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사물 - 장일암
잡음어가 장악한 언어에서 말은 오직 기호다. 사물은 휙 스치고 지나가는 존재일 뿐이다. 그것이 어떤 사물인가 하는 것은 거의 문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은 사물의 거기 있음에 대해서 말로 대답해야 한다. 그것에 대답하는 것은 인간의 영예다.
인간은 사물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사물이 인간에게 도착했음을, 인간이 사물을 받았음을 창조자에게 알리는 것이다.
바로 그것이 인간이 말을 가진 이유다. 인간의 말은 다른 무엇 보다도 창조자에 대한 대답이기 때문이다. 언어는 창조의 결산서다.
하지만 시인은 이 이상의 일을 한다. 창조자가 창조한 것을 분명히 보았다고 알리는 것을 넘어서, 자신 주변의 사물을 말로 포착해내고, 시인 자신의 말로 묘사하여 다시 창조자에게 되돌려보내는 일을 한다. 시인의 말은 사물을 둥실 뜨게 만든 다. 시인의 말은 경직된 명료함이 아닌, 둥실 떠가는 명료함이다. 그것이 시의 진정한 리듬이다.
그것이 사물을 인간에게로 데려온다. 하지만 동시에 사물을 다시 창조자에게로 둥실 떠가게 하기도 한다.
막스 피카르트 [인간과 말]
(과거 기독교 사진예술이라는 명제아래 숱하게 방황하는 사진가들을 많이 보아왔기에 공감이 되는 글이라서...
“분명히 보았다고 알리는 것을 넘어서, 자신 주변의 사물을 말로 포착해내고, 시인 자신의 말로 묘사하여 다시 창조자에게 되돌려보내는 일” 바로 여기에서부터 창작의 단초를 찾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허락을 얻어 전재합니다.>
첫댓글 "자신 주변의 사물을 말로 포착해내고, 시인 자신의 말로 묘사하여 다시 창조자에게 되돌려보내는 일” 바로 여기에서부터 창작의 단초를 찾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