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봄이지만, 겨울이라해도 믿을 만큼 찬 날씨다. 추워진 날이 이어지는 와중 길청 공간에 냉장고가 도착했다.
걸레 하나 들고 여기저기 꼼꼼히 닦아낸다. 쌓인 먼지들 딱아내본다. 제법 광이나는 냉장고다.
그리고 냉장고 문 앞에 작은 달력을 출력해 출석부를 만들었다. 길청 공간에 온 청년활동가는 이름 적힌 자석을 당일 날의 칸에 불여놓는 규칙이다.
하나 둘 길청 공간이 채워지는 중이다. 티비, 홈바 등등 차근히 채워나갈 예정이다. 길청 전체 공간별 이름과 정체성, 이를 바탕으로 디테일한 디자인을 구상 중이다.
디자인에 대한 논의 중 나온 중심이 될 색에 대해 이야기했다. "가장 먼 곳의 푸름. 내가 있지 않는 장소의 색, 그 푸른 세상에 대한 갈망의 색이다 ( 길 잃기 안내서- 리베카 솔닛)." 청년들이 꿈꾸는 사회, 세상에 대한 생각과 이상향. 이것들의 색을 파란색이라 생각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우리들은 태어나서부터 각자 나름의 안정된 길 안에서 걸어나간다. 하지만 그 밖을 벗어나 길을 잃어보자는 어쩌면 간단한 호기심에서 시작해 행동에 옮겨보는 결심. 모험심. 그렇게 또 다른 길 위에 만나게 된 지금. 이 자체로 반짝이는 마음들이다. 먼 곳의 푸름, 그 푸른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아는 것에서 벗어나 길을 잃어 보는 것. 그때는 세상이 우리가 알던 것 보다 더 커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