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라이너(slackliner)
김혜천
안드로메다까지 밧줄을 건다
땅 위에서 몸을 띄워 줄 위에 선다
발 아래는 눈덮힌 크레바스
그대로가 하나의 거대한 棺
쉼표의 낙하와 마침표의 장애물
현기증으로 흔드리는 날카로운 모서리에 선다
보이는 건 이름 없는 투명한 눈
아득한 無, 有의 바다
백색은 네가 아니다
색채는 밖에 있고 나는 네 내부에 있다
눈을 감아야 보이는 너의 눈동자
빛의 명암을 제어해야 만날 수 있는 너
광활한 영토에 영롱한 색을 품어 가는 길이다
상상의 줄에서 한 순간도 내려올 수 없는
고도에서흘러내리는 별빛을 받아 적어야 하는
첫댓글 우리는 관 하나를, 제 몸에 딱 맞는 관 하나를 날마다 지고 살지만 고개를 들어 별빛을 받아 적는 그 기쁨으로 지고가는 관의 무게를 잊고 살지요. 시인님 시야에 명암이 영롱하시기를
늘 졸시에 공감 놓아 주시니 힘이납니다. 선생님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