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불!!!
이산에도 불!
저산에도 불!
여름햇살의 뜨거운 눈길에도 초연하더니
한줌 가을바람에 불붙었네.
봄부터 여름까지 보냈던 뜨거운 구애에도 꿈적 않던 짝사랑 그 여인이 슬며시 눈길을 주던 때도 단풍들던 가을이었던가?
불같이 피어오르는 아차산 단풍이 맘을 설레게 한다.
2023.11.4.(토) 오전 10시 광나루역 1번 출구 만남
광나루역을 나와 만추의 서정을 느끼며 무질서하게 세워진 주택들과 주말농장을 지나니 아차산 생태공원이다.
인어공주 석상이 있는 연못, 물레방아, 계절마다 각양각색으로 꽃이 피는 어울림 정원, 가족 동상,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상 등 아차산 생태공원은 아기자기하게 정말 잘 꾸며져 있다.
생태공원에서 최준묵 대장님의 구령에 맞춰 34명의 청원 전사들이 일사분란하게 맨손체조를 마친 후 본격적인 산행 시작~~
아차산 생태공원을 지나자 들머리인 ‘아차산 동행 숲길’이다.
숲길엔 장승같은 소나무가 반기고 소나무 향을 머금은 피톤치드가 훅하고 내 몸을 파고든다.
숲길의 양 옆엔 푸르른 맥문동이 고개를 살랑거리고.....
깊어가는 가을냄새가 밀려오면서 콧평수가 활짝 넓어지는 느낌이다.
아차산은 순간적으로 실수하였음을 뜻하는 “아차!” 라는 어감 때문인지 산 이름이 참 인간적이란 느낌이 든다.
여기서 잠시 아차산의 유래에 대해 알아본다.
조선 명종 시대에 삼청동엔 유명한 점쟁이 홍계관이 있었다.
명종이 소문을 듣고 그의 능력을 시험하기 위해 상자에 쥐를 한 마리 넣고 상자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고 묻는다.
홍계관이 “쥐입니다.” 라고 답을 하자 속으로 놀란 명종이 다시 “그러면 몇 마리가 들었느냐?”고 묻는다.
홍계관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세 마리입니다.” 라고 답을 한다.
상자 안에 분명히 한 마리가 있는 것을 확인했던 명종은 홍계관이 백성을 속이고 세상을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그 자리에서 바로 사형을 명한다.
홍계관이 사형장으로 떠나자 의문이 생겨 다시 한 번 상자를 열어보니 새끼 두 마리를 낳아 세 마리가 있는 것이 아닌가?.
깜짝 놀란 명종이 ‘내가 생사람을 잡았구나.’ 하는 자책이 들어 사형 중지 명을 내린다.
포졸이 급히 사형장에 달려와 먼발치서 보니 망나니가 형을 집행하기 위해 칼춤을 추고 있었다.
이에 황급히 손을 흔들며 죽이지 말라는 표시를 했으나 망나니는 빨리 죽이라는 표시로 받아들여 사형집행을 하고 만다.
‘명종은 아차 내가 큰 실수를 하였구나’ 후회를 하였고, 그후 사람들은 사형장의 위쪽 산인 이산을 아차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들머리에서 데크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아차산성이다.
아차산성(사적 234)은 고구려의 온달장군이 신라와 싸워 전사했다고 전해진다.
아차산은 삼국시대에 한강유역을 둘러싼 삼국의 각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고려 때는 광나루와 함께 많은 시인·묵객들이 찾았고, 영화사. 기원정사. 범굴사 등 여러 사찰이 있다.
이곳은 온달이 물을 먹었다는 온달샘도 있고, 평강공주의 모습을 닮은 바위와 온달이 가지고 놀았다는 온달돌도 있는데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쳤다.
아차산성을 지나 낙타 등을 연상시키는 낙타 봉을 넘어가자 간이 쉼터가 나오는데 이곳은 현재 데크 공사 중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아차산은 데크가 너무 난무한다. 사방이 데크 길이다.
자연스런 흙길이 더 편하고 건강에도 좋을 듯한데 왜 이리 인공적인 데크 길을 만드는지 모르겠다.
의아하지만 많이 배운 사람들이 하는 일이니 깊은 뜻이 있겠지 하고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간이 쉼터에서 우회하여 한 구간을 넘어가니 오른 쪽으로 구리둘레길 1코스 진입로 표지판이 있고 바로 위 쪽에 한강 조망대가 있다.
이곳에서 보는 전경은 언제나 좋다.
날이 궂으면 운무낀 풍경이 좋고, 날이 좋으면 파란 하늘과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한강이 펼쳐져 있어 좋다.
조망대 아래 쪽엔 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눈 들어 멀리 조망하니 왼 편으론 예봉산과 예빈산, 오른 편으론 검단산과 남한산성이 보인다.
비가 올듯한 날씨라 선명친 않지만 운무 낀 전경이 나름 수수하고 단풍이 깃든 산아래 풍경이 아름답다.
조망대부터 한강을 끼고 아름다운 오솔길이 펼쳐진다.
오른쪽엔 한강이 흐르고 왼쪽엔 형형색색의 단풍이 눈을 희롱한다.
아차산과 한강의 적절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과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길은 환상 그 자체다.
