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그루터기’
김종필 / 느티나무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맘만 먹으면 할 수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봉사다. 그런데도 봉사하는 사람들은 ‘하는 게 별로 없는데’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소개한 곳 중 봉사를 중심 활동으로 하는 모임이 몇 개 있었는데 하나같이 똑같은 반응이다.
오늘 소개하는 모임도 그런 곳 중 하나인데 익숙한 말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아이, 정말 하는 게 없어서 할 말도 별로 없는데....”
“다들 그렇게 얘기하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부침을 극복하고 연착륙
모였다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사실 아이들을 같은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모여서 일을 꾸미기는 쉽지 않다. 일을 하는 엄마들은 참여 자체가 어렵고, 전업주부도 아이들이 집을 비운 그 시간, 집안일을 하고 잠깐 짬을 내 한숨을 돌리고 나면 아이들이 돌아온다. 자연스럽게 모임은 굴러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2008년부터 구리YMCA 아기스포츠단(아기스)에 아이들을 보내는 엄마들은 ‘그루터기’라는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 성장하고 건강한 지역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2년 전 5살 아이를 아기스에 보내면서 그루터기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주현님은 “엄마 모임을 통해 아이들 키우면서 힘든 점을 얘기하다보면 자연스레 건강한 육아법을 알게된다”면서 “다만 내 아이에 그치지 않고 가정과 기역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데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이 모임을 소개했다.
그루터기는 봉사와 동화책 읽기를 중심으로 각종 강좌를 듣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리 아이가 필요하면 이 아이들도 필요할 것”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이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이곳에 모인 엄마들은 이런저런 강의와 구리YMCA의 활동을 들으면서 그룹홈 ‘꿈샘’(어려운 환경에 처한 청소년들이 전문 교사와 함께 자립의 꿈을 키우는 공간)에서의 봉사활동을 결정했다.
윤주현님은 “처음에는 우리 애만 바라봤는데 그루터기 활동을 하다 보니 주변이 함께 보이더라”며 “우리 애가 필요한 게 있으면 이곳에 있는 아이들도 필요한 게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고 귀띔했다.
그루터기는 한 달에 2번 꿈샘을 방문해서 청소도 하고 반찬을 만들기도 한다. 필요한 물품이 있으면 아기스 엄마 전체를 대상으로 수소문해서 안 쓰는 가전제품 등을 기부하기도 한다.
윤주현님은 “처음에는 청소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지금은 정기적으로 하다 보니 청소를 해도 시간이 남는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꿈샘 선생님들께 할 일이 있으면 쪽지로라도 전달해 달라고 얘기를 했는데 미안해선지 안하시더라. 우리는 괜찮은데....”라며 은근히 주문이 오기를 원했다.
정서를 어루만지는 동화책
그루터기는 봉사 외에도 동화책 읽기 모임 ‘동그리’를 운영 중이다. 격주로 모여 공부도 하면서 아기스 수업에 들어가 동화책을 읽어준다. 책 선정이 어렵다는 윤주현님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람들은 어렸을 때 그림책이나 동화책을 많이 접하지 못해서 그렇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며 “어렸을 때 동화책을 통해 정서를 어루만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기스가 아니 다른 곳에서의 활동에 대해서는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면서도 “엄마들이 책을 사서 열심히 공부 중”이라는 말로 여운을 남겼다.
조만간 아기스를 넘어 지역 곳곳에서 활약하는 그루터기를 보길 기대해 본다.
느티나무는 달라요.
느티나무에 원하는 걸 묻는 질문에 윤주현님은 ‘홍보’라고 잘라 말했다.
“뉴스에 보면 의료생협들이 사고 친 게 주로 나오는데 우리도 느티나무 설명을 듣기 전까지는 이렇게 좋은 게 있는 줄 몰랐다”며 “홍보에 신경을 서서 더 많은 엄마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의료 문제는 기본적으로 어려운데 이게 나쁘면 왜 나쁜지, 좋으면 왜 좋은지 쉽게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가장 어려운^^ 주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