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트이는 10월을 고대하며

[박동환]

  또다시 10월 초하루의 고맙고 감사한 아침이 열립니다.

  산을 오르는 사람에게는 발끝에 인생이 있다고 합니다.

  울진군 서면 왕피리 속사마을로의 나들이는 오랜만의 산행이어서 다소의 설렘과 산에 대한 그리움의 여정이었습니다.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한다는 요산요수의 의미를 늘 마음에는 자리하고 있었고 '군중 속 고독'은 마음을 가난하게 만들지만 '자연 속 고독'은 때로 마음이 충일(充溢)한 경지에 이르게 해준다는 믿음으로 나선 계곡 산행이었습니다.

  왕피천계곡의 가을날 맑은 물을 들여다보며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어디로 흘러가는지 시작도 끝도 없이 흐르는 계곡물에서 세월의 흔적을 줍고 왔습니다.

 동심으로 돌아가 계곡물에서 다슬기와 눈마춤하는 어른들의 순수함도 그곳엔 있었습니다.

  가을은 단풍의 향연을 위해 하늘에다 뭉개 구름과 솜사탕, 강아지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치마를 갈아입을 준비도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가치관의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어느 쪽이 바른길인지의 판단 문제는 고사하고 상호 모순되고 때로는 정반대의 가치관이 공존하는 어지러운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를 우습게 여기면서도 나라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해 줄 것을 요구합니다. 자신의 책임과 의무는 게을리 하면서 툭하면 모든 것을 해내라고 합니다. 모든 것이 나라 책임이고 정부 탓이고 대통령 잘못이라면서 자신들은 정작 나라의 소중함과 대통령의 고뇌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는 걸핏하면 자기주장만 내세우면서 타협과 양보, 다수에의 승복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세월호'라는 마패만 있으면 대한민국에서 자신들을 보호하고 지켜 주어야한다는 식의 어느 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발상을 하고 있습니다.

  4·16 참사 이후 희생자와 유족을 애도·위로하던 국민이 피로감을 느끼고, 더러는 ‘반(反)세월호 정서’까지 내비치고 있나 봅니다. 세월호의 양대 현장인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에서 일주일 전에 각각 일어난 일은 상징적입니다.

  안산상인연합회 소속 상인들은 “세월호 플래카드로 영업에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다”철거 시위’를 벌이기로 하자 유족 측이 하루 앞서 자진 철거를 약속하자 그 시위 계획을 이날 철회했다고 했습니다.

“사고 난 지 6개월째 되니까 유령의 도시가 돼버렸다”는 게 솔직한 표현이라면서.

또한 진도도 다르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대책위원회는 “체육관을 숙식 장소로 더 점유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것이 군민의 입장”이라며 “지역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임시 거처를 옮겨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는데 오죽하면 그동안 헌신적 봉사를 해온 진도군민들이 이런 호소까지 하고 나서는지를 누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해야 하는지를 국민들은 알고 있습니다.

‘노란리본 완장’에 도취해서 안하무인격인 대책위 집행부의 대리기사 폭행 사건을 지켜보면서 그들의 뻔뻔하고 거짓된 행동에 국민들은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사회의 지도층에 있다는 그들은 평생 많은 것을 희생하며 한 점 흠결 없는 커리어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런 그들이 거의 정점(頂點)에 도달했을 때 왜 갑자기 자기 파괴적인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의아하기만 합니다. 전직 국회의장, 현직의 지검장의 성추행과 성도착증 음란행위, 왜소하고 연약하다는 여성 비례국회의원의 앙칼지고 표독스런 말투 폭력현장에서의 위세와 약자에 대한 거만함.

'밧세바 신드롬'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 현상을 설명하는데 국민에게 사랑받던 유능하고 현명한 다윗 왕이 유부녀인 밧세바에 빠져 계속 잘못된 결정을 내리며 파멸해 가는 과정이 모든 것을 다 이룬 현대의 성공한 지도자들이 저지르는 도덕적 해이와 비슷하다는 것이라는데....... 

  저와는 동떨어진 애기이긴 하지만 1962년생을 전후로 직장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 법 개정으로 종업원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2016년 1월부터, 300인 미만 중소기업과 지자체의 모든 사업장은 2017년 1월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됨에 따라 생겨난 풍속도입니다.

