다는 것도 모두 동일했다.
체벌에 대한 얘기를 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오는 주장은 감정을 싣지 않고 이성적으로 체벌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기사 속 아버지는 감정을 배제하고 아들의 잘못을 깨우쳐주기 위해 체벌을 한 것일까? 상담실 밖에 있던 교사들도 놀라고 심지어 우는 교사도 있었다고 하는 상황이 과연 이성적인 상황인가?
나는 기사 속 아버지를 개인적으로 비난하고자 함이 아니다. 우리 사회가 체벌을 '교육'이라는 이름 하에 너무 쉽게 보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내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기사 제목이다. 자녀에 대한 폭행이라고 봐도 무방한 행동을 '참교육'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제목이 통과가 되었다는 현실이 아찔하다. 참교육인데 교사들이 왜 놀라고 눈물을 흘리는가? 교사들이 보기에도 너무 과하기 때문에 놀라고 울음이 터진 것 아닌가?
욕설을 한 학생을 두둔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잘못한 행동에 대해 벌은 얼마든지 필요하다. 하지만 자식이라고 해서 혹은 학생이라고 해서 신체에 손을 대는 체벌을 나는 강력히 반대한다. 더구나 교육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에 결단코 반대한다. 한 인격체로서 존중 받는 경험이 있는 사람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잘못했다고 해서 쉽게 체벌을 허용하는 문화는 성인이 되어서도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