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가 보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망설이고 망설였던 완도를 가게 되었다.
섬 산행 특유의 조망과 암봉 및 육산이 어우러진 10km 남짓한 거리는 다도해의 멋진 모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했건만.....
원래는 다섯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오봉산으로 불리었는데 2017년 6월 23일부로 국토지리정보원 고시 제2017-1797호에 의거 산이름은 상왕산으로 제정되었고 정상의 봉우리는 당초 상황봉에서 상왕봉으로 개정되었다.
불목저수지를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한다.
바로 앞의 숙승봉과 왼쪽으로 업진봉의 모습이 보이고...
저수지 둑을 지나면 바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데,
곧 이어 동백나무 숲으로 들어서지만 바닥에 떨어진 꽃 송이만 드문드문 보이는 가운데 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는 동백꽃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잠시 진행하면 첫 번째 철계단이 나타나는데 이후로도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철계단을 만난다.
조망처에 올라서니 출발했던 불목저수지가 보이고 고마도와 그 좌측으로는 멀리 해남군이 흐릿하다.
올라야 할 첫 번째 봉우리인 숙승봉이 눈 앞에 우뚝하고,
진행 방향 우측으로 달마산 능선이 이어지고, 우측으로는 대둔산과 두륜산이 보이지만 지독한 미세먼지인지 해무 탓인지 흐릿하기만 한데,
좌측에 두륜산과 바로 우측 뒤로 멀리 주작, 덕룡도 보이고 다도해의 멋진 섬 풍경이 반기지만 역시 흐릿하기는 마찬가지.
숙승봉은 3면이 낭떠러지로 이루어져 있어 북사면으로 올라가는데 안전시설이 잘 되어 있어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숙승봉에 올라서니 사방으로 훤하게 조망이 펼쳐지지만 고놈의 해무 때문에 영 아니올시다!
다시 정상석 좌측으로 눈을 돌리면 멀리 달마산 능선이 보인다.
진행 바향으로 업진봉과 백운봉 그리고 주봉인 상왕봉이 보이고,
좌측 앞 쪽의 봉우리 넘어 완도대교가 살짝 머리를 내밀고 건너 편 우측으로 대둔산과 두륜산의 모습도 보인다.
날씨가 받쳐주면 정말 멋있겠는데......
다시 뒤돌아 고마도와 사후도를 바라보고, 업진봉을 향해 간다.
숙승봉을 내려서는 철계단이 너무 가파르다.
조심해야 할 터.
지나온 숙승봉을 뒤돌아본다.
숙승봉이 불자들이 평생 한 번 가보고 싶어하는 티벳의 수미산을 닮았다고 하는데......
완도를 육지와 연결해 주는 완도대교 오른 쪽 뒤로는 대둔산 능선이 보인다.
조금 가면 임도가 나타나는데 임도와 만나는 곳이 널찍하니 식사하기에 좋아 여기서 점심식사를 하고 간다.
노루귀.
다시 우측의 달마산 능선을 바라보지만 갈수록 흐려지기만 한다.
가야 할 백운봉.
업진봉도 조망이 트이지만 역시 흐리기는 마찬가지.
되돌아본 숙승봉.
오를수록 암릉이 연이어 나타나고 기암들도 심심치 않게 모습을 보인다.
고인돌도 있다!
눈을 감고 무얼 하시나?
백운봉에는 유일하게 정상석이 없다.
상왕봉이 가까워진다.
얼레지.
꽃말이 '바람난 여인'이라는데 치마를 훌렁 걷어올린 듯한 모습이 꽃말에 잘 어울리는 것 같네!
ㅎ.ㅎ.
후박나무와 동백나무가 빽빽한 숲으로 들어서면 컴컴한 동굴에 들어 온 느낌이 든다.
숲가마터.
완도지역의 전통 숯가마터이다..
