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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자녀가 공부하는데 '명코치'가 되어야 한다"
- 글·김정희 기자
- 또래 아이들이 많은 동네에서 길러라
아기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엄마의 사랑이지만, 아기는 엄마의 사랑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엄마와 아기의 관계는 대등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게 아니라 엄마가 일방적으로 아기에게 베푸는 종속관계로, 아기는 엄마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하는 수동적 위치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 느낌이 달라진다. 자기와 몸집도 힘도 비슷하며 의사표현 능력도 비슷한 또래들에게 아이는 어른들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강한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형제들이나 친척 아이들, 이웃에 사는 또래 아이들과 다양하게 어울리는 기회를 자주 마련해주면 다양한 자극을 받을 수 있어 두뇌발달이 촉진되고 사회성을 일찌감치 익히게 된다.
가능하면 아이가 젖먹이일 때부터 또래와 접하며 서로 만지기도 하고 쳐다보고 소리도 지르면서 자극을 주고받으며 자라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 아이의 호기심을 길러주자
호기심 많은 아이가 지능발달도 좋고 공부도 잘 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이렇게 호기심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는
▲ 아이가 어릴 때부터 밖으로 데리고 나가 많은 것을 보여주면서 어느 것에 호기심을 나타내는지
관찰하고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을 반복시켜 준다
▲ 기거나 걷기 시작하면 이것저것 만지고 부수게 되는데, 이를 ‘하지 말라’고
말리는 것보다 깨지면 안될 것을 미리 치워서 자유공간을 만들어준다
▲ 아이가 말을 배우면 다양하고 많은 표현을 사용해서 자주 말을 시키고,
아이가 질문을 해오면 절대 귀찮아하지 않고 대답해준다.
질문에 대해서는 다른 얘기도 들려주되 대답은 조금 남겨서 스스로 찾게 하면 더욱 좋다
▲ 아이에게 적절한 난이도의 퍼즐, 숨은그림찾기, 수수께끼를 풀게 한다.
호기심이야말로 개인차가 많이 나는 것이므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관찰하고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최선의 처방을 찾아야 한다.
따라서 부모의 지적 호기심이 우선 전제되어야 한다.
- 어려서부터 기억력에 자신감을 심어준다
기억력은 자신감을 갖느냐 못 갖느냐에 따라 성과가 크게 달라진다. 자신감이 없으면 뇌세포 활동이 억제돼 암기가 잘 안되고, 그러면 더욱 자신감이 없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어려서 구구단을 빨리 외워 칭찬을 받는 등 기억력에 관한 좋은 경험을 간직하게 하면 일생을 살아가는 데 큰 힘이 된다. 다음은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는 구구단 외우기 방법.
·바둑돌 등을 이용해 ‘사륙은 이십사’가 무슨 뜻인지 알게 해준다.
·정신을 집중하기 쉬운 시간과 장소를 정해 밀도 있게 암기시킨다.
·3단을 외울 때는 1단, 2단을 반복해서 외운 다음 외우는 ‘점진반복법’을 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같으면 쉬었다가 다시 하게 한다.
·만일 세 번 정도 시도에서 한 단을 외운다면 ‘너는 세 번이면 외게 되는구나’라고
세 번이면 외울 수 있다는 자기임시를 심어준다.
- 집안이 너무 깨끗하면 안 된다
엄마가 너무 깔끔한 경우 남의 아이들이 놀러와서 어지를 수 있게 해주기는커녕 자기 아이들이 조금만 어질러놓는 것도 보지를 못하고 아이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닦고 정리한다. 이렇게 지나치게 깔끔한 완벽증 엄마는 아이들로부터 친구를 빼앗을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자신과 같은 완벽증을 요구하게 된다.
엄마로부터 완벽증을 요구받는 아이는 불안해져서 손톱을 물어뜯기도 하고 말을 더듬을 수도 있으며, 매사 잘못한다고 야단을 맞을까봐 자신감이 없어지는 수가 있다. 또 순종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생각에서 스스로 생각하려는 힘을 잃게 된다.
아이들에게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워주려면 아이가 마음놓고 어지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면 부모의 학력이나 생활 정도가 비슷할 경우 십중팔구 부모가 털털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도 잘 하고 활달하게 자라나는 것을 볼 수 있다.