  여기에도 여전히 세대 간의 갈등과 집단 이기주의가 팽배합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다거나 다양한 근무형태가 가동될 수 있는 근로환경 개선이 따라주지 않으면 정년 60세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 있음이 뻔 한 사실입니다. 정년을 늘리는 대신 기업의 임금 부담을 줄이는 노사 상생의 틀을 마련할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62년 이후 출생한 근로자들은 임금피크제와 같은 새로운 체제 도입을 반대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 곳곳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아우성인데 고용 기회를 나눌 것인지, 적은 임금의 단시간 일자리를 감내할 것인지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습니다.

  이른 아침거리에 서면 거리는 온통 쓰레기 더미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입에 물고 다니다 버린 빨대가 꼽힌 플라스틱용기가 쓰레기 봉투 위나 주변에 널려 있습니다. 담배꽁초도 정말 너무나 많이 거리에 널려있습니다.

 누가 대한민국을 이렇게 무질서한 나라로 만드는 것인지. 우리들의 생각 속엔 어떤 도덕적 가치관이 자리하고 있는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몇 해 전 부산 서면 특화거리의 쓰레기 난장판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하루를 청소를 하지 않은 상태로 두기로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모든 시민들에게 거리가 얼마나 엉망인지를 느껴보자는 취지에서인데 사진에서 본 불법 전단지와 담배꽁초 널부러진 쓰레기 더미를 보고서는 아연 질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그 참담함.

그랬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쓰레기 천국입니다. 부산은.

1. 다행스럽다고나 할까. 어느 신문에서 읽은 기사의 내용이다.

“세월호라는 국가적 비극은 대한민국 어머니들에게 '내 자식에게 사람 됨됨이부터 가르쳐야겠다'는 깨침을 줬다. 이 각성(覺醒)이 반짝했다 사그라지는 감상일지, 아니면 지속적인 신념으로 굳어질지에 이 나라 먼 장래가 달려 있다. 국가 개조의 열쇠는 5년 왔다 가는 대통령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길러낼 어머니들 손에 쥐어져 있기 때문이다.”

한 가정도 그러하거니와 대한민국의 미래는 오롯이 어머니들의 생각에 의해 흥망성쇠의 열쇠가 달려있습니다.

1. 이것도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은 여야 협상안에 거부 입장을 밝혔다. 유족들의 입법권 침해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게 국민대다수의 생각인 것 같은데 입장의 차이가 있는 것 같고 보상이냐 배상이냐의 문제와 더불어 특검후보 추천 과정에 유족참여 문제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주목해야 할 것은 세월호법을 정부조직법과 유병언법까지 패키지로 묶어 다음 달 말일까지 처리하기로 하였다는데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10월 탁상일지의 휴일은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온통 결혼식의 일정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다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흔적에 대한 결과물을 내어놓으려는 듯 환한 웃음들로 나를 반겨줄 듯한 모습들이 다가옵니다. 세월은 참 빨리도 흐르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초조함이 가을 속으로 묻힙니다.

 10월은 나름대로 분주한 나날일 것 같습니다.

  늘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에 감사함을 전합니다. 10월에는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10월 초하루에

                                          세금나라 박 동 환 올림

[一雨]

대통령이 좀 넓은 마음을 가지면 더 좋겠습니다.
녹색기후기금 같은데에 1억불 지원하는 그런 넓은 마음을 제발...

[박동환]

대통령은 대통령일 뿐.
일우님 말씀처럼 좀 더 후덕하고 통큰 모습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말로만 그치지말구~~~

[회야강변]

감사합니다 ...

세월호 유가족들 이제 처다만봐도 스트레스 받습니더....

[박동환]

회야강변님!
그러려니 하고 삽시다.
유가족들이 문제가 아니고 새정치인지 헌정치인지가 더 문제입니다.

[성산(珉雨)]

ㅠ ㅠ 다.....그자

[성산(珉雨)]

지기님을 비롯한 나라님 시월에 만사형통 하시고 건강 하십시요...~~~..

[박동환]

성산님도 땀흘리며 보람찾는 10월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