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의 칼럼 말미에, 격투기에서 요구하는 체력과 체력 훈련에 대해 언급하겠노라고 쓴 바 있습니다. 다른 칼럼과 달리 이런 실용에 해당되는 칼럼은 일천한 제 경험과 지식을 동원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전문가와 해당 현장에 취재를 가는 것이 더 정확하겠지요. 따라서 이번 주는 칼럼이라기 보다는 기사에 가깝습니다. 그 경기는 THE KHAN 2로써 기술적 내용, 박력, 끈질김 등에 있어 메인 이벤트가 가려질 정도의 최고의 경기였습니다. 그 경기는 말 그대로 승패와 관계없이 두 선수 모두 승자였고 우리나라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기립박수를 받아내었던 명승부였습니다. 심지어 중계석에 있던 저마저도 반쯤은 일어서서 박수를 쳤습니다. 기량과 기술도 대단히 무르익었던 양 선수였습니다만 무엇보다 대단했던 것은 연장전까지 가는 양 선수의 체력전, 특히 김세기의 체력이었습니다. 부끄러움이 많아서인지 얼굴을 잘 공개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간단하게 말해서, 김동현 선수와 비슷한 신장과 체형이되 훨씬 더 타이트하며 동시에 굵습니다. 그는 현재 한국 유일의 크로스핏 레벨2의 자격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레벨1을 보유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국내에서는 이미 다수의 연예인, 격투기 선수를 가르쳤고 그리고 저명한 월간지에 크로스핏을 알리며 폭넓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즉 레벨1 → 크로스핏 세부 자격(케틀벨, 파워리프팅, 런닝 등) → 크로스핏 레벨2 순서가 됩니다. 현재 크로스핏 닷컴에 기재된 레벨2 트레이너 명단을 살펴보면, 아시아에서는 싱가폴과 일본에 이어서 세 번째이며 세계적으로는 300여명의 레벨2 중 한 명입니다. 레벨2 테스트는 매 테스트마다 겨우 한 명이 합격하는 경우가 많고 사실 대부분의 지원자는 첫 시험에 탈락한다. 나는 운이 많이 따라 주었고 언어를 비롯한 모든 핸디캡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 채찍질 했기에 합격할 수 있었다. 개인적인 계획으로는 순서는 조금 바뀌었지만 조만간 크로스핏과 관련된 다른 자격들과 공부 때문에 미국에 몇 번 더 다녀와야 할 것 같다. 현재는 '크로스핏 한국' 카페(www.cafe.daum.net/crossfitcorea), (www.crossfithankook.com)를 운영하고 있고 같은 이름의 크로스핏 공식 지부 대표를 맡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본명보다는 BADBOY라는 인터넷의 닉네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크로스핏은 ‘기능향상’ 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크로스핏에서 정의하는 기능향상 운동이란 다중관절 운동이며 코어와 힙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체육관 안에서가 아닌 실제 세상 속에서 인간의 신체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동작을 흉내 낸 운동이어야 한다. 일반 헬스클럽에서는 역도를 가르치거나 체조의 링 운동을 하지 않는다. 보디빌딩과 크로스핏의 가장 큰 차이는 '목적' 입니다. 목적이 다르면 수단도 달라져야 한다. 식스팩의 몸짱을 '만들기 위해' 보디빌딩 훈련을 했더니 신체능력도 좋아졌다는 것과, 모든 영역의 신체능력을 '만들기 위해' 크로스핏을 했더니 몸도 같이 좋아졌다는 것의 차이다. 이런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니 무엇이 좋다 나쁘다 할 필요가 없다. 또한 지구력을 조금 더 향상시키고 싶다면 크로스핏을 하면서 지구력 트레이닝을 병행해도 좋고 아예 보디빌딩 훈련을 수개월 해서 몸매를 어느 정도 만든 뒤 다시 크로스핏을 하는 것도 좋다. 물론 나는 크로스핏 트레이너니까 '그냥 크로스핏만 해도 다 된다' 를 추천한다(웃음). 크로스핏과의 차이점은 의외의 대답이 될 수도 있는데, 첫째 큰 차이점은 바로 '안전' 이다. 하드 트레이닝이지만 탈진시킬 정도의 트레이닝이 되어선 안된다. 이것은 효율성에도 문제가 되지만 선수를 부상에 노출되게 한다. 크로스핏에 적용되는 운동들의 가장 큰 원칙은 첫째가 안전이다. 예를 들어 에어스쿼트를 할 때 허리는 아치로 유지하고 뒤꿈치에 체중을 싣게 하여 정확한 자세로 운동하는 것은 어떤 운동 효과를 노리기 이전에 '안전하게' 스쿼트를 하기 위해서다. 