- 아이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잘 관찰해 기른다
아이에게 이것저것 다양한 자극을 주어 두뇌개발을 시켜주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잡다한 자극을 주면 산만해지고 만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의한다.
·장난감을 한꺼번에 많이 사주지 않는다.
이미 사놓은 장난감도 가장 흥미를 느끼는 것만 주고 싫증을 느끼면 다른 것으로 바꿔준 다음
먼저 것을 며칠 후 다시 주어 반응을 보는 식으로 한가지에 몰두하는 습관을 길러준다.
·그림책도 한꺼번에 여러 가지를 사주는 것보다 적은 종류를 사서 몇 번이고
반복해 읽어 주는 게 좋다.
·책을 읽을 때는 큰소리로 읽어주면서 따라 읽게 하거나 자신이 큰소리로 읽게 한다.
독서에 자신감이 생기고 흥미를 느껴 책을 많이 읽게 되면 집중력이 자연스레 증진된다.
·장기나 바둑과 같이 ‘앉아서 생각하는 게임’을 적당히 즐기는 게 좋다.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악기를 배우면 반복해서 연습을 해야 하므로 집중하는 습관이 생긴다.
- 공부 잘하는 습관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길러준다
아이가 영재이든 보통 수준이든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공부 잘하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음과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공부가 최우선이라는 가치관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 맘때 아이들이란 아직 단순한 존재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가치관을 얘기해 주어야 혼돈만 일으키기 쉽다.
그러니 ‘공부를 잘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간단히 강조해주면 좋다.
·누구나 처음 입학하면 새로운 환경에서 불안감을 갖게 마련이다.
바로 이때 공부란 별 게 아니며, 나보다 커다란 아이들도 겁낼 게 없다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게 해줌으로써 스스로 학교생활이나 공부에 기선을 제압하도록 해 자신감을 길러준다.
·학교생활을 아이가 모두 털어놓도록 부모가 신나게 들어주어야 한다.
아이가 수업중 일어났던 일, 친구들 사이에 있었던 일 등을 숨김없이 얘기해주면
아이의 학교생활을 제대로 코치해줄 수 있다.
·아이가 선생님과 학교를 좋아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부모는 담임선생님의 좋은 점을 아이에게 많이 부각시켜 주고
절대로 비난하는 얘기를 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학교에 자부심을 갖고 다닐 수 있어야 수업도 열심히 듣고 공부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
- 시험이 끝난 후 아이와 함께 틀린 문제를 분석한다
시험이 끝난 다음에는 틀린 문제에 대한 ‘오답 전용 노트’를 작성한다. 시험문제를 틀렸다 해서 꾸중이나 비난을 하는 것은 역효과만 내게 마련. 그보다는 부모와 아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덤벙거리다 실수를 한 것인지, 아니면 실력이 모자라 문제 자체를 몰라 틀린 것인지, 시간배분을 제대로 못해 시간이 부족해 못 푼 것인지….
이렇게 시험이 끝난 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틀린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면 아이가 틀린 것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이나 죄책감이 없어지며, 원인이 규명되기 때문에 앞으로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또 몰랐던 어려운 문제라도 틀렸던 것은 확실하게 알고 기억하게 되면서 더 잘 해보려는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취약부분을 파악하고 지도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시험 직후는 집중력이 가장 강할 때이기 때문에 아이의 이해도 빨라 지도가 유리한 때다. 물론 이런 ‘공동대책’을 통해 부모와 자식간에 대화가 늘고 유대가 강화되는 것은 물론이다.
- 초등학교 5학년 성적이 대입성적의 지표가 된다
초등학교 입학부터 대학입시까지를 마라톤으로 본다면 초등학교 5학년이란 이제까지 평야를 달리다가 난코스인 고갯길을 만나는 형국. 그러니 5학년 때 공부를 잘하는 선두그룹에 들어야 한다. 이때 선두그룹에 들어갔다는 게 반드시 우승을 보장해주는 ‘필요충분조건’은 아니지만 적어도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명심한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될 때까지 자녀가 갖춰야 할 것은
▲ 공부를 스스로 잘해보려는 ‘정신자세’
▲ 공부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학습습관’
▲ 공부를 능률적으로 하는 ‘공부기술’
▲ 시험기간만이라도 ‘공부계획’을 세우는 태도
등이다.
