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시 〈松月〉
본 시는 옥봉 백광훈이 노직(盧稙, 1536~1587)의 강변에 있는 집에서 망포정(望浦亭) 8경을 지었는데,
그중에서 7경인 〈三叉松月〉을 읊은 절구이다.
망포는 노직의 호인데 옥봉 보다 한 살 위여서 친하게 교유하였다.
○ 三叉松月(삼차송월)
- 세 갈래 물길의 소나무와 달
手持一卷蕊珠篇 손에 쥐어든 한 권의 꽃과 구슬 같은 시편을
讀罷松壇伴鶴眠 소나무 뜰에서 읽고 나서 학과 짝하여 잠드네
驚起中宵滿身影 한 밤에 놀라 일어나니 내 그림자 가득한데
冷霞飛盡月流天 찬 노을 다 날아가고 하늘엔 달빛만 흐르네
백광훈(白光勳, 1537~1582)의 자는 창경(彰卿), 호는 옥봉(玉峯), 본관은 해미(海美)이다.
저자는 蓀谷 李達, 孤竹 崔慶昌과 함께 三唐詩人으로 불리웠는데,
특히 최경창과는 생몰시기도 거의 같고 교유도 깊었던 관계로 詩壇의 盟主 崔白이라고 병칭되었다.
이들의 사후 詩友였던 霽峯 高敬命에 의해 두 사람의 시를 합간하자는 의논이 추진되었으며,
〈訂玉峯孤竹合刊不可說〉까지 지은 崔岦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태천집(苔泉集)」의 척언(摭言)에 ‘崔白集行于世’라는 기록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合集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 시기는 대략 두 사람의 沒年인 1583년 이후부터 高敬命이 죽기 전인 1592년 전으로 추정된다.
이후 壬辰倭亂으로 散佚되고 남은 저자의 유고를 아들 白振南이 ‘玉峯遺稿’란 이름으로 수집 편차하였는데,
尹光啓의 後敍에 “이 시집이 都城에 머무는 몇 년 간 大手筆이라 불리던 名公들까지 보고
감동하지 않는 이가 없어 널리 유포시키고자 했으나 하지 못한 지 오래되었다.”라는 글로 보아
비교적 일찍 편차되어 간행의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듯하다.
저자는 三唐詩人 중에서도 특히 絶句에 뛰어나 盛唐의 風格을 체득하였다는 평을 들었으며
筆法에도 뛰어나 二絶로서 王羲之와 鍾繇에 비견되기까지 하였다.
또 柳根은 서문에서 저자는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내보이지 않았기에 더욱 사람들이 귀중히 여기어 膾炙되었다고 하였다.
함께 수창한 이로는 孤竹 崔慶昌과 石川 林億齡, 白湖 林悌 등이 있으며 僧侶에게 준 贈詩도 눈에 많이 띈다.
칠언율시 중 〈次贈林子順〉은 1578년 李達, 梁大樸, 林悌와 南原 廣寒樓에 모여 시회를 가졌을 때 지은 것인데
이때 수창한 시들이 「龍城酬唱集」이란 이름으로 묶여져 長安의 紙價를 올렸다는 일화가 있다.
저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龍江詞〉는 이별한 남편을 그리는 부인의 애절한 심정을 읊은 것이고,
〈達梁行〉은 1555년(명종 10) 乙卯倭變 때 靈巖 達梁城에서 저자가 체험한 戰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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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문헌학회 회원시고
甘雨開花讀古篇 단비 내려 꽃이 필 때 옛 글을 읽으니
雙飛白鹭蘆洲眠 쌍쌍이 날던 백로 모래톱에서 졸고 있네
春深綠樹春鶯囀 봄 깊은 푸른 숲에 봄 꾀꼬리 지저귀고
霞盡雲間月滿天 노을 진 뒤 구름사이 달빛이 하늘 가득하네
河星 金弼培
淸明寒食讀珠篇 청명과 한식에 주옥같은 책 읽는데
蜀帝悲鳴須不眠 두견새 슬픈 울음에 잠 못 이루고
訴滿空山窓滿月 텅 빈 산엔 하소연 가득 창엔 달빛가득
澗松鬱鬱水中天 간송은 푸르고 수중엔 하늘이 떠있네
金谷 朴炯駿
朗讀蘇仙赤壁篇
船遊泥醉碧波眠
留情好友幾春夢
松老人歸月滿天
春壽堂 梁會翊
如裒不讀蓼莪篇 王裒처럼 육아 편을 차마 읽지 못하고
涕淚思親未有眠 어버이 그리워 눈물로 지새운데
澗水潺潺鳴玉似 잔잔한 산간수는 옥이 울리는 듯하고
銀河隱隱月流天 은하수 은은히 달과 함께 흐르누나
江齋 梁一太
微燈昨夜讀良篇 어젯밤 희미한 등불아래 좋은 책 읽는데
茅屋窓邊細雨眠 띳집 창가에서 가는 빗소리에 졸리네
雲捲嬋娟松徑照 구름 걷히자 밝은 달빛은 솔밭 길 비추고
桃梨草墅慢春天 복숭아꽃 만발한 농막의 봄날은 더디 가네
竹山 金萬源
傷心再讀蓼莪篇 다시 육아 편을 읽으니 마음이 아파
不報親恩不便眠 어버이 은혜 갚지 못해 잠도 편치 않네.
風樹之歎哀痛益 풍수지탄의 애통만 더하니
弗肖悔恨或知天 불초의 회한 하느님은 알까?
磻溪 李正淑
一讀魯論爲政篇 논어 위정 편을 한번 읽고
疲勞累積午睡眠 피로 누적으로 낮잠 잤네
歲寒松竹丈夫節 차가운 겨울 송죽은 장부의 절개요
驚起中宵看月天 밤중에 놀라 일어나 달빛 하늘을 보다
休齋 崔洙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