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회 송인헌 개인전
2023.10.4~10.13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2전시실
컬러의 들판
작가 송인헌의 작품 속 주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다루고자 한다. 그녀의 회화에는 재료뿐만아니라 특히나 색의
힘이 확고히 드러나 있다. 색이 커다란 형태 속에서 힘있게 화폭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로 풍경이나 가끔 정물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생동감 넘치고, 강렬하고 풍부한 색들을 색의 존재감과 힘을 담고 있다.
과거 몇몇 작품들은 형태적인 측면에서 더욱 '고전적'이다 구상적인 요소를 애써 없애지 않고도 추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점이 더욱 나의 관심을 끈다.
작가가 사용하는 색감들은 지중해, 실재 혹은 가상의 공간들에 위치한 풍경들의 자연적인 색감을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작가는 색조에 있어서 굉장히 제한된 색채를 사용하는데 특히 적색, 주확생 혹은 청색 계열이다. 청색은 종종 굉장히 어둡게
나타나며 녹색과 황색도 그러하낟. 거대한 단색이 눈길을 끄는데, 이 단색조의 화면들은 풍부한 색감의 명암과 농도 차이의
다양성을 동시에 담고 있다. 작가는 산토리니 혹은 풍경의 빛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지만, 풍경의 특성을 사라지게 한 눈부신
빛의 강렬함으로 우리로 하여금 순수한 사유로 빠져들게 한다.
몇몇 근작에서도 추상성이 더욱 두드러지지만 구상이 그 중요성을 잃은 것은 아니다. 사실 추상적인 부분과 구상적인 부분
사이에 존재하는 불균형에도 불구하고 조화로운 균형이 느껴진다. 그녀의 작품에는 서양의 형이상학과 같은 대립이 없고
보완성이 존재한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특성은 인간이나 동물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풍경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추상과 구상의 대립이 없는
것처럼 생물의 부재는 회화에 천착해온 작가의 고독을 보여주면서도 작가와 소통하는 새로운 동료이자 고행을 함께하는
캔버스, 붓, 색들이 그 충만함을 보완한다. 이것은 철학자 질 들뢰즈를 연상시키는 개념적인 존재와 흡사하다. 게다가 생물들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이미지를 풍부하게 하는 힘, 추상적인 형태들은 작가의 고된 작업을 드러낸다. 풍경 그 자체가 인간들의
노고가 오롯이 담긴 결과물이라는 것 또한 우리에게 일러준다. 화폭에는 전혀드러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드 넓은 단색조의
회화는 작가의 작업뿐만 아니라 당을 일구고 경작하는 시골 농부들의 노고, 집을 짓는 벽돌공의 수고, 도자기를 빚는 장인들의
노고등을 담고 있다.
송인헌 작가는 대립하는 것들의 세계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듯하다.
대신 보완성에 대해 사유하기 위하여 서양의 형이상학, 자연과 문화, 추상과 구상, 자연스러운 것과 인공적인 것, 존재와 부재
등의 대립을 넘어서도록 우리를 이끌고 있다.
장-샤를르 장봉 프랑스 미술 평론가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