만일 자녀가 곧 5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이런 자세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막판 스퍼트를 올려 위에 열거한 태도를 자기 것으로 갖춰야 한다.
- 독서능력을 키우지 않고 공부를 잘하는 방법은 없다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성적과 비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공부의 기본은 독서능력에 달려 있다. 독서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집에 많은 책을 비치하고 부모부터 책읽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함은 물론, 아이가 책을 읽을 때 칭찬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얼마나 좋은 책을 읽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많이’ 읽어야 한다. 되도록 많이, 빨리 읽고 독서 요령을 파악하는 게 정보를 그만큼 빨리 많이 습득하는 길이다. 내가 내 아이들에게 제시해서 성과를 본 속독의 요령은 다음과 같다.
· 소리를 내거나 중얼거리며 읽지 않는다.
· 손가락이나 연필 등으로 짚어가며 읽지 말아야 한다.
· 한눈에 여러 단어를 한꺼번에 읽어 내려가고 모르는 용어가 나와도 문맥에서
이해하면서 지나간다.
· 글의 내용을 겨우 이해할 정도까지 점점 속도를 올리면서 읽어간다.
- 부모는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 가정에서 아이를 기르며 부부가 서로 교육에 대한 의견이 다른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자식의 교육방침에 대해 부모가 서로 다른 지시와 명령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일 부모의 교육방침이 서로 다르면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몰라 불안해지고, 점차 부모의 권위가 떨어져 양쪽 모두를 존경하지 않게 된다.
또 부모가 정해놓은 교육방침이나 명령은 지켜도 되고 안 지켜도 되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거나, 하기 어려운 쪽보다는 쉬운 쪽만 골라서 하려는 경향도 생긴다.
자녀 교육에 부부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다는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일단 서로 토론을 거쳐 의견을 조정해서 교육방침을 정한 것은 비록 내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반드시 지켜야만 일관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다.
- 기억력이 나빠도 1등할 수 있는 요령
어떤 사람들은 누구나 노력만 하면 기억력은 무한히 증진될 수 있다는 과장된 주장을 한다.
그러나 기억력은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를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이다.
공부에 필요한 능력에는 기억력만 있는 게 아니다.
이해력이나 응용력, 집중력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기억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 콤플렉스를 갖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많은 것을 한꺼번에 암기하려 들지 말고 꼭 필요한 적은 양만 반복해서 외움으로써 기억력에 자신감을 갖는다든지, 스스로 기억력이 나쁘지 않다고 자기 암시를 하는 방법 등이 효과적이다.
또한 아무리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암기해야만 오랫동안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만큼, 기억력이 보통인 사람은 더더군다나 배운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힘을 써야 한다.
배운 것 중에서 중요한 것만 요점 정리해 외우는 것도 방법. 요점정리한 분량을 전부 외우기가 벅차면 다시 한번 간추린 다음 외운다.
자신에게 알맞은 암기방법을 개발해 제한시간 내에 집중적으로 외우는 연습을 한다.
- 여성동아 10/99-
* 교육 / 열린 교육을 위하여
나는 가끔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잠수함 속의 참새’로 비유하곤 한다. 잠수함 속의 산소가 부족해질 때 사람보다 먼저 참새가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듯 수면 밑에서 은밀하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미동을 가장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 사람 중 하나가 바로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이다.
수년 전부터 학생들뿐 아니라 학교 교사들까지도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비율이 늘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 안에서의 문제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로 받아들였다.
- 요즘 우리 아이들의 인생행로는 대충 두가지인 것 같아 보인다.
삶을 우울해 하고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이 그 첫번째 양상이다.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지 못할 때 사람은 우울해지며 인생 자체에 흥미를 잃게 된다. 극단적으로는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설혹 나중에 좋은 대학, 좋은 직업을 가져도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는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두번째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심이 들끓어 점차 공격적으로 바뀌는 경우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무시하며 협조할 생각도 전혀 없다. 하지 말라는 것을 골라 하고 적극적으로 반항한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교사를 무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억압하는 어른을 괴롭히는 것으로 자신의 적개심을 표출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두가지 유형은 언뜻 보면 상반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의 본질은 같다. 자유를 박탈당했을 때의 사람의 반응이란 점에서.
