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에 psat 접수해놓고 있다가 덜컥 합격해버리는 바람에 어리바리하게 2차 시험장 들어갔다온 초시생입니다.
영어는 평범한 수준이고, 제2외국어로 선택한 중국어는 어설프게 공부 기간 1년 정도를 넘겼고, 국제법, 경제학, 국제정치학은 그냥 살짝 맛만 봤습니다-_-;;;
도대체 이 수준으로 시험장 들어가서 뭘 쓸까 고민하다가 부딪쳐보기로 했습니다.
따로 필기구 정해놓은 것도 없어서 그냥 필통에 들어 있는 Pentel 3색 볼펜에서 검은색 썼습니다...똥이 안 나와서 맘에 들었거든요.
오늘은 영어와 국제정치학을 봤습니다.
<영어>
영어...어려웠습니다. 영 -> 한 번역이나 한 -> 영 번역 둘 다 적절한 어휘와 표현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고민했습니다. 특히 영 -> 한 번역을 하면서 저의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어설픈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모르는 단어도 몇 개 있더군요(draconian, simmer 등) ㅠㅠ 이 수준으로 외시 공부한다고 깝쳤으니...쩝...
10시에 시험이 시작되어, 전체적으로 문제를 훑어보고 고민을 하면서 30분을 보냈습니다. 10시 30분 정도부터 차례로 답을 써 나가기 시작하였고 11시 30분쯤에 제1문과 제2문을 다 썼습니다. 한 10분 정도 제 3문을 고민하다가, 제 평소 소신이었던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교육을 완전히 분리하여 이원화하고, 사립학교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게 내버려두고 정부는 공립학교에만 신경 쓴다" 이 한 문장을 최대한-_- 늘여 썼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참....별것도 아닌 내용을 200단어 정도로 늘리려고 중언부언, 횡설수설한 티가 팍팍 나더군요.
답안지를 써 본 경험이 전혀 없는지라, 분량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를 몰라서 그냥 되는대로 썼습니다. 어학 과목이므로 한 줄 쓰고 나면, 그 다음 한 줄을 띄고 다시 쓰는 방식으로 써 나갔고, 그렇게 해서 제 1문은 1페이지부터 시작해서 3페이지의 중반 정도까지, 제 2문은 3페이지 중반 이후부터 시작해서 4페이지 끝까지 썼어요. 그리고 제 3문은 5페이지 처음부터 시작해서 6페이지 15째줄 정도까지인가 썼습니다(한 줄에 들어가는 단어 분량을 세어 보니 대충 9~10단어 정도 되는 것 같아서, 20줄 정도가 되게 썼습니다).
<국제정치학>
다른 분들은 다 정리용 프린트를 보시고 교재에 밑줄 친 것 중심으로 보시던데, 전 공부한게 없어서 정리할 것도 없었습니다-_- 그냥 점심 먹고 외교안보연구원 구경이나 하고, 엎드려서 눈이나 붙이고 있다가 시험 쳤습니다.
2시에 시험이 시작되어서, 무려 1시간 가까이 고민했습니다. 도대체 이걸 뭐라고 써야 되지?-_-;;; 문제는 이해를 하겠는데, 당최 답안에 쓸 내용이 많이 생각나지 않았고, 또 그 내용을 어떻게 답안에 써야 할지도 잘 모르겠더군요. 각 문제에 작은 문제들이 2개 이상씩 딸려 있던데, 이것을 차례 차례 분리해서 답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글에 통합해서 써야 하는지....
고민하다가 하나의 글로 통합해서 쓰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답안 내용이 너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채점 위원들이 곤란해 하실까봐 목차를 통해 뚜렷하게 구분하기로 했습니다. 이건 어학 과목이 아니므로 목차가 달라지는 곳과 문제가 달라지는 곳을 뗀 것 말고는 모두 줄을 이어서 썼습니다.
3시에 펜을 들어서 억지로 꾸역꾸역 제 1문을 썼습니다.
목차는 다음과 같습니다-_- 다시 봐도 허접하군요...
1. 국제정치 패러다임으로서의 신현실주의와 구성주의
(1) 신현실주의
(2) 구성주의
2. 두 관점에서의 구조와 행위자 비교
(1) 신현실주의 시각
(2) 구성주의 시각
3. 탈냉정 이후 한국 외교 정책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그냥 되는대로 막 써냄.
분량은 1페이지부터 시작해서 3페이지 초반까지였습니다. 이렇게 쓰는데 약 40분 정도가 소요되었습니다.
어차피 제2문은 봐도 모릅니다-_- 외교사 공부를 해봤어야 알지...
1. 난징조약, 가나가와조약, 강화도수호조약의 공통점과 차이점
2. 각 조약에 내재된 불평등성이 동양 3국 근대화에 미친 영향
헛소리만 지어서 썼습니다. 쓰는데 10분이 채 안 걸렸고 분량은 3페이지 절반 정도...
제 3문은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로 헛소리를 써내려 나갔습니다.
1. 동맹의 정의와 특징
2. 2000년대 이후 진행되고 있는 한미동맹의 변화 양상
작은 1번과 2번을 '1번' 목차에 몰아서 쓴 것입니다. 대충 뭐 동맹의 딜레마 정도 언급하고, 강대국과 약소국의 동맹 등등 생각나는 대로 다 썼습니다. 2번은 노무현 대통령 이후 한미동맹에 위기가 왔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강화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썼습니다.
분량은 3페이지 후반부터 4페이지 중반까지입니다. 펜을 놓고 나니 시험이 끝났습니다.
이렇게 해서 영어는 6페이지 반쪽까지 채웠고, 국제정치학은 4페이지 중반까지 채웠습니다.
두 과목 다 초안지는 전혀 쓰지 않았고, 걍 대충 문제지 멍하니 보다가 끼적거린 걸로 답안 썼습니다.
첫댓글 아 시밤.. 2년연속 동양에서 나올줄이야 외교사에서 점수따야 되는데.. ㅜㅜ
신희섭 선생님이 강조하셨는데 중요한건 따로 전혀 안 봤다는거 -_-;;
오~ 저도 대체 무얼 해야 할지 몰라서 점심시간에 아이스크림 물고 경치 구경했어요. 오늘 날씨 참 좋았죠!
멋진날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