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기짐에 대하여 / 최경옥
허기진다는 건
채워지지 않은 그 무엇
섣부르게 내뱉은
가치 없는 투정과
중심을 놓쳐버린
분주하지만 빈 발걸음
불러도 듣지 못하는
단절의 아린 상처
무의식 어디엔가
매지구름*으로 잠복중이다
폭우로 쏟아내는
근원에 대한 목마름
지극한 허기짐을
나는 여전히 사랑한다
* 매지구름 : 비를 머금은 검은 조각구름
------------------------------------------
먼지를 닦아내며 / 최경옥
소멸이란 없다
티끌로 서성거리며
살아있는 자들의
관심 밖 시간을
묵묵히 지켜볼 뿐
세상 어디쯤에서 살다
메마른 눈물 잠재우고
티끌로 돌아가
어딘가에 존재하는
아픈 이름의 흔적
젖은 걸레를 집어 들고
창틀에 납작 엎드린
먼지를 닦아 낸다
창틀에 깊게 박힌
시간의 흔적을 훔쳐 낸다
-------------------------------------
들풀에게 / 최경옥
한때는
꽃이 되고 싶었다
사막의 꽃처럼
뒤틀린 아픔 속에서도
살면서 만나는 고난도
진한 향기가 된다고 믿었다
꽃으로 살아갈 수 없는
얼어붙은 계절
홀로 일어서는 깃발처럼
밤새 눕지 못하는
생(生)의 투지
화려한 이름 하나
욕심내지 않고도
그대 삶이
꽃보다 아름답다
실은 눈물 나게 향기롭다
---------------------------------------
최경옥 시인 프로필
「모던포엠」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충주문인협회 회원.
시집 「기쁨꽃」 동인지 「바람타는 하늘에」 「존재의 흔적을 넘어」 등 다수
첫댓글 최경옥시인님
멋진시들~~
시에 흠뻑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