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강 본래무일물
4. 조고각하照顧脚下 ①
부처님의 여래십호 중 여래如來라는 명호가 있고 선서善逝라는 명호가 있습니다.
여래如來는 진여眞如 그대로 오신 분이란 뜻이고, 선서善逝는 진여眞如 그대로
가신 분이라는 뜻입니다. 진여眞如는 본래 오고 감이 없지만, 중생의 눈으로는
몸이 태어났다가 죽어 없어졌으므로 태어남과 죽음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삼국유사』에는 경주 만선북리萬善北里에서 과부의 아들로 태어난 ‘사복’의
오고 간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경주 만선북리에 한 과부가 있었는데, 남편도 없이 아이를 낳았다고 합니다.
그 아이는 나이 12세가 되어도 말도 하지 않고 또 일어나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름을 사복蛇卜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의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그러자 사복은 일어나 원효 스님을 찾아갑니다. 원효 스님은 고선사高仙寺에 있다가
그를 보고 맞이했으나 사복은 답례도 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대와 내가 옛날에 경을 싣고 다니던 암소가 지금 죽었으니 같이 장사지냄이 어떤가?”
원효 스님은 그와 함께 사복의 집으로 갔습니다.
사복은 원효 스님에게 포살[布薩, 계를 일러 주는 것]을 시켜 계戒를 주게 하니
원효 스님은 그의 시체 앞에 가서 빌었습니다.
“나지 말아라. 죽는 것이 괴롭다. 죽지 말아라. 나는 것이 괴롭다.”
사복이 옆에서 듣고 있다가 “너무 말이 길다.” 하니 원효 스님은 말을 고쳐
“생사가 모두 고苦다”라고 고쳐 말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상여를 메고 활리산活里山 동쪽 기슭으로 갔습니다.
원효 스님이 말하길 “지혜 있는 호랑이를 지혜의 숲속에 장사지내는 것이 어찌
마땅하지 않은가?” 하니 사복은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어 읊었습니다.
“옛날 석가모니 부처님께서는 사라수 사이에서 열반涅槃하셨네.
지금 또한 그 같은 이가 있어 화장세계華藏世界(38 로 들어가려 하네.”
말을 마치고 한 움큼 띠풀을 뽑으니 그 밑에 명랑明朗하고 청허淸虛한 세계가
있는 데 칠보로 장식한 난간에 누각이 장엄되어 인간의 세계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사복이 어머니의 시체를 업고 그 속에 들어가니 갑자기 땅이 합쳐져 버렸습니다.
이것을 보고 원효 스님은 그대로 돌아왔다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 띠풀은 아마도 ‘나’로부터 일어나는 탐진치의 집착과 번뇌를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그 띠풀을 뽑아내면 그 자리가 바로 『화엄경』에서 말하는 연화장세계이며
여래如來와 선서善逝의 오고 감이 없는 진여眞如의 세계일 것입니다.
그 세계가 항상 행복하므로 ‘화장세계華藏世界’라 했습니다.
『금강경』에는 그 띠풀 뽑아낸 자리를 일러 “응무소주이생기심應無所住而生其心”
즉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고 했습니다. ‘나’ 없는 마음이 곧 “머무는 바 없는 마음”이요,
‘나’ 없는 마음이 곧 진여眞如요, 선서善逝요, 화장세계입니다. 필요해서 소유하지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바로 그 자리가 한 움큼 띠풀을 뽑아낸 가장 행복한 자리일 것입니다.
38) 화장세계華藏世界 : 연화장세계의 약칭. 연꽃에서 출생한 세계 또는 연꽃 중에 합장合藏된
세계라는 뜻. 비로자나여래의 과거의 원願과 수행에 의해서 아름답게
장엄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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幸福찾기 110 - 第9講 本來無一物 (4. 照顧脚下 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