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CEO 철학 있어야 내 공장 만든다 ] **********************************
< 아름다운 공장 위해선 치밀한 기획 있어야… “공장 건축 자료만 콘테이너 3개 분량” >
결혼한 가장이 첫해부터 ‘내집마련’의 꿈을 꾸듯 제조업체 경영자에게는 ‘내 공장’ 마련의 소망이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아름다운’ 공장 짓기를 꿈꾸는 경영자를 위해 선배 경영자들의 남다른 공장 짓기 노하우를 엿보기로 한다.
‘초지일관’(初志一貫). 아름다운 공장을 지은 경영자들이 건축 과정에서 강조하는 사항이다.
경영자가 하나부터 열까지 챙기거나 전문가에게 100% 맡기는 등 스타일에 따라 방법은 달라도 처음 기안을 중간에 바꾸지 않은 것은 공통적인 모습이다.
< 철저히 기획한 뒤 건축가에 의뢰 >
박영호 도움 사장과 박은관 시몬느 사장은 경영자가 공장 건설 기획안을 꼼꼼하게 작성해 의뢰한 경우다.
박은관 시몬느 사장은 “A4지 16장 분량의 의뢰서를 설계회사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시몬느 공장을 설계한 담당자는 박사장의 치밀한 공장 건축 계획에 두손 두발 다 들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이다.
박영호 도움 사장도 마찬가지. 그는 “건축가에게 ‘대략 이런 식으로 지어 달라’고 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말한다.
프로젝트 발주자가 원하는 것이 있음에도 건축가에게 의견을 두루뭉수리 얘기하면 나중에 건물이 올라가면서 불만이 생기고, 그러면 바로 설계 변경을 요구하게 되기 때문이다.
박영호 도움 사장은 “설계 변경을 가급적 피해야 건축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단 첫 삽을 뜨고 나서 건물이 어느 정도 올라간 뒤, 처음 설계했을 때와 내부 구조를 다르게 변경하는 과정에서 건축비가 급상승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중간에 바뀌지 않도록 처음 기획 단계에서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 정도 내공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공장의 경영자들은 ‘내 공장’을 짓기에 앞서 ‘이 다음에 내 공장은 이렇게 짓겠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번씩 머릿속으로 공장을 지었다 부수곤 했다고 고백한다.
박은관 사장은 “해외 출장을 다니면서 멋진 유럽 건축양식을 눈여겨봤고, 공장 지을 때 쓰려고 해외 출장 때마다 외국의 골동품이나 가구 같은 소품들을 사 모았다”고 말했다.
그가 그렇게 모은 것만 해도 컨테이너 3개 분량. 지금은 건물 안의 감각을 높이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건축 기획을 이미 수십년 전부터 시작한 덕분이다.
이와 달리 유재성 태창철강 회장은 전문가에게 믿고 맡기는 스타일의 전형이다.
지난 1995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박종석 대상건축사사무소 소장이 본사 사옥 설계안을 제시했을 때 일이다. 건물 조감도는 마치 세개의 건물이 따로 떨어진 듯한 비정형적인 모습이었다.
< 코드 맞추려 젊은 설계자 찾기도... >
건축계 원로들은 “이건 건물이 아니다”고 비난했고 드물게 찬성하는 사람들마저 “시도하면 재미있겠다”는 정도의 반응에 그쳤다. 그만큼 태창철강 사옥은 실험적인 냄새를 물씬 풍긴다.
그러나 유회장은 당초 지상 5층으로 설계된 건물에 대해 “한층 더 높여 달라”는 것이 주문의 전부였다. 일단 맡긴 이상 더 이상 간섭은 없다는 것이다. 덕분에 이 회사 공장은 ‘거대한 조각품’ 같은 건물로 전국에서도 손꼽힌다. 에펠탑 리노베이션을 맡았던 세계적인 조명 아티스트인 얀 케르살레가 태창철강의 조명 디자인을 맡은 것도 이 건물 디자인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한편, 태창철강 사옥의 높은 실험성은 건축가의 창의력뿐 아니라 유회장이 그 실험성을 수용한 덕분에 가능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프로젝트 발주자와 건축가의 코드가 맞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영호 도움 사장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건축 경력이 짧은 설계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젊은 건축가라면 고정관념에서 비교적 자유롭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회사의 의도를 잘 이해해 주는 곳을 만나야 잡음 없이 만들 수 있고, 기존의 네모난 회색 공장에 익숙한 건축가들을 만나면 번거로운 설득 과정이 수반돼야 함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멋진’ 공장을 짓다 보면 아무래도 ‘멋 없는’ 공장보다 비용이 더 들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닌 게 아니라 대부분의 아름다운 공장들은 비슷한 규모의 다른 공장들에 비해 두 배가량의 건축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저렴하고도 아름다운 공장을 짓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영호 도움 사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비용을 낮췄다고 귀띔한다. 도움 사옥에서 돈이 들어갔다 싶은 곳은 천장의 조명과 화장실· 식당 정도다.
형광등을 유럽 규격에 맞는 것으로 따로 수입해 쓰느라 국내 조명시설 규격과 안 맞아 두 배 비용을 들여 시공했다. 눈의 피로를 낮추는 조명을 쓰기 위한 투자였다.
또한 화장실은 백화점 수준으로 고급 마감재를 썼고, 식당도 고급 카페테리아처럼 인테리어를 했다. 그밖에 나머지는 아이디어를 동원해 가급적 지출을 줄였다.
“넓은 통유리 한 장을 쓰면 비싸더군요. 그래서 창틀을 만들어 작은 유리 여러 장을 붙여 쓰자는 아이디어를 냈지요.”
* 멋진 공장을 짓는 5가지 노하우
- 초지일관 의지를 가져라
- 철저한 사전 기획이 필요하다
- 전문가에 100% 일임도 방법이다
- 코드 맞는 건축가를 찾아라
- 돈 쓸 곳엔 과감히, 아낄 곳은 아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