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비탁구인들의 여러 평가부터 시작해서 탁구 동호인들의 애정어린 댓글까지 각종 매체에 올라온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분은 글을 쓰시기를 우리 여자 탁구가 너무 수비에 치중하는데, 수비가 좋은 것도 좋으나 공격을 못 하면 이기기 어려우므로 처음 가르칠 때는 수비 위주로 가르치다가 나중에 선수가 수비에 능숙해 지면 그 다음 부터는 공격 위주로 가르쳐야 중국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글을 올리기도 하셨더군요. "대략 난감"이란 말이 딱 맞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또 한번 조명을 받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것은 중국의 귀화 선수들을 받아 들이는 문제에 대한 주세혁 선수의 지적을 유념할 때 더욱 가치가 있어지는 의견입니다.
바로 중국인 코치 영입에 대한 의견들이지요.
중국에서 선수를 수입해 귀화시키는 방식으로 중국을 이길 수 없고, 한국 선수들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중국인 코치를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견해에 대해서 아래와 같은 문제들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1. 용품의 문제
개인적으로 여러 국가 선수들이 참여하는 훈련 캠프를 몇 차례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 코치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들을 수 있었던 솔직한 평가들을 고려할 때 중국 코치가 가진 첫 번째 문제는 용품과 전형의 문제입니다. 중국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는 아시다시피 점착성이 있는 러버들이고, 국가 대표 선수가 사용하는 러버들은 점착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반발력이 높으나 그런 러버를 시중에서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인 코치들이 어렸을 때부터 사용해 온 러버는 그러한 점착성이 강한 러버들이지요. 점착성이 강한 러버들은 상대적으로 수평 스위과 대상 플레이가 장점이지만 중진으로 밀렸을 때는 공이 뻗지 않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반면 국가 대표들이 사용하는 특수 처리된 러버들은 전진에서도 좋고 중후진에서도 물론 좋습니다. 저도 어렵게 20여장의 중국 국대 러버를 구해서 시타하고 판매한 바 있는데, 일반 러버와의 차이는 현저합니다. (그렇지만 현재 제가 구한 러버도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사용한 러버와 같은 수준은 아니고 그 이하의 수준입니다. 올림픽에서 실제 사용된 러버와 같은 수준의 러버는 번호를 매겨서 사용한 이후에도 회수되기 때문에 중국의 해당 선수 외에는 어느 선수도 가질 수가 없는 러버입니다. 탁구닷컴에서 판매되는 러버는 그 바로 밑의 버전 러버로, 이 역시 일반적으로 구할 수는 없는 특수한 러버입니다. 혹시나 오해가 있을 수 있어 이 자리에서 밝혀 둡니다.)
바로 이러한 용품의 차이로 인해 중국 선수들이 훈련하는 방식은 여러 면에서 타 국가와는 다릅니다. 대상 플레이를 중시하는 면이 있는 데다가 러버의 특성을 감안하다 보니 타 국가에 비해서 좌우로 종종 거리면서 계속 해서 빠르게 때려 대는 중국 특유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 선수들이 배워서 사용하고 있는 스텝, 스윙 등을 실제로 타 국가 선수들이 그대로 흉내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우선 그 전형을 배우려면 그 러버로 바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뭐든 궁극에 가면 다 통하고 비슷하리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탁구의 경우 중국과 한국의 차이는 현저합니다. 한국은 일본식 펜홀더 선수들이 주도했던 국가이므로 기본적으로 제 자리에서 돌아서서 백핸드 공을 포핸드로 잡아 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또 그러한 박자로 타이밍을 빼앗으려면 앞 뒤로 발을 움직여 공간과 시간적 여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 선수들의 스텝은 기본적으로 어느 나라보다도 화려하고 앞 뒤 공간을 염두에 둔 큰 스텝이 많습니다. (물론 오상은 선수는 상당한 예외입니다. 오상은 선수는 전형적인 유럽형 스타일에 발을 많이 쓰지 않지요.)
그래서 어린 선수들을 데려다가 볼 박스를 하는 것을 비교해 보면 한국 선수들의 발놀림은 매우 다양하고 또 놀랍도록 화려하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중국 선수들은 뒤로 물러나는 일이 적기 때문에 그런 큰 스텝을 연습하지 않지요.
또 유럽 선수들의 경우도 최근 중국인 코치들을 많이 영입했는데요, 그 결과 달라진 면들이 많이 보입니다.
공을 앞에서 잡고 좌우로 종종 걸음을 치면서 물러나지 않는 형태의 전형으로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스타일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드라이브에서는 중국 선수들처럼 하지를 못 하지요.
기본적으로 테이블 밖으로 나오는 공을 강하게 잡기 편한 것이 일반적인 러버들이고 수평 스윙에서의 적중율이 중국 러버만큼 따라와 주지 못한다는 점이 하나의 이유가 될 것입니다.
물론 그 외에도 체형이나 체력적인 면, 근육의 차이 등등, 세세한 이유들은 많이 있겠지만, 유럽 선수들이 중국인 코치를 영입해서 얻은 것들이 정말 중국 스타일로 바뀌는 큰 장점을 취했다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 박자를 놓치는 듯 보이더라도 강력한 드라이브와 유연한 연타 플레이로 세계 탁구를 주름잡았던 발트너, 페르손의 시대보다 후퇴한 듯 보이는 면이 있지는 않은가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나라의 경우 중국인 코치를 유입한다면 기본적으로 용품 역시 중국 러버로 갈 것인가의 문제가 관건일 수 있습니다.
