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픔 딛고 일어나야죠” 삼성전기 정재성

[민턴맨]

국내]  올림픽 16강 탈락 충격 가시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어머니 위암 재발 소식 - “아픔 딛고 일어나야죠” 삼성전기 정재성

베이징올림픽 남자복식에서 충격의 1라운드 패배를 당한 정재성은 한국에 돌아온 8월 19일 인천공항에서 전화로 어머니의 위암이 재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고향인 전주로 향했다. 올림픽 부진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베이징에서도 숱한 눈물을 흘렸던 그의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 치료를 위해 어머니를 입원시키고 병원 치료가 끝날 때까지 어머니와 함께 했다. 치료가 성공적으로 끝나 어머니를 퇴원시키고 다시 소속팀 삼성전기체육관이 있는 수원으로 향했다.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아픔을 딛고 다시 한 번 일어나겠다는 각오를 새로 다졌다.



“어머니, 암 이겨내려고 노력중이시다”

8월 19일 입국과 동시에 바로 아픈 어머니가 계신 전주로 향한 정재성은 입원할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병실이 없어 일주일동안 수소문을 해 주위의 도움을 받아 서울삼성병원에 어머니를 모셨다. 병원을 알아보는 일주일동안을 꼬박 어머니 옆에서 병간호를 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배드민턴을 시작한 이후 어머니와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하는 일은 처음이었다. 이렇게 병간호하고 병원을 알아보는 동안 올림픽은 저절로 잊혀졌다.

“그동안 많이 아프고 힘드셨는데, 올림픽 기간이라 말씀을 안 하셨다. 8월 19일 날 입국하면서 처음으로 알게 됐다. 그래서 곧장 집으로 내려갔다. 그동안 위암, 임파선암 등으로 장을 2m 50cm나 잘라내기도 했다. 집안이 힘들었는데 아프셔도 말씀을 안 하셔서 병세가 악화됐다. 그동안 수술은 잘됐는데 관리를 잘 못하셔서 재발하게 된 것 같다. 이번에도 치교는 잘 받으시면서 괜찮아 지시고 있고,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계시다.”

정재성은 어머니를 퇴원시키고 삼성전기 숙소로 향했다. 연이은 큰 아픔을 겪은 터라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아픔을 딛고 다시 한 번 일어나겠다는 각오를 새로 다졌다. 그리고 ‘그동안 너무 성급하게 앞만 보고 달려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4년 이후 열심히 했는데 무엇보다 나 자신에게 실망스러웠다. 하태권 코치님이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잡아주셔서 이제는 시간이 지나면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16강에서 탈락하고 난 그때는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새로운 도전과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모습으로 시작하고 싶다.”



허망했던 생애 첫 올림픽 무대

2004년 아테네올림픽이 끝나고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던 와중에 정재성은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차세대 주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이번 올림픽을 차근차근 준비해왔다. 2005년에는 이재진과 짝을 이뤘지만, 2006년부터 계속 이용대와 호흡을 맞춰왔다.

2006년 유럽대회를 앞두고 혼자 야간훈련을 하고 있었는데 김중수 감독이 찾아와 “파트너로 누가 좋겠냐”고 물었고, 정재성은 “이용대”를 지목했다. 그렇게 파트너가 되었고, 그동안 조금 굴곡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대표팀 가운데 가장 꾸준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이번 올림픽에서의 기대를 키웠다.

특히 올해 전영오픈과 스위스오픈,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남자복식에서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컨디션도 올림픽에 맞춰 최상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16강전에서 그동안 준비한 것을 제대로 펼치지도 못하고 상대에게 너무 쉽게 무너졌다.

“대진표를 보고 괜찮게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상대에 대한 분석도 많이 했는데 상대가 역습으로 나왔다. 상대는 쉽게 플레이했고, 우리는 마음이 급했던 것이 가장 문제였다. 올림픽 경험이 없어서 경직돼 있었고, 계속 리드를 빼앗겨서 조마조마했다. 여유를 갖고 했어야 하는데 빠르고 강하게만 플레이했다.”

그렇게 허망하게 패하고만 정재성은 많은 눈물을 흘렸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집에도 전화를 못하다 이틀 후에야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이번에 성적을 내고 싶어서 더욱 힘들었다. 한국에 들어와 어머니 병간호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고 가족과 팬들의 격려에 힘을 다시 얻었다.



“앞으로 좋은 날이 올거다”

정재성은 내년에 입대할 계획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성적을 내고 군대 면제를 받으면 내년 봄에 7년 동안 교체중인 여자 친구와 결혼을 할 생각이었지만,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제 군대를 다녀오면 4년 후를 향해 오픈대회 2010년 아시안게임을 더욱 편하게 뛸 수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결혼을 약속한 동갑내기 여자 친구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동안 여자 친구에게 2번이나 프러포즈를 받았는데, 올림픽 때문에 결혼을 내년으로 미뤄두고 있었다.

정재성은 지금까지 믿어준 김중수 감독과 하태권 코치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고, 복식에 눈을 뜨게 해준 최정 원광대 감독과 자신을 복식선수로 전향시켜준 이득춘 주니어대표팀 감독, 그리고 초등학교 때 자신을 지도했던 김상필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올림픽에서의 아픔과 어머니의 병으로 고통을 겪은 정재성은 9월 2일부터 다시 배드민턴 라켓을 잡았다. 이제는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된 상태다. 앞으로 이번 아픔을 곱씹으며 새로운 도전을 위해 다시 시작하겠다는 각오다. 파트너는 앞으로도 이용대와 하고 싶다. 나이는 어리지만 기량이 뛰어나고 자신의 약점을 잘 커버해주는 플레이를 펼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하는 훈련인데 배드민턴이 여전히 재밌다”는 정재성은 “앞으로 좋은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배드민턴을 좋아하는아줌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