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파이팅!!!
- 구리6기 서정림-
텔레비전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프로그램의 일부인 동영상을 보았다. 유치원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에는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여주고, 다른 한 그룹에는 슬픈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비디오를 본 후 집중력을 테스트하는 게임을 할 때 어떤 그룹의 아이들이 더 잘 집중하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실험결과는 재미있는 비디오를 보았던 그룹의 아이들이 집중력이 높았고, 학습효과도 슬픈 비디오를 보았던 그룹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다. 즉 기분이 좋은 상태일 때 집중력과 학습효과가 증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나는 지난달에 있었던 2학년인 둘째 나연이의 공개 수업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학부모 참여 공개 수업이어서 평소에 볼 수 없었던 내 아이의 수업을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아이의 담임선생님께서 수업을 하시면서 아이들에게 친구에게서 ‘거친말 또는 고운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발표를 하게 하셨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욕을 들었을 때, 친구가 놀렸을 때 기분이 나빴다고 발표했다.
드디어 나연이가 발표할 차례가 되었다.
“나연아, 나연이는 친구한테 거친말이나 고운말을 들은 적이 있니? 그때 기분은 어땠어?”
“선생님, 어젯밤에 엄마가 자로 손바닥 때렸어요.”
선생님은 미소를 지으시면서 “나연아, 지금은 고자질하는 시간이 아니에요.”라며 수업을 이어 나가셨다. 순간 교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고, 나연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 당황스럽고 창피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공개수업이 있던 전날 밤 아이의 책가방과 준비물을 확인하는데, 주말 내내 숙제를 하나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맘때쯤 한창 부모교육 강의를 듣고 왔던 터라 아이들에게 최대한 화를 내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지내는 중이어서 한동안 도를 닦으며 아이들과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주말 내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아이를 보고 순간 그동안 쌓였던 게 폭발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래서 나연이를 혼내면서 30cm 자로 손바닥을 세 대 정도 때렸는데 그걸 공개 수업 시간에 이야기 할 줄이야! 아직도 학부모 공개 수업 때를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나는 그 때를 떠올리며 수업을 들으면서 아침에 아이들이 즐겁게 학교를 갈 수 있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와서 큰아이와 작은 아이를 불렀다.
“서연아, 나연아 엄마가 오늘 수업을 듣고 왔는데 기분 좋게 공부해야 공부가 더 잘 된데. 우리 아침에 학교 갈 때마다 엄마랑 하이파이브 할까?”
“좋아. 좋아”
“기분이 좋거나 혹시 기분 나쁜 일이 있더라도 서연이 나연이는 꼭 엄마랑 하이파이브 하면서 파이팅 해야 학교 갈 수 있는 거다. 알았지?”
“무조건이요?”
큰 아이가 묻는다.
“어, 무조건 엄마랑 파이팅 해야 되.”
“알았어요. 나 꼭 할래요. 재미있을 것 같아”
아이들은 뭔가 신나는 일이 생긴 것 같다는 얼굴이었다.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파이팅!! 짝~”
요즘 아침마다 우리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이다.
첫댓글 와우~~~ 훌륭한 엄마네요.. 딸둘인가요? 2학년따님이 솔직하고 귀엽네요^^ 그래도 훌륭하게 아이들과 소통하고 계시니, 한수 배워갑니다^^
아주 엉뚱한면이 많은 녀석입니다..ㅋㅋ
ㅎㅎ 재미있어요~~~ 파이팅!!!
ㅋㅋ 남편이랑도 약속 정했는데, 잘 실천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