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우셔서는 옷 정리도 해야하는데....
그러셨지요.
간장, 된장도 정리하고
볕 좋은 날엔 항아리 뚜껑도 열어놔야하는데....
이렇게 제가 정리를 합니다.
그렇게 멋지게 입고 나가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막내가 사준 밍크는 제가 들고 왔고요.
속옷을 뒤져보니 며느리가 어떻게 모셨는지 알게 됩니다.
눈처럼 희게 삶아서 보송보송하니 엉덩이가 커도 입고 싶었어요.
언제부터 따라다녔던 주전자인지
두개의 주전자가 여전하고요.
제가 초등학교 1-2학년에 낚시가서 제비뽑기로 상 탄 꽃무늬 접시도 딱 세개가 남아있네요.
큰 며느리가 해온 그릇이 오롯이 왔는데요.
역시 제가 해갔던 혼수접시가
시누네 가면 거기서 엄마유품이라고 받아서 쓰는 걸보고
차마 가져오지 못했던 걸 보면 그렇게 되어가나 봅니다.
코렐인지 그거 한세트로 싹 바꾸고 싶어 하셨는데...
새 그릇한 벌 못 사셨어도
주의 종들을 손수 한 밥으로 상 차림 하셨던 엄니의 정성이 그릇에 있는 건 아니니까요.
이제 낡았어도 정겨운 그 그릇으로 동생들과 웃으며 먹을 일을 생각합니다.
이뻐하시던 화분도 이리저리 보내고
낡으나 헤진 엄니의 기억들이 담긴 지갑을 큰 동생이 기억의 방을 꾸민다니
엄니 행복하지요?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하는 건 잊혀질까봐서잖아요?
잊혀지지않는 것은 그런 건가봐요.
오래된 사진과 손때묻은 물건이 주는 정겨운 기억들을 매일 쓰면서 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가끔 깨어지고 버려져도 서운치 마세요.
우린 엄니 모든 걸 기억합니다.
사랑하고요.
그 밍크를 입으려면 살이 쪄야하는데...우쩔까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