그 길의 왼편 암반지대엔 고풍스런 절 하나가 눈에 띈다.
범굴사다.
범굴사(대성암)는 통일신라의 승려 의상이 창건한 사찰로 의상대사가 수도하던 자리 뒤의 바위 구멍에서 쌀이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공양을 했는데, 더 많은 쌀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누군가 구멍을 넓히자 타버린 쌀과 뜨물이 7일 동안 흘러내린 뒤 쌀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는 쌀바위 설화가 전해진다.
범굴사를 지나 가파르게 내려가다 올려치니 돼지코 바위가 나온다.
길 중앙에 돌출된 바위에 눈과 코를 등산객들이 가며 오며 인위적으로 만든 모습이 영락없는 복돼지로 익살스럽다.
여기서 복돼지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찰칵.
돼지코 바위부터는 아차산 구리둘레길 코스 중 가장 힘들고 전망이 좋은 암벽코스로 이 코스를 숨가쁘게 오르다가 내리막 길에 숨을 고르면서 걷다보면 인절미 바위가 보인다.
타원형의 형태에 가운데가 칼로 벤 듯이 1자로 잘려져 인절미가 연상이 된다.
자연적으로 갈라진 것 같지도 않고 예까지 와서 일부러 기계로 자른 것 같지도 않아 지금도 궁금하다.
왜 저렇게 잘렸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숲길을 오르니 아차산 4보루다.
보루란 튼튼하게 쌓아놓은 진지를 말하는데 아차산과 용마산에는 20여 개의 보루가 있으며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보루가 4보루다.
4보루에서 휴식을 취한 후 용마산으로 출발~~
용마산 가는 길은 긴고랑 분기점을 지나 두 개의 봉우리를 넘는데 한 봉우리를 넘으면 오른 쪽으로 망우리 가는 분기점이 있고, 또 한 봉우리를 넘으면 헬기장이 나온다.
헬기장에서 숨을 고르며 내려가다 힘껏 오르니 오늘의 목적지인 용마산 용마봉(348.5m)이다.
용마봉 아래로 쫙 깔린 활엽수들이 또 한 살을 먹으려고 몸살을 하는지 바람결에 이파리를 우수수 떨구고 있다.
"낙엽 떨어져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더라"라는 경구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또 한해가 가는구나.
용마산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아까 지나쳤던 아차산 4보루로 회귀.
4보루 부터는 아차산 정코스인 산등성이를 따라 하산이다.
4보루에서 양 옆에 깔린 소나무 숲을 지나 3보루에 오니 아차산 정상(295.7m) 표지목이 보인다.
이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한 후 다시 아차산 2보루, 5보루, 1보루, 해맞이 광장을 차례로 지나니 아차산 입구가 우리를 반긴다.
3시간 반의 산행이 끝나자 오늘의 숙제를 마친 듯 몸과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오르는 길은 더디고 힘들지만 하산길은 무얼 느낄 새도 없이 금방이다.
우리네 인생도 산행 길과 마찬가지 아닐까?
뒹구는 낙엽을 밟으며 걷는 하산길의 감회에 "낙엽"이란 자작시 한 편 올려본다.
<낙엽>
여름 잔치의 찌꺼기
나무가 뱉어 낸 토사물
뒹구는 낙엽에게도 한때는
찬란한 영광이 있었다
햇빛은 그를 위해 존재했고
나무는 그를 위해 자랐으며
사람은 그 그늘 밑에 쉬었다
부귀 영화, 다 부질없는 것
언젠가는 낙엽처럼
스러져 가는 것이라는 걸 보여주려
메마른 영혼은
겨우내 몸을 뒤틀며 바스락거린다
아차산에서 허기를 달래줄 '오지마을' 식당으로 직행~~
능이버섯 오리백숙에 초록색 이슬이 한 잔 걸치니 오늘의 피로가 봄눈 녹듯 싹 가신다.
우리가 수십 조를 가진 삼성의 이건희나 현대의 정주영이 부럽지 않은 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삶이 좀 남루하더라도 목숨을 부지하는 것보다 더 큰 복은 없습니다.
하루 종일 TV는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 노래 · 춤 · 연속극 등을 선사하고, 하늘 · 바다 · 산 · 강 등 세상 모든 것은 내가 누리기 위해 존재합니다.
우리 모두 청원산악회에 열심히 참석하여 체력을 기르고, 많이 보고, 많이 느끼면서 오래도록 즐겁게 삽시다.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의 산행 개요)
ㅇ 참석 인원 : 34명
ㅇ 소재지 : 서울 광진구 와 경기 구리시 일원
ㅇ 산행코스 :
광나루역 1번출구→ 광장 중학교→ 아차산 생태공원→ 들머리 아차산 동행숲길→ 아차산성→ 낙타고개→ 구리둘레길 1코스→ 범굴사(대성암)→ 돼지코 바위→ 인절미 바위→ 아차산 4보루→ 용마산→ 아차사 4보루→ 아차산 정상→ 해맞이 광장→ 아차산 입구 (왕복 약 9키로, 3시간 30분 )
첫댓글 참으로 글도 잘쓰고 ,맛갈나는 표현, 지나는 장소 마다 설명이 정말 멋진 산행기 감사드리고 수고하셨네요.
산행기를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