그런데도 우리 어른들의 생각은 어떤가. 요즘 아이들은 게임에나 미쳐 공부에 관심도 없는 무기력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닌가. 더 단순한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전혀 말이 먹히지 않는 막무가내형 별종쯤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런 엇갈림, 이런 인식의 차이가 극복되지 않는 한 교육의 붕괴는 가속도가 붙을 뿐이다.
얼마전 영국의 한 시골마을에 있는 ‘써머힐’이란 학교에 간 적이 있다. 써머힐은 1922년 이후 현재까지 자유와 자율을 근본정신으로 새로운 교육의 개념을 정립하고 있는 열린학교의 세계적 근거지다.
- 자유를 너무 많이 주어 교육 망쳤다?
시험도 숙제도 없고 학생 자신이 원하지 않으면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는, 지나칠(?) 만큼의 자유가 있는 학교. ‘노이로제에 걸린 학자보다는 행복한 청소부를 만들자’는 설립자의 철학이 아직까지 숨쉬고 있는 학교. 어린 시절에는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노는 일이 더 중요하며 충분히 뛰어논 아이야말로 자신이 원할 때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으며 그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철석같이 믿는 학교. 학생들의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만끽하게 하면 건방지고 예의가 없어질 것이라는 게 보통어른들의 생각이다. 하지만 그곳 아이들은 친절하고 부드러웠으며 무엇보다 여유로워 보였다. 심리적으로 억압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로부터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오히려 그 아이들을 자유롭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인간은 자신의 본질적인 욕구를 알아주는 사람을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우리들이 그렇게나 갈구하는 권위도 바로 거기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80년간 지속된 써머힐의 교육과 그 성과는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 그렇게 위험하지 않은 일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열린 교육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활발하다. 그러나 벌써부터, 아이들에게 자유를 너무 주어 교육이 망쳐졌다는 우려의 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붕괴는 부적절하고 지나친 억압 때문이지 지나친 자유 때문이 아니다.
행복보다는 불행에 익숙하고, 자유보다는 통제를 쉽게 선택하는 우리의 교육 풍토에
잠수함의 참새처럼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정혜신<'마음과 마음' 정신과 원장>
- 1999/10/08 -
* 교육도 '신토불이'를
세계화의 시대이다. 이에 발맞추어 내년부터 해외 유학을 전면 자유화할 목적으로 관련 규정을 개정한다고 한다. 물론 일부 계층에 한해서 이겠지만 초.중등학생들의 조기유학 바람이 예상되고있다. 오늘 학교교육 붕괴를 우려하고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한 상황의 다른 한편에서 국민의 교육열이 세계화될 모양이다. 우리의 교육제도가 불신받고 있는 가운데 획기적인 변화 없이는 조기유학이 가장 확실한 대안인 것처럼 잘못 비춰질 수도 있다.
교육은 개인의 잠재력을 고무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억제하거나 제지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의 교육이 집단적.제도적으로 행해지는데 따른 일종의 부작용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고 사회의 요구에 맞추어 학교교육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교육의 수준이 사회의 변화를 앞서 나가기 보다는 항상 지체되어 옴으로써 선진 외국 유학을 통해 좀더 나은 교육 혜택을 받을 기회를 찾고자 한다.
돌이켜보면,조국을 떠나 소수 민족의 설움을 달래며 학문에 정진한 젊은 청년들이 있었기에 국가의 발전을 가속시킬 수 있었다. 지금도 해외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우는 수많은 한국인이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대학의 수석졸업자,국제 경연대회의 우승자,성공한 기업인들을 언론에서 대할 때마다 자랑스러움을 느낀다.
