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더워지는 날씨지만 아이들과 함께 또 다른 삶의 작은 추억을 만들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아이들과 함께 찾은 곳은 전북 고창에 있는 상하농원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6차 산업이 활성화 되고 있다. 6차 산업은 1, 2, 3차 산업을 복합해 농가에 높은 부가가치를 발생시키는 산업으로 도시에 비해 낙후 된 점과, 시장개방에 따른 일반적인 농수산업으로는 농가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는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산업이다. 예를 들면 '농촌체험, 팜스테이마을 활성화, 목장체험, 농원체험 등'이 바로 6차 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체험을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체험장 직원들 혹은 도우미들은 해당 마을 및 주변의 지역 사람들이다. 경기 안성의 인처골마을에서는 80이 넘은 어르신이 오토바이를 운전하며 체험활동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자칫 활기를 잃고, 어려움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삶의 근본인 농촌에 이렇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6차 산업인 셈이다.
오늘 우리 가정이 찾은 상하농원은 몇 년간의 준비 단계를 거쳐 지난 2015년 9월에 문을 열었다. 농원 인근에 바다가 있어서인지 더운 날씨였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의 향기가 묻어 나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보리가 싱그러움을 더해 몸과 마음에 정화가 되는 듯하였다.
우리 집 세 공주들은 신이나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구 쪽에 있는 젖소 그림판으로 달려가 얼굴을 내밀고 사진을 촬영해 달라고 야단이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들에 참 관심도 많다. 더욱이 이렇게 처음으로 농원이라는 곳을 왔으니 그 기분이 이해가 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입구에서 나눠준 약도를 바탕으로 먼저 빵 공방을 찾았다. 구수한 빵 냄새가 공방을 가득 메웠는데 건물자체가 한옥이여서 그런지 더욱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빵 공방 안에는 세 명의 농부들이 있었다.(이곳에서는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농부라 칭함) 1시간 뒤에 빵 만들기 체험이 있다는 설명과 우리 밀로 만들 빵을 시식해 볼 수 있다고 하였다. 아이들과 함께 맛있게 여러 가지의 빵을 맛 볼 수 있었다.
바로 옆으로 연결된 발효공방으로 이동했다. 이곳도 아직 체험시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발효공방 담당 농부와 함께 콩 옮기기 게임을 할 수 있었다. 1분 이내에 많은 콩을 옮기면 상품도 주는 게임이었다.
그 다음은 과일공방으로 향하였다. 아쉽게도 우리가 가자마자 체험이 종료되어 또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담당 농부가 여러 가지 과일로 만든 잼 통을 꺼내 주면서 우리 밀로 만든 빵과 함께 마음껏 시식을 하게 해주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과일 그림을 그려 색칠하는 체험도 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방금 체험이 끝나서 힘들 텐데 일부러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줘서 참 감사했다.
과일공방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오자 대각선 방향으로 동물 농장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아이들은 뛰기 시작했다. 무슨 걸음이 그리 빠른지 어른인 아빠도 따라 갈 수 없을 정도였다. 동물농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우리 집 세 공주들은 먹이를 들고 젖소, 송아지, 염소 등에게 주고 있었다. 생전 처음으로 이렇게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는 것이 신기해서인지 웃지도 않고 정말 진지한 표정이었다.
담당 농부께서 이곳저곳을 다니며 아이들에게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먹이 주는 방법, 각각 동물들의 이름과 성격 등에 대해 알려 주면서 아이들 그리고 어른들과 친근하고 재미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니 돼지를 처음 보았는데 그것이 제일 신기했던 것 같다.
동물 농장에서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서 수제소시지 만들기 체험장으로 향하였다. 시간이 조금 남았는데 다행히 앞마당에 낙서 공간이 있었다. 길바닥에 아이들이 모여 분필로 온갖 장난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열심히 땅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이름을 쓰기도 하였다.
그러고 보면 아빠인 나도 어렸을 적에 친구들과 길바닥 위에 분필로 낙서를 하거나 게임을 하면서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지금의 아이들에게서는 그러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낙서놀이가 끝이 나자 드디어 수제 소시지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었다. 각종 도구를 이용해 처음으로 소시지를 만들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었다. 다 만들고 나면 1시간 가량을 직접 삶아서 주는데 나중에 집에서 먹어 보니 조금 짠맛이 났다. 아마 아이들이 양념을 할 때 잘 섞지 않고, 소금 등을 마구잡이로 넣어서 그런 것 같다.
소시지 만들기 체험이 끝나고 주변을 산책하며 오늘의 체험을 마무리하였다. 이곳에 오기 전 머릿속으로 그렸던 커다란 농원은 아니었지만 오밀조밀 여러 가지 체험과 정성이 담겨 있는 곳이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길 아이들에게 가장 즐거웠던 혹은 기억에 남는 체험을 물어 보자 모두 송아지에게 먹이 주기였다고 한다. 살아있는 동물을 직접 보면서 자신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 그 모습이 참 신기했나 보다.
내 기억 속에도 7살 무렵 외갓집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집 마당에 작은 송아지가 눈을 멀뚱멀뚱 뜨며 나를 바라보던 그 모습이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 자체가 참 정겹고, 때로는 그리워지는 기억이다.
요즘은 이런 경험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그때의 기억이 더 아쉽게 느껴지나 보다.
서울에서 고창은 가까운 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참 의미 있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또 새로운 체험을 하고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과, 열심히 우리 농촌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몸소 느끼면서 분명히 우리의 농촌은 발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현장을 우리 아이들과 함께 해서 참 기분이 좋다.
* 상하농원 관련 정보
* 체험 시간표
* 체험 비용
* 위치 및 기타 정보 관련 홈페이지 참조
http://www.sanghafarm.co.kr/sanghafarmFront/main/main.do
글 10기 통신원 박찬홍
[출처:여성가족부 플러그]
http://blog.daum.net/moge-fam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