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
2008. 1. 21. 파주시장 유화선
파주시 공무원은 요즘 한껏 자부심을 느끼고 있을 겁니다. 왜냐고요? 그동안 우리가 변화와 경쟁을 통해 강조하고 실천해온 것들 중의 상당부분을 새로 들어설 정부가 주장하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죠.
예컨대 ‘일중심의 사람배치’를 강조하고 있지만 파주시는 능력주의 실적주의 인사를 이미 실천했지 않습니까. ‘모든 대책이 구체성을 띠어야 한다.’고 강조 하고 있지만, 우리가 ‘구름 잡는 계획 만들지 않는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요. 제가 언젠가 말했죠. “거미줄로 방귀 싸는 계획 만들지 말라”고요. 계획은 구체적으로 짜라는 것이었습니다.
새 정부의 현장 확인 정책도 파주시에선 연필과 종이의 탁상행정대신 발과 땀의 현장행정을 해오고 있습니다. 민원현장을 찾아가 현장에서 판단하는 지역주민 밀착행정에 역점을 두고 있지요.
‘계획은 월․주․일 단위로 짜라’고 강조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컨설팅업체도 장기계획을 짜주지 않는 시대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었죠. 그래서 실행계획 위주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실행계획은 불측사태 대응책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데가 파주시 아닙니까.
월간계획에 세워진 일은 둘째 주 안에, 주간계획은 수요일까지 끝내려고 하는데도 파주시입니다. 일간계획은 하루 오전에 끝내려고 하고요. 대통령 당선인이 ‘이까짓 보고서 1~2시간이면 만들겠다.’고 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파주시는 장황한 보고서는 만들지 않고 있지요. 여러분들, 한 장짜리 보고서를 Best로 여기고 있지 않습니까. 최근에는 쪽지 보고서도 만들지 말라는 지시도 받고 있지요. 쓸데없는 보고서 만드는데 시간 낭비를 않겠다는 겁니다.
‘민간이 잘하는 것은 민간이 하도록 한다.’는 방침에 대해 파주시에선 공무원이 잘 할 수 없는 것은 민간에게 아웃소싱을 하자는 방침임을 잘 알겁니다. 조직기구와 위원회 통폐합도 파주시에선 이미 다 이루어진 일이죠. 기구조직과 위원회 통폐합은 물론 기금통폐합도 이미 꾀한 일이었죠.
인수위 출근시간이 7시 30분이라고 합니다. 파주시 공무원 여러분은 벌써 3년 전부터 8시 조기 출근을 하고 있죠. 우연일지 모르지만 지난번 기자 회견 때 당선인이 변화와 경쟁을 강조하는 걸 봤습니다. 당선인은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변화와 경쟁은 지난 3년 동안 우리 파주시의 슬로건이었지 않습니까. 지난해 11월부터 우리는 금년도 시정화두로 ‘기본을 다지자’를 쓰고요.
이렇게 새 정부가 강조하는 것들을 우리는 이미 많은 부분을 실천했습니다. 아직 미진한 것도 많지만 우리 파주시 공무원은 자부심을 느낄 만 합니다. 그동안 저의 시정 방침이나 시책에 불평불만을 해왔던 공무원이나 시민들도 이젠 긍정적인 생각을 해 줄 것 같고요.
우리 파주시는 그동안 민원처리기간 단축으로 규제개혁의 효과를 봤습니다. 공무원 사회에서 ‘시간은 돈’이라는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해온 겁니다. 민원인의 기회비용을 줄여줬다는 점에서 규제개혁과 같은 효과를 가져 왔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제 중앙정부차원에서 덩어리 규제가 많이 풀릴 것 같아 참 기대가 큽니다. 그렇게 되면 파주의 발전 속도는 더 빨라지겠죠. 자사고도 곧 유치될 것 같고요. 대학교 부속병원 같은 큰 종합병원이 파주에 입지할 것 같은 예감도 듭니다.
뚱딴지같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민(民과)과 (軍)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가능할 것만 같고…. 사실이지 저와 우리 파주시 공무원은 그런 노력을 지난 2-3년간 끈질기게 해왔지 않습니까? 관련기관이나 해당기관 핵심인사들을 계속 설득해 왔으니 효과가 날겁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지 않겠어요?
기분도 좋고 희망도 많지만 그러나 저는 걱정도 많습니다. 아직도 우리 파주시에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입니다. 알깨유(알뜰하고 깨끗하고 유능한)정부를 지향하는 새 정부는 분명 무능하고 게으른 공무원들을 그냥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파주시가 먼저 알깨유 지자체가 되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중앙정부가 손쓰기 전에 우리 스스로 무능을 유능으로, 게으름을 부지런함으로 바꿔야 합니다. 그러려면 인센티브와 패널티제가 더 강화돼야 합니다. 예컨대 S,A,B,C 4개 등급으로 하는 성과급의 최하위(C급:지급외) 인원비율을 기존의 5%에서 20%로 늘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성과급을 한 푼도 못 받는 최하위 등급을 파주시 전체 공무원의 5%로 한정시키는 게 현행제도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낮은 비율의 인원은 징계 받은 사람이나 휴직자 장기교육파견자 등으로 다 채우게 돼 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5%의 비율로는 게으르고 무능한 공무원을 하나도 골라낼 수가 없다는 말입니다. 또 과장이나 국장들은 5%의 인원은 징계자 휴직자들이 저절로 채워주니까 근평에 고민할 필요성도 못느낄거고요. 게으르고 무능한 자를 걸러낼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게 돼 있는 게 지금의 시스템입니다.
그래서 파주시는 최하위 비율을 20%정도로 올려야 마땅합니다. 성과급을 하나도 못 받는 인원이 많아져 여유가 생긴 돈은 상위 급에 지급되는 성과급율, 현재 S급 230%의 비율을 더 높여주는 재원으로 쓰면 될 거구요. 그렇게 되면 팀장 과장 국장들도 근평을 더 공정하게 하리라고 봅니다.
또 피근평자인 부하공무원은 근평을 더 잘 받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노력하고 공부도 할 거고. 이명박 정부는 필시 현행 근평비율을 갖고 가지는 않을 겁니다. 총액인건비제도도 유야무야 할 것 같지 않고. 그러니까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우리가 먼저 스스로 매를 맞아 봅시다.
첫댓글 글밭도, 알깨유~~
f l 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