크로스핏 훈련 원칙에 'Constantly Varied' 라는 말이 있는데 그 의미는, 일상이든 경쟁 스포츠에서든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듯 체력 훈련 역시 예측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더 다양하고 예측 불가능한 훈련을 적용하는 것이 더욱 랜덤한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육체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학교 체육에 크로스핏의 이런 개념을 적용하여 해당 종목에 맞게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작할 때는 약간의 자극이 필요했기에 'Fran' 이라는 WOD를 프로그램 수정 없이 시켰다. 사실 어떤 엘리트 선수라도 처음 크로스핏을 접할 때는 반드시 프로그램을 줄여서 시킨다. 여기서 6분 이내의 기록이면 상급자, 3분 이내의 기록이면 엘리트 수준 이라고 볼 수 있는데 사실 김세기도 완주는 못했다. 특히 겉으로 보여지는 체형 또한 누가 봐도 더 좋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시합이 끝나고 김세기 선수가 “코치님, 시합하는데 숨이 하나도 안차요”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크로스핏은 누구에게 맞춰 프로그램을 수정한다고 해도 그 중량과 양을 조절할 뿐 종류를 바꾸지는 않는다. 김세기 선수에게 적용했던 WOD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또한 김세기 선수는 지구력에 비해 스트랭스에 취약점을 보였기 때문에 기본적인 WOD 이외에 스트랭스 향상을 위한 보충 훈련들이 추가 되었다는 것 정도인데 이것은 킥복싱, MMA 선수들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UFC 룰은 5분 3라운드인데 이것은 15분~20분 이라는 시간의 영역 속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효율적으로 쏟아 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2시간, 3시간을 달리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김세기 선수에게도 마찬가지였는데 처음에는 일반적인 WOD를 그대로 적용했고 조금씩 선수를 관찰하면서 프로그램을 새롭게 디자인 했다. 물론 WOD를 있는 그대로만 적용해도(예를 들어 크로스핏 카페 등에 매일 올라오는 순서대로) 신체 전반에 엄청난 향상을 느낄 수 있겠지만 선수 개개인에 맞게 좀 더 디테일한 프로그램 구성, 즉 크로스핏 그대로가 아닌 크로스핏을 활용한 새로운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실제로 외국의 선수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크로스핏의 오리지널 프로그래밍은 광범위하고 무작위한 스케쥴로 이루어져 있다. 이를테면 ‘최대한 빠르게’ 라는 전제 하에 100m를 이동하기 위한 능력과 10km를 이동하기 위한 능력 두 가지 모두를 가지자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것은 Sports Specific 훈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인식하고 있고 케틀벨이나 써킷 트레이닝도 많이 보편화 되었다. 물론 크로스핏 스타일의 훈련이나 써킷도 좋지만 '체력' 이라는 올바른 정의가 더 필요하다고 본다. 틀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맞는 답은 아니다. 트라이애슬론 선수나 마라톤 선수들은 '지구력' 이라는 체력의 한 부분에 뛰어날 뿐 '체력' 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적용한다면 역도 선수에게도 체력이 좋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파워' 라는 체력의 한 부분에 뛰어난 사람들이니까. 유연성과 민첩성, 정확성, 신체 협응력 등 체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더 많고 이러한 체력의 모든 영역에 다 뛰어나야 체력이 좋다고 말할 수 있다. 유산소 시스템 활용 능력 뿐만 아니라 메타볼릭 컨디셔닝을 통한 뛰어난 에너지 활용 능력, 힘과 파워, 스태미너 등등. 격투기 선수들은 이러한 모든 체력의 요소들을 다 필요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