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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향한 처절한 외침!
영화 <변호인>을 두 번째로 관람했다.
불과 이틀 사이로 다시 보는 것인데도 영화가 주는 가슴시린 감동과 형언할 수 없는 먹먹함은 지금도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강렬하게 내 마음을 후벼온다.
영화를 보는내내 오늘날 우리가 겪고있는 이 유신스러운 시국, 아니 과거 유신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지금의 현상황과 영화가 보여주는 스토리 하나 하나가 소름끼치도록 흡사하다는 사실에 얼마나 개탄스러웠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곁에 그분이 계시지 않다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프고 분통했다. 현 정권에 정면으로 대응해 국민의 맨 앞에 서서 뜨거운 심장으로서 정신적 구심점이 되어주셨을 그분이 존재하지 않다는 것이 어찌 참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답답한 현실에서 진정한 국민의 변호인이 되어주셨을 그분은 지금 어찌 우리를 바라보고 계실런지...
철도노조의 총파업은 이 야밤에 불시로 처리된 정부의 수서발 KTX 노선 면허 인가로 인해 극한으로 치닫고 있고 이번 주말은 노동계와 시민연대의 대대적인 총파업 투쟁을 앞두고 있다. 이 나라는 그야말로 답이없는 막장으로 내달리고 있고 힘 없고 무지한 국민들은 뒤통수 제대로 맞고 그저 앉아서 당하는 꼴이다. 영화를 보면서 진정 이 나라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를 지켜줄 진정한 '변호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지, 어딘가에 존재하기는 한 건지 두렵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영화 <변호인>이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바로 '상식'이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란 곧 희망이 없음을 의미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상식과 희망이 없는 방향을 잃은 살인적인 폭주 기관차와 다름 아니다. 지금 이 사회에 정의는 살아있는지, 기본적인 도덕적 잣대는 존재하는지 영화는 우리에게 뜨겁게 되묻고 있다. 그리고 그 질문에 선뜻 답할 수 없는 우리는 그저 부끄럽고 서글픈 현실에 몸부림치는 불행한 대한민국 국민일 뿐이다. 2013년을 살아가는 우리는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풍전등화와도 같은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온몸으로 저항하고 있다. 가까스로 부여잡은 희미한 의지의 불씨마저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에게 희망은 존재하는가, 사람이 먼저인 사회는 아직도 요원한 것인가...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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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카라얀님...영화속 이에이치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속에 그 답이 있는것 같습니다.
네, 그렇잖아도 그 책 읽어보고 싶더군요. 그 속에 답이 있다니 찾아 읽어보겠습니다.^^
80년대의 어두운 기억을 생생하게 되살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보고 나서 나오자마자
와인이 아닌 쓴 소주 한 잔을 선술집에서 아니 마실 수 없더군요.
이 영화에 증거물로 비춰진 책들, 오랜만에 반가웠습니다.
과거 널리 추천되던 필독서들이었고 저도 저학년 때 모두 읽었던 것들.
특히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는
이미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이 첫 수업 시간에 추천해주셨던 겁니다.
칠판에 "역사를 무엇인가"라고 쓰시더니 한 시간에 내내 이에 대해 토론하게 하셨고
수업 마지막에 칠판에 적어주셨던 추천 도서.
(자랑하자면, 선생님은 저의 대답을 가장 높게 평가해주심)
이 분도 빨겅이?
나도 빨겅이?
저도 이 기회에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주문해서 읽어보렵니다. (이미 찜바구니에 넣어 두었죠.)
영화에서 송강호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서울대는 <역사란 무엇인가>를 필독서로 지정해 놓았는데 이 책이 불온서적이라면 판사님, 검사님은 불온단체 출신이시네요?"
영화 보고 나오면서 저도 쓰디쓴 소주가 생각났습니다. 위에 쓴 리뷰도 영화에 대한 여운이 너무 강해 잠도 안오고 해서 스맛폰으로 막 써내려갔던 것이거든요. 새삼 맘이 아파옵니다.
좋은 감상문 잘 읽었습니다. 음악 평 뿐 아니라 영화 평도 훌륭하시네요.
별말씀을요. 워낙 흥분해서 쓴 글이라 정작 영화에 대한 얘긴 전혀 언급하지도 않았네요. 사실 엄밀히 따지면 이건 리뷰도 아니죠. 답답한 마음에 대한 본능적인 성토일 뿐이에요.ㅎㅎ
부림 사건 실제 피해자들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군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617377.html
저도 서울에 와서 이 영화를 보았습니다.
답답한 마음을 안고 극장을 나왔는데 돌아가신 그 분의 젊은 시절 모습을 떠올리며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이 총체적 난국을 어찌 풀어가려는지 난감합니다.
답답함이 시원함으로 승화되어야 하는데 영화를 보고 나면 지금의 현실과 대비되어 더욱 답답해지는 느낌을 어찌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사회가 언제쯤 사람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