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찰떡 궁합이 만들어낸 개인 커리어 총득점 기록

[Doctor J]

최고의 찰떡 궁합이 만들어낸 개인 커리어 총득점 기록

By Doctor J

커림 압둘자바와 매직 존슨...

아마도 마이클 조던과 스카티 피픈,  칼 말론과 존 스탁턴 듀오와 더불어 NBA 역대 최고의 궁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나이와 상관없이 어느 팀에서건 자신이 리더가 되어서 팀을 이끌어야지만 직성이 풀렸던 매직 존슨... 그에게도 넘지 못 할 산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70년대 농구판을 휩쓸다시피 했던 수퍼스타, 커림 압둘자바였습니다.

코트 위에선 자신이 야전 사령관이 되어 휘저었어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선 조용하고 차가운 카리스마의 압둘자바 앞에서 숨을 죽였던 매직 존슨이었습니다.

얼음과 불이어서였을까요?

이 둘은 자연스레 서로 녹아들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타인의 아성을 침범하지 않은 채...

이 둘의 궁합은 매직의 첫 시즌, 첫 경기부터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직의 프로 데뷔 경기인 샌디애고 클리퍼스 전에서부터 이 둘은 호흡이 척척 맞았던 것입니다.

매직은 어떻게 해야 압둘자바가 효과적으로 스카이 훅을 던질 수 있는 지 본능적으로 알았고, 그래서 그 큰 신장과 뛰어난 센스를 이용, 칼같이 정확한 엔트리 패스를 게임 내내 넣어 주었습니다.

경기는 2초를 남겨두고 동점, 레이커스의 마지막 공격이었습니다.

페인트 존 외곽에서 마크 랜스버거로부터 패스를 받은 압둘자바는 그대로 장거리 훅 슛을 터뜨립니다.

경기가 레이커스의 극적인 승리로 끝나면서 압둘자바에게 제일 먼저 달려와 안긴 선수는 역시 매직 존슨이었습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온갖 매스컴에서 떠들어 댔며 전 농구팬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그의 프로 데뷔전이었습니다. 더구나 다른 선수도 아닌 그가 존경하던 압둘자바가 그의 프로 데뷔전을 승리로까지 이끌어준 것입니다.

80년, 82년 우승, 83년, 84년 2연속 파이널 진출, 85년 우승, 87년, 88년 백투백 우승, 89년 파이널 진출... 10년 동안 8번의 파이널 진출, 그리고 다섯 번의 우승, 이 둘이 10년 동안 함께 뛰며 이뤄낸 쾌거입니다.

이 둘이 함께 했던 시즌 중 하나인 1983-84 시즌에 있었던 하나의 에피소드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시즌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압둘자바가 체임벌린의 커리어 총득점을 깰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던 시즌이었습니다.

3~4년 전에 체임벌린이 압둘자바는 자신의 총득점 기록을 절대 깨지 못할 것이라며 못 박아둔 적이 있어서 더 귀추가 주목되던 시즌이었죠.

결국, 정규시즌 막바지인 1984년 4월 5일, 대 유타 전에서 그 역사적인 순간의 기회가 왔습니다.

이 경기에서 압둘자바가 14점만 득점하면 체임벌린의 기록을 깨는 것이었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매직 존슨은 반드시 자신의 어시스트로 압둘자바가 체임벌린의 기록을 깨게 할 것이라며 호언장담 했었습니다.

그러나 뚜껑을 열고 보니, 유타 재즈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일단, 7-4의 거인 블라킹 머쉰, 마크 이튼이 압둘자바가 자리를 아예 못 잡도록 수비를 탄탄히 했고, 퍼리미터에선 리키 그린, 대럴 그리피스, 애드리안 댄틀리를 앞세운 올스타 라인업의 기세가 너무도 등등했습니다.

매직 존슨은 끊임없이 압둘자바에게 공격기회를 만들어 줬고, 압둘자바는 그 패스를 꾸역꾸역 득점으로 연결시켰습니다.

압둘자바가 12점을 득점함으로써 체임벌린의 기록을 깨는데 단 두 점만 남겨놓은 상황, 매직 존슨이 공을 드리블치며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대기록의 순간을 지켜볼 수 있게 된 유타의 홈관중들은 모두 기립해서 응원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었습니다. 유타의 모든 홈관중들이 레이커스의 매직과 압둘자바를 응원하고 있었거든요.

매직은 침착하게 엔트리 패스를 압둘자바에게 투입했고, 압둘자바는 잠깐 불완전한 드리블을 하다 이내 몸의 균형을 잡으며 회심의 스카이 훅을 이튼의 긴 팔 너머로 던졌습니다.

