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이상헌 교사가 상영한 '억압당하는 다수'는 성 평등을 주제로 한 영화로, 성 역할을 전복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영화의 일부 장면이 학생들에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교육청은 이를 근거로 징계 처분을 내렸다. 배 교사는 이러한 징계 처분이 과도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교사의 교육권과 학생 보호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제기했다. 법원은 학생들의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는 수업 내용에 대해 교사의 자율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광주의 중학교에서 도덕을 가르친 배이 교사는 성 윤리 수업의 일환으로 10분짜리 프랑스 단편영화 '억압받는 다수(MajoriteOpprimee)'를 상영했다.
영화는 여성이 상반신을 노출한 채로 거리를 활보하거나, 여성이 남성에게 성폭행 시도를 하는 등 전통적인 성 역할을 뒤집어 표현하는 '미러링' 기법을 사용했다. 가모장제 사회를 가정해 가부장제 사회를 성찰하기 위해서다. 거리의 여성은 남성을 향해 "내 눈앞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든다. 싸 보인다"며 '캣콜링'(길거리 성희롱)을 한다. 남성과 시비가 붙은 한 무리의 여성들이 그를 뒷골목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다. 남성은 경찰에 신고하러 가지만 여성 경찰관은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하고 그의 아내는 처음엔 위로하지만 "옷을 그렇게 입었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도 불평하면 안 된다"며 훈계한다.
"원고의 성적 만족을 위한 동기나 의도가 없었더라도 학생들 관점에서는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행위로서 사회적인 의미에서 성희롱 범주에 포함된다"며 "교직원의 학생 성희롱 근절이라는, 징계 처분을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은 신분상 불이익에 비해 작다고 볼 수 없다"고 1심을 유지했다.
1심 당시 프랑스 최대 중등교원노조 SNES-FSU는 배이 교사에게 지지와 연대를 나타내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평등이 시민교육과 보편적인 가치인 관용, 민주주의, 자유와 평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며 "교육이 한 사회에서 성평등을 방어하는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