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귀로 듣다 / 박수중
갈수록 난청이 진화進化 하며
세상의 소리들이
물속에서 기어 나온다
소리가 물의 떨림으로 나에게 도착한다
물속을 유영하며
달팽이관이 아닌 눈으로 피부로
나는 온몸이 물고기의 귀가 된다
미끈미끈 충만한 물의 흐름으로
소리의 정서情緖를 엿본다
공기 진동의 소리들은 멀어지면서
오랫동안 잊고 있던
흘러간 시간에 익숙한 소리들이
먼 바다에서 찾아온다
어디엔가 숨어 있던
낯익은 호소呼訴들이다
나와 인연 있던 미망未忘의 소리들이
나에게 물보라처럼 속삭인다
- 시집 『물고기 귀로 듣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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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 시조
물고기 귀로 듣다 / 박수중
이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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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14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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