그러나 성공만이 있는 것은 으니다. 그 중에는 현지 생활에 부적응하거나 좌절하여 인생의 실패를 겪는 사람들도 많다. 더욱이 국민으로서의 가치관이나 기본 생활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가치관의 혼돈과 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탈선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매우 심각하다. 조기유학에드는 막대한 경비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기에 앞서 귀중한 자녀들에게 그런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안겨주어서는 안될 일이다. 조기 유학으로 자녀의 장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한편 세계화란 장미빛 이상향이 아니라는 사실을,우리는 IMF사태를 통해 뼈저리게 느꼈다. 세계화의 이익은 소수의 거대 자본과 국가에만 집중되게 된다. 교육시장 개방으로 물밀듯이 밀려들어올 외국의 선진 교육상품 못지 않게 해외 유학의 길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쉽게 갈 수 있는 해외 유학일수록 그 배경에 도사리고 있는 세계 자본의 의도를 간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세계화의 덫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교육이 수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조만간 해결될 실마리를 발견하기도 어렵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비록 교육난제들을 지금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그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획일적인 교육제도의 숨통을 열어 주되,그 기본 방향은 소수의 엘리트 교육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받을 수 있는 교육의 질향상이다 . 교육은 특별한 발명품의 고안하거나 탁월한 예술 창작활동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 생활과 더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내 자녀만의 조기 유학을 선택하기 보다는 자녀가 함께 살아야 할 공동체를 생각해보는 성숙한 학부모들이 우리의 교육 수준을 한 단계 진전시킬 수 있다. 일부 부유층에서 조기 유학붐을 일으키더라도 거기에 수반되는 득실을 공평하게 셈할 줄 아는 지혜로운 학부모이기를 기대한다.
세계화.다원화의 시대에 해외유학 자유화는 불가피한 정책이기는 하다. 따라서 정부도 해외유학의 길만 터놓을 것이 아니라 해외유학 또는 이민 자녀들이 현지에 잘 적응하고 우리의 역사오 문호를 이해하여 한국인으로서의 자각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 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외국에서 받은 교육이 우리 나라의 발전과 잘 연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교육의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이루어야 할 소명을 다시 한번 깊이 새겨보게 된다.
<김민하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장> - 세계 -
* 미국대학의 기금모금
- "역시 하바드" - 7년간 23억달러
하바드대학이 기금모금 목표액 21억달러를 조기에 초과달성해 대학모금사상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바드대는 지난 92년 『99년 12월 31일까지 21억달러를 모금하겠다』는 계획을 발표, 주위로부터 실현불가능 할 것이란 평을 받아왔다. 이 목표액을 달성하려면 하루 평균 100만달러를 모금해야 한다. 그러나 하바드대는 시한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이미 23억달러를 모금, 목표액을 초과달성했다.
닐 루덴스타인 총장은 6일 맨해튼 하바드클럽에서 있은 동창회 모임에서 이같은 기념비적인 모금결과를 발표했다. 이같은 모금실적은 최근 수년간 지속되는 경기호황이 큰 몫을 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풀이했다. 예일대와 콜럼비아대가 90년대 7년간 약 17억달러 정도를 모금한 기록이 있다.
하바드대는 지난해 4억6,270만달러를 선물형태로 받았는데 이는 지난 92년보다 124% 증가한 수치다. 최대기부자는 지난 95년 7,050억달러를 쾌척한 존 룁으로, 그는 지난 24년 하바드대를 졸업했다. - Oct/8/99/hkusa -
* 조기유학 전면허용
내년부터 해외유학이 자유화됨에 따라 조기유학 신청자수가 급증할 전망이다.
한국 교육부는 7일 『외화낭비와 조기 유학생들의 현지 부적응에 따른 탈선이 사회문제화 돼 그동안 해외유학을 규제해 왔으나 국제화·개방화에 따른 유학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연말까지 「국외여행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2000년부터 해외유학을 전면 허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행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은 조기유학 인정 범위를
▲ 고교졸업 이상자
▲ 예체능계 중학교 졸업자
▲ 부모 또는 조부모와 해외에서 1년 이상 체류자
▲ 특수교육 대상자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교육부는 앞으로 이 규정을 삭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병무청은 지난달 만 17세 이하의 조기유학생에 대한 국외여행 허가 제한 규정을 폐지, 병역연기 절차를 밟기 위해 18세가 되면 국외유학 인정서와 유학특례 확인서를 첨부토록 한 조항을 없앤 바 있다.
재정경제부 또한 최근 외국환 관리법을 개정, 내년부터 유학생 송금 제한 규정을 풀겠다고 밝혀 2000년부터 각 부처별 해외유학 규제 조치들이 무효화된다.