중국 러버를 사용하는 선수는 코치가 누구건, 중국 러버의 특성에 맞춰 자신의 전형을 갈고 닦아 나갈 것이고, 반면에 중국 러버가 아닌 다른 러버를 사용하는 선수는 중국인 코치가 가르쳐 주는 것대로 했다가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가 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크로아티아 주니어 대표팀 감독과 예전에 훈련 캠프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그런 얘기를 들었습니다.
실제로 선수들을 중국으로 보내보니 뭔가 배운 듯 하긴 한데 써먹지를 못 한다고 말이죠.
그러나 우리 나라에 와서 훈련을 하면서 배운 것들은 매우 유용하게 실전에 활용된다고 했습니다.
그 감독 의견은 러버의 특성이 배우지 못할 기술 영역을 만든 것이 아닌가 하더군요.
저 역시 크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중국인 코치 영입에 대해서는 중국 러버를 우리 선수들이 사용할 것인지의 문제가 걸림돌이구요,
그렇게 했을 경우 우리는 계속 B급 러버로 플레이하고 중국 선수들은 우수한 A급 러버로 싸울 것이라는 점을 영원한 숙제로 안고 가야 할 것입니다.
(위의 글에 대해서 중국인 코치를 영입하되 용품 특성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 외의 것들을 배우면 되지 않겠는가 생각하실 분들이 계시겠지요. 그 분들은 이하의 글들을 추가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심도있는 의견이네요
많이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
으음~~. 잘 읽었습니다. 최상급의 중국러버는 결국 유출되지 않는다는 것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구한 국대 러버도 매우 귀한 것이죠. 실제 시타해 본 결과 공이 탁구대 위에서 첫 바운드 되면서 솟아 오르는 각도가 놀랍도록 높습니다. 구질 자체가 전혀 달라요. 대부분의 경우 회전이 많으면 공이 낮게 깔리기 마련인데, 이 러버로 드라이브를 걸명 공이 펑 솟아 오릅니다. 한국 선수들이 중국 러버를 타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굳이 중국러버 쓸 필요 없죠..우리나라 선수에 맞는 특주러버를 만들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우리 특주러버를 만들면) 좋겠습니다만, 개발이 쉽지는 않겠지요???
그렬려면 dhs처럼 국대만을 위해 개발을 해야하지요. 그리고 철저히 관리를 해야하고 국가적 지원도 필요하겠지요... 아주 힘든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러버에 대해서는 중국, 독일, 일본, 3국 외의 국가에서는 개발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는 분야입니다. 새로 도전한다면 상당한 시간과 자본, 노력이 필요할텐데..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재력도 재력이지만 한국의 시장 사이즈가 충분하지 못해서 쉽지가 않습니다. 될 수만 있다면 참 좋겠는데요... ^^ 저 역시 현재 넥시 러버 개발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만, 중국 국가 대표팀을 누를만한 러버를 생산한다는 것은 참 요원한 꿈 같네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눌렀습니다. ^^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하긴 하겠지만 아디다스나 윌슨같은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들이 탁구시장에 뛰어든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 되겠네요. 다른 용품 회사에 비해 역사는 짧지만 제품개발을 할 수 있는 인력, 자본, 인프라는 확실하게 가지고 있을테니까요. 최근 아디다스에서 신제품들을 쏟아내는 속도를 보면 대단히 빠르면서도 일목요연하게 연결지어 발전하고 있다는것을 느낍니다. 물론 범용성이 높아지면 중국 선수들도 용품파악이 쉽긴하겠지만 그래도 절대적 퀄리티가 올라간다는건 중국의 용품에서오는 어드밴테이지를 상당부분 잠식할 수 있지않을까요?
글쎄요~^^
장이닝을 여자국대코치로 !!! 장이닝은 비점착성 러버사용자니까요..
~^^
잘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동감합니다 좋은글이네요 ~
감사합니다~^^
러브를 특별히 제작 못하게 제한을 두는 것이 낳겠군요..누구나 구입 할 수 있는 러브로 사용하는 것이지요.
~^^
세계양궁협회가 우리나라의 양궁 독주를 막기 위해서 게임룰을 계속 바꾸고 했는데 탁구도 중국러버가 그렇게 특별하고 독보적으로 우수하다면 중국을 견재하기 위해 러버는 세계에서 시판되고 있는것으로 하는걸로 규정을 바꾸면 될 것 같습니다.
힘들겠죠???
러버에 대한 규제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실질적 움직임이 있었지요. 바로 피드글루잉 금지입니다. 중국의 점착식 러버는 스피드글루잉을 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용이 어려우니 중국선수들에게 불이익이 크리라고 다들 생각했지요. 그런데 실제 결과는 정반대였어요. 중국은 부스터와 그에 적합한 최상위 러버를 개발해냈고 유럽은 그 뒤를 캐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지요~^^ 지금도 중국 선수들이 재빠르게 반사이익을 누리게 된 것을 두고 ITTF가 중국편인가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규정이 어찌되었건 이기는 탁구를 위해 노력하는 중국팀의 노력탓이죠^^
폭 넓은 고뇌가 묻어나는 듯 하네요!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2.10.04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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