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1946-)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 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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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시 감상
여러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있는 5월. 가정의 달에 거창한 계획 세울 것 없이 집에 일찍 가자 하고 마음을 먹는것. 흐뭇하지 않은가? 이렇게 사는것이 이런 평범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집에 일찍 가서 밥이 뜸드는 냄새를 맡는다. 이건 밥냄새가 아니라 밥의 향기라 해도 좋을 것이다. 아이들과 뒹굴면서 논다. 집에서 입는 옷은 허름해도 세상 편하다. 타인, 욕망, 상처에 끌려다니지 않고 그저 내가 나인 듯 존재하는 시간을 즐긴다. 그러다가 숟가락을 부딪치며 건배하듯 밥을 먹는 이 얼마나 천국 같은 장면인지 모른다. 여기에 거창하지 않아도 아름다운 행복이 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가정의 달에 새록새록한 행복을 주고 받으시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