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태극권 수련도 하고 동양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저에게는 무조건적인 호의를 베풀며 가깝게 지내려고 노력하던 사람입니다.
저도 가라데 수련에 도움이 될까하여 요가도 배우고, 돈이나 명리를 떠나서 사귀게된
몇 안되는 친구입니다.
단전호흡을 공부하던 무렵이라 아침마다 집에서 이친구와 명상도 하고 짧은 지식이지만
음양오행이며 간지에 대해 설명도 해주곤 했는데 이사람이 언제부터인지 자기 학생들에게
동양사상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고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산후안에 요가를 제일 처음 들여온 분으로, 이동네에서는 알아주는 요가강사라서
학생들도 지식층이고 세속적으로 잘사는 축에드는 부류들이라 섣불리 아는척 하고 나서기
가 난감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인사정도로 언제 한번 학생들과 이야기 해보자더니
어느날 학생들에게 공고 했으니 날짜를 잡으라는 겁니다.
반강제로 떠밀려 팔자에도 없는 동양철학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기뻐해주세요. 공부 안한다고 걱정하시던 아들이 교수들 앞에서 문자도 쓰게 되었습니다....ㅎㅎㅎㅎ)
대충 목화토금수와 관련된 인체장기, 오행상생,상극,오운육기 등을 설명했던것으로
기억납니다.
꿈보다 해몽이였는지 다들 흥미로워하고 저도 모처럼 동양문화에 기본상식을 알렸다는 뿌듯함으로 모임을 마쳤는데...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이였습니다.
대가집 마나님들의 각종 모임에서 참석요청이 쏟아지더군요. 멋도 모르고 아는척하고 입을 벌린게 엄청난 파장을 가져와서 어떤 부인들은 자신의 인생상담까지 하고.......
내 생사문제도 해결 못하고 방황하는 처지에 남의 문제에 감놔라 배놔라 할 배짱은 없고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믿어주질 않으니....
그래도 덕분에 여러명의 미모의 여자친구들이 생겼습니다.ㅎㅎㅎ
그중 우연히 산후안에 여행왔다가 저와 연결된 산타카탈리나 수녀회의 간부 수녀님도 계십
니다. 단순한 호기심 차원이 아닌 진지한 질문과 육십이 넘은 나이에도 모르는 것을
배우고자하는 열린 자세는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남미의 수녀회 산하 중학교들를 총감독 하시는 직책이시라 일년에 한번은 꼭 산후안에 오시
는데 오시면 반드시 연락을 하시고 만나서 대화를 나눕니다.
할머니와 같은 푸근함을 이분에게서 느낌니다.
한 친구는 영화배우 뺨칠정도의 미모에 학위를 네가지나 갖고있는 문자그대로 지성과 미모
를 겸비한 분입니다. 그분의 여동생을 통해서 제이야기를 듣고 만나자고 연락을 하셨더군요
처음에는 또 어떤 아줌마가 호기심에 그러나 보다하고 만나주질 않았는데...
아리따운 십대소녀의 목소리에 스토커수준으로 전화를 해대서,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던
보살도 점점 눈매가 올라가더군요.
저야 뭐 보살한테
"스타 남편을 모시고 사는게 그렇게 쉬운줄 알았니?" 하고 넘겼지만 속으로는 찔끔했습니다.
은근한 기대를 갖고(ㅋㅋㅋ)집으로 찾아갔더니, 젊었을때 교통사고로 머리와 팔만 움직일수 있는 상태로 누워지내는 분이였습니다.
그 미모와 지성으로......십여년을 그렇게 지내고 있는 분인데 의외로 명랑하고 밝은 분입니다. 이분이 그렇게 애(?)타게 저를 찾으신 이유는 독일어 주역을 읽고 계시는데 몇 군데가
아무래도 번역이 잘못된것 같아 확인을 해보려는 이유였습니다.
활달한 유머와 위트, 두어번의 만남에 친한 친구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핸드폰으로 날아드는 문자 메시지....모르는 사람이 보면 애인이라고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진짜 제 애인을 소개합니다.
판사로 재직하시다가 암수술을 받고 임종을 준비하시던 분인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집으로 찾아가서 대화를 나누곤 했었습니다.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만은 투병생활하시는데 조금이나마 위로가 될까 하고 일주일에
한번은 꼭 찾아뵈었습니다.
그분 남편 하시는 말씀이 어찌나 내이야기를 하는지 질투가 날정도라고 하시더군요
아들들은 어머니가 늙으막에 애인생겼다고 놀려대고....ㅎㅎㅎㅎ
무서운 암과 싸우시면서도 항상 웃으시며 오히려 저에게 용기를 주셨던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뵈었을때 산소마스크를 쓰시고, 윙크를 하시며 엄지를 치켜보이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처음에는 알량한 지식으로 가르치는 심정으로 만났는데 더 많은 배움을 얻고 제게 부끄러움을 안겨준 분들....
어떤분은 이세상에 안계시고 어떤분은 힘든 투병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이제는 이런분들께 부처님의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어떤스님이 말한마디 잘못하고 오백생 여우몸을 받으셨다는 이야기에 겁도 나네요.
멋모르고 아는척 한 업보는 어떻게 갚게될지.....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
첫댓글말 한마디 잘못하고 오백생 여우몸 받으셨단 이야기를 쓰셨지만 멀리 아르헨에서 올려주시는 글들이 참 깊은지라(?) 댓글 달기도 참 조심스럽더군요. 이렇게 올릴까 저렇게 올릴까 하루종일 구상만 하는 경우도 생기네요. 하하하. 같은 부처님 제자로서 너무나 감사하고 글 잘읽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첫댓글 말 한마디 잘못하고 오백생 여우몸 받으셨단 이야기를 쓰셨지만 멀리 아르헨에서 올려주시는 글들이 참 깊은지라(?) 댓글 달기도 참 조심스럽더군요. 이렇게 올릴까 저렇게 올릴까 하루종일 구상만 하는 경우도 생기네요. 하하하. 같은 부처님 제자로서 너무나 감사하고 글 잘읽고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
아짐님이 때때로 속상하시겠어요.... 그래도 동양철학에 대해 뭘 좀 아시나 보네요. 전혀 모르고서야 아는 척도 못할테니까요. 47도의 무더위하는데 건강 조심하세요.
저도 정림사 식구들과 이어진 인연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시는 보살님들 보면서 부끄럽기도 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