골인~

31,421번째 득점.

호언장담했던 체임벌린의 예언이 38세의 압둘자바에 의해 무너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너무나도 역사적인 순간이었어서, 주심은 작전타임도 없었는데 경기를 중단시켜 줬습니다. 

온 유타 홈관중들이 압둘자바에게 기립박수를 보내줬고, 그에게 제일 먼저 달려가 포옹을 해준 선수는 역시나 매직 존슨이었습니다.

경기는 15분 동안이나 중단됐고, 경기 중에 기자들이 계속해서 압둘자바를 인터뷰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장내 아나운서는 체육관이 떠나가도록 압둘자바의 위대함과 그가 세운 깨지기 힘든 기록들을 관중들에게 소개해 줬습니다.

이와 연관된 또 하나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 기록경신에 대한 공식 축하파티는 레이커스가 홈으로 돌아온 이틀 후에 레이커스 홈구장인 포럼 경기장에서 성대하게 치뤄졌는데, 이 자리에 윌트 체임벌린이 직접 나와 압둘자바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것이죠.

사실 체임벌린은 레이커스의 대 유타전에 공식적으로 초청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본인의 피치 못 할 사정으로 인해 자신의 기록이 깨지는 순간을 직접 목격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경기장에 오지 않았다는 무성한 신문보도들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체임벌린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커스 홈구장에서 압둘자바와 뜨거운 포옹을 하며 그의 위대함을 칭송해 주었습니다.

매직 존슨과 압둘자바 간의 보기 드문 찰떡 궁합, 그들이 만들어낸 깨지기 힘든 기록의 경신, 그리고 자신의 기록을 깬 선수를 뜨겁게 포옹해주며 진심으로 축하해준 체임벌린...

이들이 보여준 사나이들의 훈훈함과 뜨거운 우정이 추운 연말연시를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Doctor J]

사진과 움짤들이 엑박으로 뜹니까?

[[LAL]턴오버①위]

네. 엑박으로 나옵니다^^;

[캐나다머리내쉬]

엑박으로 뜨네요 그나저나 턴오버님 오랜만인듯 전에 아프리카 방송해주셨는데 예전처럼 방송해주실 생각 없으신가요

[Doctor J]

사진들 수정했는데... 계속 엑박이면 절망입니다.

[Clutch Bibby]

박사님 이제 나옵니다...^^

[Gong]

잘보입니다^^ 감사합니다.

[[LAL]턴오버①위]

내쉬님 오랜만이네요. 당분간은 계획이 없습니다^^;

[Clutch Bibby]

엑박이라서 아쉽지만 레전드들의 훈훈함이 정말 멋지네요...^^

[페코]

늘 좋은 지식과 정보 소중한 자료...감사합니다. 레이커스 이야기라서 특히 저에게는 더 뜻 깊네요.

[Durant#35]

'역대 최고의 찰떡 궁합'까지만 보고 말론&스탁턴인줄 안 1人

[Doctor J]

그렇군요.^^;;)

[Kevin-Garnett]

2222

[띠피뜨리]

좋은 자료네요 감사합니다 ^^

[케빈가넷승부욕]

스카이훅슛인가요??

[Enjoy nba]

근데 카림은 정말 사기인데요....2초 남겨두고 7풋센터가 클러치 미들 점프 훅샷을 쏘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는게....

[Super매리언]

정말 매번 좋은글 너무 감사드립니다 =) 잘봤어요~~

[예첼]

감사합니다 박사님 정말 재밌는 글이네요

[Show Time†]

체임벌린 몸이 정말...

[나저]

얼굴만 가리면 30대네요..;;

[Contradanza]

현역인 압둘자바보다 몸이 더 좋은거 같아요ㄷㄷㄷ

[Doctor J]

체임벌린은 40대 중반일 때부터 세미프로 수준의 배구리그에서 현역으로 계속 뛰었던 선수입니다. 압둘자바와 악수를 하는 저 1984년에도 나이는 거의 50이었지만, 여전히 배구를 하고 있었죠.

[푸른광장]

체임벌린이 배구도 했었군요. 처음 알게된 사실이네요

[Hang_Time]

너무 멋진 글입니다. 정말 잘 봤습니다 ^^ 역시 명불허전 닥터J님 ㅋ

[리바운드 왕 로드맨]

매직의 대뷔전때 매직이 커림을 얼싸안고 좋아하자 커림이 아주 깔끔하게 한마디 했다더군요. "이제 한게임 했을뿐이야. 애송이"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다는듯 라커룸으로 들어가셨다는...