완도의 붉가시나무 숯은 목재의 조직이 치밀하고 비중이 높으며 참나무숯에 비해 강도가 높아 화력이 세고 불이 오래가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2전망대의 정자.
올라서면 지나온 백운봉과,
좌측 뒤로 주봉인 상왕봉의 모습이 드러난다.
잠시 후 하느재에 내려서고.
이제부터는 다시 계속 올라가야 한다.
수시로 나타나는 철계단이 성가시기만 한데,
지나온 백운봉은 점점 멀어져 가고,
다시 전망대에 올라선다.
수목원 방면.
짙어가는 해무에 시야도 점점 짧아지고...
주봉인 상왕봉과 우측에 심봉이 가까워 온다.
철계단이 지겹기는 하지만 수시로 나타나는 바위길이 지겨움을 덜어준다.
상왕봉 바로 아래 도착.
처음에 상황봉으로 불리던 산을 상황산으로 제정하고, 상황봉은 다시 상왕봉으로 개정했다는 안내판이 서 있다.
상왕산의 최고봉 상왕봉(644m)에 올랐다.
정상엔 봉수대도 있고 스카이워크도 설치되어 있다.
상왕봉(象王峯)은 완도의 크고 작은 섬 200여개를 거느리며 노령의 마지막에 우뚝 선 상왕산의 최고봉으로 주변에 백운봉, 심봉, 업진봉, 숙승봉을 거느리며 다도해의 풍경을 눈이 시리도록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상왕산은 "코끼리의 우두머리 산"이라는 뜻이며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대사의 활발한 해상무역을 통해 남방불교의 영향을 받은 불산인 부처의 산으로 다섯 개 봉우리명 모두 불교용어로 명명되어 불리었고 법화사지, 관음사지 등 불교유적 뿐만 아니라 천혜의 경승과 풍광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상왕산은 지리적으로 한반도 남쪽 난대지역이라 육지나 다른 지역의 섬에서 보기 어려운 붉가시나무, 동백나무, 후백나무 등 전국 최대의 난대상록활엽수림이 원시 밀림상태로 우거져 있다.
봉수대.
가야 할 심봉과 하산 능선이 죽 이어져 있다.
우측의 달마산은 아예 보이지를 않고...
주변 섬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이 있지만 보여야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있지!
고금도와 청산도도 보인다는데 말이다.
저 섬에 가고싶은데...
심봉.
돌아본 상왕봉.
심봉 오름길.
다시 돌아보니 상왕봉은 어느 새 멀어져 있다.
심봉에서는 우회하지 않고 바로 내려서기로 했다.
장좌리 방면.
하산할 능선.
뒤돌아본 심봉.
대구미로 내려간다.
마침내 나무에 매달려 있는 동백 한 송이를 만났다!
봄의 전령 산자고.
다시 지나온 상왕봉과 심봉을 돌아보고,
하산을 이어간다.
하산 길엔 군데 군데 멋진 조망처가 이이지는 가운데 아래를 내려다 보니 완도 앞바다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푸른 들판이 햇빛에 반사되는 바다와 더불어 멋진 조화를 보여주는데, 이 놈의 날씨가 아쉽기만 하다.
급경사 낙엽길을 잠시 내려서면,
상왕봉 이정표가 서 있는 임도로 나오고 도로를 잠시 따라가면,
대구미로 내려서면서 산행은 끝난다.
도상거리 10.4km, 5시간 정도 걸렸다.
아름다운 다도해상의 푸른 바다와 섬들의 멋진 풍경을 잔뜩 기대했던 산행이지만 짙은 미세먼지와 해무로 인하여 그만 헛기대에 그치고 만 산행이었다.
왕복 9시간의 버스를 탄 댓가로는 더욱 억울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완도 종주 산행은 계속 이어지는 탁 트인 시야와 더불어 적당한 암릉이 이어지는 그런대로 괜찮은 산행이라 하겠다.
동백숲에서 동백꽃을 별로 보지 못한 아쉬움은 제쳐놓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