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셋, 또 하나의 생명 이야기, 『생명, 경계에 서다』

[키작은풀]

‘생명’이라는 용어는 어떤 구체적 실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념어’입니다.

아마도 거기에는 생물이 생겨난 것에 대한

고대적 이해가 담겨 있을 것입니다.

생물이 생겨나고 존속해 오는 데에는

생물 외적인 어떤 힘이 작용했다고 보고

그렇게 ‘작용한 힘’이라는 의미로 ‘명(命)’이라는 말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날처럼 ‘생명’이라는 말이 평범하고 일반적인 통용어가 된 상황에서 이 말은

때로는 ‘생물 그 자체’를 가리키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생물이 갖고 있는 어떤 성격, 즉 생명성’을 말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명확한 어떤 의미 규정이 필요할 것 같아 유선(인터넷) 사전을 찾아보니

“유기체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살아있는 상태.

또는 그동안 나타내는 모든 현상들의 전체”라고 되어 있습니다.

‘생물학’이라는 말이 있고, ‘생명과학’이라는 말도 있지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생물학’이나 ‘생물과학’이라는 말은 가능하지만

‘생명과학’이라는 말은 그리 적절해 보이지 않습니다.

생명이 자연과학적 연구나 검토의 대상일 수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생명은 자연과학의 대상이라고 하기보다는

철학적 주제가 되는 것이 맞을 것 같기도 합니다.

‘생명, 경계에 서다’라는 이 책의 글낯을 보았을 때,

더욱이 작은글낯으로 ‘양자물리학의 시대가 온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학문적 대상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직관적 불편함과

그 생명을 양자물리학적으로 접근하여 연구한다는 것이

선뜻 와 닿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생물학이나 양자역학에 대해

알아야 할 것이 아직은 많으니

이 책이 내게 필요하고 도움을 받기에 충분하다는 것은 분명했고

그래서 집어들고 읽는 동안

두 분야에 대해 많은 것들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특히 ‘쇼베동굴’의 발견에 관한 내용은

인간의 의식이라고 하는 것이 어떤 과정을 거치며 발전하다가

오늘까지 이르렀는지를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 이 이야기를 말한 까닭은

‘인간의 의식’이 ‘양자적 현상’ 중의 하나라는 주장을 하기 위한 것이지만

그런 접근이 적절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생물학과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선결과제들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양자적 현상으로서의 생물의 기원이나 작동방식,

또는 생명 현상 자체를 설명하려고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건너는 데 도움이 될 징검다리가 놓이지 않았는데

그냥 덥썩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ㄹ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렇더라도 많은 소중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했고

그렇게 읽는 동안 내 두껍고 딱딱한 무지의 껍질을

또 그렇게 조금이라도 벗겨낼 수 있었다는 데에는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는 말까지 덧분이며

읽은 내용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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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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