[마이클 조던.]

마크 이튼이 그당시 최장신센터로 알고있는데 마크이튼이 샤크 전성기때 붙었으면 정말 볼만했을것 같습니다.

[PainKiller]

재밌는 글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카페에산다]

잘봤습니다. 역대 가장 나이차이가 많이나는 컴비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훠츠]

아 정말 개사기라는 말만..나오는 스카이훅

[*가을새*]

너무나 재밌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은퇴한 윌트옹의 저 육신은 뭔가요;;;

[muzzle]

1974년에 은퇴했지만 44살이던 1980년에 클리블랜드가 계약 오퍼를 넣었었고 50살이던 1986년에도 뉴저지 넷츠가 오퍼를 넣었었죠.

[에어리]

체임벌린...정말 저 나이에 저 몸이 가능한건가요;;;오히려 카림이 더 노장같다는;;

[Larry Legend]

역대 가장 강력한 듀오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조합이죠 포지션도 가드와 센터인데다가 서로 상대에게 주는 시너지효과는 8번 파이널 진출에 5번우승이란 금자탑을 이루어낸거죠 그것도 가장 NBA가 치열했던 80년대에~

[akfog]

제 생각엔 코비가 오닐이랑 뛰었던거보다 지금 가솔이랑 뛰는게 뭔가 더 서로 궁합이 잘맞아보인다고 할까 그런느낌인데요..
지금의 코비와 80년대 초중반의 압둘자바의 콤비와 전성기 매직이랑 올랜도시절 샤크의 콤비네이션 이면 어떤결과가 나왔을지.. 궁금하네요.

[SHOWTIME]

박사님~움짤에서 매직의 패스가 어시스트로 기록이 되었나요?뭔가 어정쩡한 거 같아서 말이죠~~~

[Doctor J]

예, 어시스트로 기록이 되었습니다.

[Doctor J]

여기에도 일화가 있습니다. 매직이 커림에게 기록을 깨는 슛을 할 때는 가능하면 드리블을 많이 치거나 뜸들이지 말아 달라고 당부를 했었습니다. 기록원들이 자신의 패스를 어시스트로 안 잡아줄 까봐 그랬던 것이죠. 그래서 압둘자바도 평상시 같았으면 드리블을 몇 번 더 치다가 스카이 훅을 날렸을 텐데, 저 영상에서도 보시는 바와 같이, 그냥 한 번 툭 치고 약간은 불안전한 몸 상태에서 훅 슛을 시도한 것입니다. 기록을 깨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매직 존슨의 어시스트 기록까지 계산하고 있었던 자바입니다.^^

[SHOWTIME]

아하~그래서 뭔가 어정쩡한 느낌을 받은 거군요~ㅋ그런데 여기서 또 의문이 드는게 존슨이 선수시절 다른 선수들보다 기록에 좀 연연한 면이 있었던 것인가요?아님 대기록의 한축을 담당하고자 저 순간에만 그런 것인가요?

[Doctor J]

압둘자바나, 매직 존슨이나, 래리 버드나, 기록에 연연한 선수들이 결코 아니었습니다.

[CP3.]

유타 관중들이 기립해서 축하해 줬다는 게 감동적이네요. 체임벌린이 직접 축하해 줬다는 것도 훈훈하네요.

[Sugar Ray]

캬... 체임벌린 몸이...

[빗살무늬토끼]

거의 드와잇몸과 비슷...50에..ㄷㄷ

[JerryniM]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과연 압둘자바의 총득점은 누가 깰 것인지..ㄷㄷㄷ~

[Doctor J]

큰 부상만 피한다면 르브론이나 코비가 깨지 않을까요? 압둘자바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들어온 것이고, 이 둘은 그 4년이란 시간을 벌었기 때문에, 꼭 압둘자바처럼 40세를 넘기면서까지 뛰지 않아도 기록경신은 가능할 수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푸른광장]

코비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데뷔야 빨리 했지만 초반 몇년간 평득이.
르브론이 경기 스타일을 코비처럼 바꾼다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

[D.Bergkamp]

NBA게시판에서 옮겨왔습니다

[풋사과]

호오.... 체임벌린이 누굴 잘 인정하는 타입의 선수가 아닌걸로 아는데..... 훈훈하군요.

[Turnover]

체임벌린이 더 작았군요. 근데 저 어르신의 육신은 당췌.. 정말 100점 넣을만한 괴물이신듯 합니다.

[티곤]

멋있네요 ㅎㄷㄷ

[Vitamin]

정말 닥터제이님 글을 볼 때마다 감탄 또 감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