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두물머리를 사랑하는 여러분. 나는 여러분이 두물머리라고 부르는 흙과 나무와 풀과 꽃과 벌레와 새입니다. 내 입가에는 언제나 푸르른 강물이 넘실거리고, 내 두 눈에는 늘 여러분이 가득하답니다. 여러분의 사랑으로 빛이 나고 있는 순간, 순간마다 나는 봄과 여름, 가을과 겨울이 아닌 또 하나의 계절을 품게 됩니다. 바로 ‘겨운’이라는 계절이지요. 힘에 겨운, 눈물겨운...
나는 솔직히, 여러분이 하는 일을 잘 알지 못합니다. 나는 다만, 이 ‘겨운’이라는 계절을 느낄 뿐입니다. 술잔에 비친 여러분의 절망과 눈물을 한꺼번에 본 적이 있었고, 격렬하게 누군가와 몸싸움을 하다가 종내 절규하는 여러분을 본 적도 있었고, 밤이 깊도록 무거운 목소리로 회의를 하는 여러분을 본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뿐만이 아닙니다.
나는 여러분이 웃으며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도 보았고, 한데 모여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는 모습도 보았고, 즐거운 표정으로 함께 식사하는 모습도 보았으며, 그늘에 드러누워 아이처럼 잠 든 여러분도 보았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나를 매만지며 푸근한 미소를 지을 때는 정말이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고는 했답니다.
나는 아주 오랜 시간 이곳에 있어왔지만, 여러분과 같이 진심을 다해 나를 보듬어주는 이들을 본적이 없었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맨발로, 맨손으로, 그리고 이따금 온몸으로 매만져주고 있으니까요.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고, 손끝 마디, 마디마다 보드랍고, 따뜻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내 가슴에서는 싹이 돋고, 줄기가 자라고, 풀이 돋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었습니다. 이윽고 나는 새들과 함께 하루를 열고, 벌레들과 함께 밤을 깨우곤 했지요.
이제 나는 새벽녘이 되면 나의 일부가 되어주는 여러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은 모두 여러분 덕입니다.
농부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평화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생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사랑이라는 이름을 가진 당신과 그리고 여전히, 이름을 알 수 없는 당신.
나는 여러분과 나를 따로 떨어뜨려 생각할 수가 없습니다. 여러분의 손끝에는 내가 묻어있고, 여러분은 그렇게, 두물머리의 일부가 되어 주셨으니까요. 한 줌의 공기처럼, 여러분은 나를 살아있게 하고 때로는 두근거리고 설레게 합니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묵직한 기계음들을 밀어내준 여러분. 나를 숨 쉬고, 두근거리고, 설레게 하는 여러분. 나는 언제까지나 여기에 두물머리라는 이름을 간직하고 있을 것입니다. 비록 ‘겨운’이라는 계절을 품고 살아가는 오늘이지만, 사실은 이 ‘겨운’의 앞에는 ‘행복에’라는 말을 붙이고 싶었습니다.
‘행. 복. 에. 겨. 운’
여러분과 내가 하나라는 사실을 잊지 않아 주어서 참 정겨운, 흥겨운, 복에 겨운, 기쁨에 겨운, 사랑에 겨운, 나는 그런 두물머리입니다.
그 날 아침이 오거든,
따사롭기만 한 햇살과 함께 나를 힘껏 부둥켜 안아주세요. 그럼 난, 울음을 터뜨리는 당신을 포근히 감싸 안을 것입니다.
우리 그 때까지만, 딱 그 때까지만, 봄이 다시 올 때까지만, 이라고 지금 내 가슴은 또 한 번 두근거리고, 또 한 번, 설레고 있습니다. 내 곁의 그런 당신이어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촛불이 꺼지고 도시의 회의속에 묻혀 냉소로 나의 충동을 억누르고 회색의 몸뚱이 끌며 나녔지...어느 여름 문득 두물머리 소식에 그간의 궁금증과 그리움에 건너왔지. 이것이 균의작용인가 난 힘겹게 덮고 있던 콘크리트의 각질을 떨구고 땅심으로 우주의 기운을 들이킨다 변태와 탈피의 연속. 잠자고 있던 나를 깨워 꿈꾸게 한건 너다. 모든 변화의 탓은 그 모오든 두물머리다. 보도블록 틈에 비집고 나온 싹은 작지만 그 밑의 땅은 크게 닿아있는 몸인 것처럼 '경직'된 틀을 '경작'된 유기적 환경으로 부드럽게 들어올린다.
첫댓글 두물머리 늦바람. 이제야 이곳의 글들을 찬찬히 읽어보게 되네요.
.촛불이 꺼지고 도시의 회의속에 묻혀 냉소로 나의 충동을 억누르고 회색의 몸뚱이 끌며 나녔지...어느 여름 문득 두물머리 소식에 그간의 궁금증과 그리움에 건너왔지. 이것이 균의작용인가 난 힘겹게 덮고 있던 콘크리트의 각질을 떨구고 땅심으로 우주의 기운을 들이킨다 변태와 탈피의 연속. 잠자고 있던 나를 깨워 꿈꾸게 한건 너다. 모든 변화의 탓은 그 모오든 두물머리다. 보도블록 틈에 비집고 나온 싹은 작지만 그 밑의 땅은 크게 닿아있는 몸인 것처럼 '경직'된 틀을 '경작'된 유기적 환경으로 부드럽게 들어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