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선흘리에서 바라본 오름(2011년 7월 16일 촬영)
우진제비오름
제주도 조천읍 선흘리에 우진제비오름이라는 작은 기생화산이 있다. 정상이 해발 410m 정도되고 하단에서 올라가는 높이는 126m가 된다고 한다. 이 오름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거문오름 옆에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거문오름이 국제트레킹이라는 행사를 하고 있어 매우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있는 것에 비해 거의 인적이 없는 편이었다. 거문오름 주차장 옆 동 오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 선인분교를 거쳐 콘크리트길을 가다 보면 우진제비오름 표지석을 만나게 된다. 표지석을 끼고 한적한 소로를 따라 10여분 걷다보면 산책로 입구에 다다른다. 산책로는 최근 잘 조성되어 있었다. 거문오름 개발에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는데 아마 푼돈이 남아 혜택을 받은 것인지도 모른다.
우진제비오름의 명칭 유래가 분명치 않다. 공식적인 설명은 없다. 다만 오름의 형체를 멀리서 보면 날아가는 제비같다고 해서 제비란 이름이 붙었다느니 또는 소를 가둬놓은 장소이기 때문에 우진이라고 불렸다느니 하는 추측성의 글이 보인다. 아뭏든 이름은 꽤 괜찮은 편이고 지형 또한 좋다. 산세는 동북쪽으로 트인 말발굽형 오름인데 한라산을 등지고 두 다리를 힘있게 뻗친
모습이고 안 쪽 깊숙한 곳에 샘이 솟아 물이 풍부했다. 오름의 트인 앞쪽인 선인동 인근이 음기가 무성한 곳이고 습지 식물이 잘 자란다고 하는 유래에 상당한 근거를 주는 요인이 아닌가 싶었다. 물도 시원했고 제주도에서는 보기 어려운 "샘과 바가지"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샘 아래 연못에는 올챙이가 말 그대로 매우 많이 꼬물거렸다.
우진제비오름의 산책로는 돌 계단을 비롯하여 타이어 고무줄 및 밧줄 등으로 잘 만들어져 있으며 아직 훼손된 부분이 없다. 오름의 하단부분에는 삼나무가 무성하게 식재되어 있지만 정상쪽으로 오르면서 각종 수목이 분포되어 있었다. 수없는 종을 매달고 있는 때죽나무를 비롯하여 열매를 익혀가고 있는 산딸나무, 한창 꽃이 피어있는 자귀나무, 작은 열매라도 보여주려는
보리수나무와 덜꿩나무, 그리고 상산, 큰쥐똥나무, 정금나무, 비목, 누리장나무, 예덕나무, 참빗살나무, 좀작살나무, 서어나무 나아가 덧나무와 소태나무 등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자생하고 있었다
어찌 나무 뿐이랴. 산제비나비가 춤을 추고 섬직박구리 등 다양한 새들이 노래하는 가운데 맥문동과 고삼 및 비비추 등 수 많은 들꽃 들이 활짝 피어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름이 요란하고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거문오름과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수준 높은 트래킹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찾아 보길 권장하고 싶은 장소이다.
글 : 시인 유유, 사진 :서정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