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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일찍 일어났다
- 은유시인 -
※ 다음 글은 그저 내키는 대로 써내려간 일기처럼 지극히 개인적인 서술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점 참고하시어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특별히 주어진 일거리가 없거나 할 일이 전혀 없을 때, 주로 어떤 생각에 잠길 것이며, 어떤 일로 시간을 소모할 것인가? 당신이 그런 경우라면 어떠할까?’
정작 그런 경우에 놓인 사람들은 할 일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사람을 지치게 하며, 무기력하게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를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놀고 지낸다는 것이 그다지 괴로운 것이라 여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엠에프(IMF)이래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도 무지기수요, 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놀고 있는 청년실업자 수가 가히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더욱 그러한 실업자 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 공장 설비를 자동화함으로써 그나마 있는 인력마저 감축하려 나설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마저 보다 싼 인건비 때문에 해외로 공장들을 이전하고 있다. 거기에 소규모 가게들도 경기침체로 장사가 안 돼 종업원들을 내보내거나 폐업을 한다. 따라서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모든 기업들은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것은 다시 말해 적은 인력만으로도 큰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완전 자동화된 첨단기술 산업을 일컬음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앞 다투어 개발에 투자하는 신소재산업 IT산업 생명공학산업 등이 그것이며, 기존의 1차 산업은 물론 2차 산업까지 컴퓨터화 및 로봇화하여 향후 10년 내에 지금의 일자리마저도 절반 이상은 사라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하게 되었다. 정부가 아무리 나서서 실업자를 구제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정권을 유지시키려는 얄팍한 술수에 지나지 않고, 어쩌면 예정된 수순을 밟고 있다는 생각마저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기득권층에 의해 사전에 계획되고 자행되고 있는 음모의 수순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모란 무엇인가?’
머잖아 인류는 0.5%남짓의 지배계급, 즉 최고의 특권을 누릴 수 있는 소수의 선택된 기득권층과 20% 정도의 중산층, 그리고 80%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만족한 돼지’층으로 나눠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이다. 그땐 상상을 초월한 특권과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는 신지배계급층인 기득권층은 철저한 베일 속에 자리하게 되며, 중산층은 빈곤층의 불만을 탄력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방패막이로 존재하고 대신에 나름대로의 부를 향유할 수 있는 중간층이다. 반면에 절대다수의 빈곤층은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라는 기득권층에 의해 닭장이라 일컬어지는 2평 남짓 공간과 컴퓨터가 제공되며, 최소한의 먹을거리가 제공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인류의 성분이 재편되는 세상이 머잖아 도래할 것이라는 것이 기득권층에 의해 은밀하게 이뤄지는 음모인 것이다.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면서 결국엔 인류의 80% 이상이 실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든가, 또한 극단적 개인주의로 치닫는 현상으로 가족이 해체되고 결혼관습이 사라지면서 철저한 일인독거시대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도 이러한 음모의 진행을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우처럼, 굶주리는 사람들이 거리로 모여들면 대규모 폭동이 자행되고 결국엔 통제 불능의 상태로 치닫게 되며, 그땐 기득권층의 안위마저 위태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따라서 기득권층은 다수를 차지하는 빈민층의 폭동을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는 만족한 돼지로 길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지닌 부의 일부를 세금처럼 빈민층의 최저생계비로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수많은 청년실업자 대부분이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 그들은 놀고먹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감은 점점 상실되어가고 무기력해져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엔 반미치광이처럼 방안에 틀어박히게 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거리로 나가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또한 거리로 나서게 되면 자연히 돈을 써야 하는데 그럴 경제적 여유조차 없다. 그래서 컴퓨터 앞에 매달리는 시간이 자연 길어질 수밖에 없는데, 컴퓨터란 알고 보니 소위 만능기계이다. 영화도 볼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으며, 채팅도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온갖 게임 소프트웨어도 개발되어 있어, 한번 이들 게임에 맛들이면 주야 구분 없이 빠져들게 마련이다. 바로 이러한 징후가 만족한 돼지로 길들여지는 수순인 것이다.
향후 정부가 이들 만족한 돼지 한 사람에게 부담하게 되는 금액은 아주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주거공간은 두 평짜리 방 하나만 제공하니 월 임대료 20,000원, 전기세 수도세 오물세 등 월 50,000원, 하루 3식 기본식단 재료비 월 100,000원……. 기껏해야 월 20만원만 부담하면 그런대로 그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옷값이나 취미생활비까지 부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니 도무지 밖에 나갈 일조차 없는 돼지들에게 옷이 필요할 까닭이 없으며, 취미 또한 컴퓨터에서 다 해결하게 되니 따로 필요할 리 없는 것이다. 구태여 그런 경비를 필요로 한다면 돼지들은 밖으로 나가 무슨 일이라도 해서 벌어야 할 것이다. 그런 아르바이트를 원하는 돼지들을 위해 정부는 막노동판을 운영할 것이 자명할 것이다. 그러니 당장에 만족하고 방안에 칩거하여 컴퓨터에만 매달려 있을 골이 빈 만족한 돼지가 어찌 폭동을 획책할 수 있겠는가?
***
[諷刺詩]
음모(陰謀)
- 은유시인 -
지금
모든 세계를
오로지 몇몇이 나누어 가지려 한다면
그대는 믿겠는가
지금
모든 인류를
오로지 몇몇이 종으로 삼으려 한다면
그대는 믿겠는가
스스로
신(神)이라 일컫는 이들이 있어
그들의 이런 음모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음을
그대는 믿겠는가
이미 오래전부터
악(惡)의 영(靈)이
선(善)의 영(靈)을 눌러 왔다
세계가 오염으로 황폐화될수록
인류가 극단적 이기주의로 치닫을수록
그들의 음모는 완성될 것이다
그들은 악마의 화신
스스로 절대적 주재자가 되어
세계를 제멋대로 난도질할 것이다
인류를 제멋대로 처참히 도륙할 것이다
그들에 있어 세계는 시험장이고
그들에 있어 인류는 소모품인 것을…….
※ 기득권층은 끼리끼리 스크럼(Scrum)을 짜고 자신의 재물이나 권력, 지위를 보호하려합니다.
재벌이나 권력가들끼리 사돈을 맺는다거나, 학연(學緣)이니 지연(地緣)이니
무슨 무슨 문파(門派)니 따위로 뭉치는 것도 다 그런 이유때문이지요.
그로인해 아무데도 소속되지 못한 불출들만 죽어나는 겁니다.
2002/02/06
***
오늘 새벽4시쯤 잠에서 깨어 컴퓨터 앞에 다가선 만족한 돼지 3순위인 은유가
다가 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해 잠꼬대 비슷한 것을 늘어놓았다.
“중얼중얼……. 웅얼웅얼…….”
- 끝 -
(200자 원고지 22매 분량)
2005/01/05/0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