LA유학원 관계자들은 한국 정부가 해외유학 자유화를 시행한다 하더라도 조기유학생에 대한 주한 미 대사관의 비자 발급이 워낙 까다로워 미국으로 오는 조기유학생 수가 갑자기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담스 유학진학원의 스티브 오 원장은 『현재 초·중·고교생등 조기유학생에 대한 미대사관의 비자 발급률이 30%에 불과하다』며 『한국 정부의 해외유학 자유화 조치와 미 대사관의 비자 발급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해외유학 전면 자유화로 인해 일부 부유층 자녀들의 병역기피, 현지 부적응에 따른 탈선 및 무분별한 외화 유출등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 Oct/8/99/hkusa -
* 교육 - 일본 등교거부생 합숙 현장
“부등교 12만8000명. 전년도 대비 2만2000명 증가.”
`등교거부 99전국합숙' 첫날인 8월20일 시마네현 현민회관 행사장 입구. 한켠 탁자에 쌓여 있는 <부등교신문> (8월15일치) 1면 헤드라인이 번쩍 눈에 들어온다. `부등교 청소년이 91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내용의 문부성 통계발표를 인용한 기사로, 일본사회 부등교 문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부등교신문>은 지난해 5월 창간됐지만, 일본에선 이미 15년 전부터 부등교 청소년 학부모들이 전국 네크워크를 만들어 부등교 문제를 꾸준히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선 `자퇴생' 하면 일단 문제아로 취급하는데, 일본에서는 부등교라는 표현을 써가며 이런 합숙대회까지 매년 열다니요….” 이번 행사에 참여한 우리나라 자퇴생 조세나(17)양은 일본이 이 문제에서도 한발 앞서가는 게 무척 부럽다는 표정이다.
첫날 주요행사의 하나로, 9살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고 부모를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한 끝에 `멀티미디어 프로듀서'로 성공한 하나미오(30·여)의 강연이 진행되는 동안 바깥 복도에서는 사토나가라는 30대 중반의 여성이 열심히 부등교 관련 유인물을 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띈다.
오사카에서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모임' 회계를 맡고 있다는 그는 2명의 부등교 자녀(12·15살)를 둔 학부모로, 하계합숙 참여는 이번이 네번째다. 그는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도 별 문제가 없느냐'는 물음에 “특별히 공부시키는 것은 없지만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려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해 6개월동안 싸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훨씬 가족관계가 좋아졌어요.”
그에 따르면 오사카에선 9년 전에 이미 부등교 모임이 만들어져 현재 280여 가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달에 한번 `코코넛 통신'이라는 팜플릿을 발간하고 부모들끼리 회의도 자주 여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첫날 행사에선 하나미오의 강연에 이어 5개 분과위별로 전문강사와 학부모·부등교 청소년들 사이의 질문과 답변, 토론이 이어졌다.
주제는
△ 어린이 등교거부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 학교를 생각하자
△ 학교 밖에서 길러지는 아이들
△ 등교거부를 하며 살아간다는 것
등 부등교와 제도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것으로 집중됐다.
`도쿄슐레'에 다닌다는 와다나베 히로시(19)는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부모님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학교에 가라고 강요해 부모님도 결국 타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학교에 가지 않으면 정말 사회적으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인지 무척 고민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교에 가지 않았는데 “무슨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몸이 가지 않아 그렇게 했다”고 부등교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학교를 그만둔 뒤 4년동안 집안에 갇혀 학교와 자신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지만, 그동안 학교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지금은 무척 만족한다”고 말했다.
행사 둘쨋날에도
△ 초등학교의 등교거부
△ 중학교 졸업 후 고교 부등교·중퇴
△ 가정내 폭력·강박행동·거식·과식
등 모두 14개 테마별로 분과위가 열리는 등 교육현안들에 대한 진지한 토론의 자리가 이어졌다.
`등교거부를 생각하는 전국네트워크' 대표 오쿠치 게이코(57)는 “이미 15년이나 된 부등교 모임의 활동으로 일본에서는 이제 `누구라도 부등교생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내년에는 도쿄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프리스쿨대회'를 우리 모임이 주최하기로 하는 등 부등교 활동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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