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과 속도.
해방 이후 한국 사회를 지배해 온 담론으로 저 두 가지를 빼놓을 수 없다. 절대빈곤에 시달리던 시절, 성장과 속도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이젠 ‘먹고 살 만하게’ 됐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성장과 속도는 아직도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지배 담론이다. 과다 영향이 몸을 망치듯, 성장과 속도는 이제 한국 사회를 망치고 있다.
느티나무가 ‘이젠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 는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하는 녹색당 당원 김대윤님을 만났다.
김대윤님은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새사연) 동부모임에서 1년 정도 진화론을 공부하고 ‘다양성’이라는 해답을 찾았다.
“생태계를 보면 다양성의 존재 자체가 전체 계(界)에 매우 큰 공헌을 한다”는 그는 “진화론적으로 유의미한 확신이 들었고, 우리 사회도 다양성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대학 지역할당을 예로 든 그는 “외국 대학은 인종별 지역별 쿼터가 있고 그걸 자연스럽게 인정하는데 우리는 지역 할당을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이 대학에 들어간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며 “각 개체(학생들)의 발전을 위해도 머리가 좋은 100명의 아이들만 있는 것보다 다양한 아이들이 섞여 있을 때 시너지가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이는 정의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결국 정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가 어려워진다.
이 다양성을 확대하기 위해 김대윤님은 지인들과 함께 ‘열여섯개의 생각’이라는 부제가 붙은 카페를 열었는데, 이 카페는 ‘지속가능한 발전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대안 사회를 위한 아지트’를 표방하고 있다.
이렇게 김대윤님은 우리 사회가 좀 더 나은 사회로 가기 위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다양성을 꼽는다.
이 다양성은 지역에서 모임을 유지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김대윤님은 우리 사회가 바뀌려면 지역 안에 이러저런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이게 네트워크를 하면서 힘이 생긴다고 보는 입장인데 문제는 이 모임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는 그 이유로 성과주의와 다양성의 부재를 꼽았다.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으면 모임이 오래 가지 못한다. 느리게라도 길게 가는 게 의미가 있다”는 말에 이어 “모임이 유지되려면 다른 사람을 인정해야 하는데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도 부족하고 토론 훈련도 많지 않은 우리들은 그걸 잘 못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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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성과주의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요즘 녹색당 활동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성장을 얘기하지 않는 유일한 정당이 녹색당”이라는 김대윤님은 “진보 정당이나 진보적인 연구소에서도 성장이 빠지지 않는데 녹색당은 성장이라는 단어 없이 행복한 우리 삶을 얘기한다”고 녹색당을 소개했다. 이어 “우리 사회는 성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 자체를 두려워 한다”면서 “성장의 굴레에서 벗어나면 주위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저를 아는 사람들은 저를 보면 녹색스럽지 않다고 얘기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차를 타고 다니는 등 내가 생각해도 찔리기는 하지만 나 같은 사람도 녹색당원으로 인정해주는 다양성이 있다”고 우스개를 보태기도 했다.
녹색당 지역 모임과 녹색평론 독자모임에서 준비 중인 기본소득 강좌와 관련해서는 “지금 한국 상황에서 세상이 조금이나마 바뀔 수 있는 대안이 기본소득이라고 생각한다”며 “장애인이나 취약계층이라는 이유가 아니라 오직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생존의 권리는 충분하고 그 때문에 기본적으로 살 수 있는 비용을 국가가 책임지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어 “10년 전 무상급식 얘기가 나왔을 때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 많았지만 지금은 보편적 정책이 된 것처럼 기본소득도 10년 후에 그렇게 되었면으면 좋겠다”는 희망도 내비쳤다.
이러저런 모임과 이층카페 운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김대윤님은 느티나무에 대해 ‘일단 버텨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지속’이 아니라 ‘버틴다’는 데 더 중요한 방점을 찍었다. “지속은 점점 나아지면서 가는 느낌이라면 버틴다는 건 겨우 목숨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비틀대더라도 끈질기게 버텨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댓글 잘 버텨야 겠네요.
같이 버텨요!!
기본소득에 대해 공부하고 싶네요. 지난번 강의를 못간 아쉬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