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깜빡이는 것마저
숨을 쉬는 것 마저
힘들 때가 있었다
때로 저무는 시간을 바라보고 앉아
자살을 꿈꾸곤 했다
한때는 내가 나를 버리는 것이
내가 남을 버리는 것 보다
덜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무가 흙 위에 쓰러지듯
그렇게 쓰러지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당신 앞에
한 그루 나무처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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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은 류시화의 사랑에 관한 시집이다. 처음 시집을 잡았을 때, 분명 어쭙잖은 사랑의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랑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간의 사랑을 노래하는 것 또한 쉬운일은 아니라는 생각때문이었다.
읽어가는 도중 ‘빵’ 이라는 시 이외에 몇몇 시들은 사람간의 사랑이라기 보다 일상의 이야기들이나 사물을 통해 혹은 지역을 통해 그가 알아 가는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써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살이라는 시를 고른 이유가 특별히 있는 것은 아니다. 읽는 도중 많은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다. 몇 달 전 우리동네 철도 육교 위에서 40대 가량의 한 아저씨가 목을 매 자살을 한 일이 있었다. 육교 옆에는 내가 다니는 교회가 위치한다. 많은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은 이 육교를 길을 가기 위해 혹은 교회를 가기 위해 사용하는데... 그 죽음에 대해 두려운 것 보다 안타까움이 더 컸던 것 같다. 아니...남의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른다. 고3때 일이다. 대학이라는 문지방 한번 넘어보려고 서로서로를 경쟁상대 삼아 공부했던 시절이었다. 모두들 성적위주의 삶을 사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그때였다. 모의고사를 보고 절망했었다. 나름대로 공부를 하고 있었던 터였고,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던 시험이었다. 결과는 무참했다. 한참을 억울함으로 울분해 있던 나는 그 길로 학교 옥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바닥을 향해 몸을 날리려했다. 난간에 외줄을 타듯 불안하게 서있는 나는 죽음의 두려움이 아니라 외로움에 몸서리 쳐야 했다. 그리고 조용히 하늘을 바라보았다. 때마침 영화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비를 맞으면서...아니 떨어지는 비를 보았다. 한 방울 한 방울이 선명하게 보인다. 얼굴에 내리는 비는 목을 타고 내리면서 더 이상 비가 아니었다. 그것은 눈물이었다. 그리곤 내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는 것을 느꼈다. 모의고사 하나에 나의 삶을 걸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 졌다. 그래서...내려왔고, 살아있다. 내 삶 가운데 애착이 있다면 죽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자살이라는 것은 생각지 못할 것이다. 내 삶에 희망이 없을 때, 기대가 없을 때.. 그때 사람들은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이 시의 마지막은 아마도 ‘당신 때문에 내가 살아있다.‘ 라는 것을 말하려는 것 같다.
요즘 들어 우리나라의 자살하는 사람들이 유행처럼 많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질적인 문제 때문에 자살을 한다고 하지만, 물질이 넘쳤던 사람이 자살을 택한 것을 봐서는 그것도 답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삶의 막다른 길에 있을 때 누구나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하지만, 나의 삶에 어떤 부분에서 애착을 가지는 한마디, ‘아직 당신 앞에 한그루 나무처럼 서있다‘는 시인의 말을 기억했으면 한다. 알고 있는가? 흙에 쓰러져 있는 나무는 ’그루‘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땅 위에 꼿꼿이, 그리고 약간은 힘겨워 보일지라도 버티고 있는 나무를 우리는 ’그루‘라고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