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뒤떨어진 제4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안),
원점에서 재검토하라
기존보다 낮은 대중교통수송분담률 목표, 제시조차 못한 탄소감축 목표,
실효성 낮은 지역 내 대중교통 격차 …
“코로나19, 기후위기의 시대, 대중교통 철학을 확인할 수 없는 졸속 계획”
대중교통 기본계획은 정부가 수립하는 대중교통에 관한 최상위 법정계획이다.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수립하는데, 대중교통을 체계적으로 육성·지원하고 국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국가 정책추진 방향을 제시하는 내용을 담은 5년 단위 계획이다. 2021년으로 제3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의 계획기간이 끝남에 따라 제4차 대중교통 기본계획(2022~2026)(이하, 기본계획)을 수립중에 있다. 국토부는 2020년 11월에 해당 계획 수립을 한국교통연구원에 의뢰했고, 지난 1월 24일에 이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했다. 남은 일정은 2월에 국가교통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확정한다는 것이다.
공청회에서 공개된 이번 기본계획(안)은 ‘포용적 모빌리티 서비스로의 전환’이라는 비전과 함께,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정책목표로 ① 국민의 이동권보장 ② 대중교통 안전성 향상 ③ 대중교통 경쟁력 강화 ④ 탄소중립 실현 등 대중교통 혁신 등을 제시하면서 추진전략, 세부 정책과제 등을 마련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대응과 교통이동권 확대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흥하기 위해서는 많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문제가 있는 계획이라고 볼 수 있다.
첫째, 대중교통 정책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수송분담률 목표가 낮아졌다. 이전 3차 기본계획 평가에서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의 답보, 통행시간 단축 미흡 등을 제시했음에도 2020년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인 33.3%보다도 낮은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인구감소 및 고령자 증가, 경제활동인구 감소, 자가용 증가, 코로나 19로 인한 출퇴근 감소 등의 영향을 전제로 했다. 이러한 전제를 토대로 대중교통 수송분담율 목표치를 2026년에 32.2%(코로나에 대한 높은 회복시), 28.9%(저 회복시) 등으로 제시한 것이다. 언급된 사유들은 비단 대중교통에 한정되는 요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특히 자동차 증가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이 낮다는 것은, 대중교통을 자가용 교통의 잔여적인 부분이라고 보는 인식을 드러낸다. 여전히 자가용이 없는 이들이 이용하는 것이 대중교통이라는 시대착오적 인식이 보인다.
둘째, 정부가 이미 수립한 계획 간의 연계성이 부재하다. 계획이라는 것은 지향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2017년 대비 2030년에 수송부문에서 26% 감축을 해야 한다고 정부 스스로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대중교통 이용확대와 친환경 교통수단 활성화가 필요함을 명시하기도 했다. 중앙정부가 선언을 했고 그 정책방향도 명시했음에도 이번계획은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에 대해서 추세선을 다소 조정하는 방식으로 제시되었을 뿐이다. 이는 그만큼 국토부가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교통부문 온실가스 배출저감에 대해서 관철의지가 없고, 말 그대로 선언으로서만 수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해외의 사례를 들 필요도 없이, 탄소중립 목표에 따라 제시된 수송분야의 감축수단인 총주행거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별교통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는 단순히 대중교통 활성화가 아니라,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에 대한 고민이 전혀 없다.
셋째, 버스 운영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이미 2004년에 도입되어 낡은 시스템인 버스준공영제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소위 수입금공동관리형 버스준공영제(이하 수공형 버스준공영제) 라고 부를 수 있는 현행 준공영제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버스 노선이 민간사업자에게 사유재산처럼 보장되는 조건에서 사실상 버스사업자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업을 유지하는 방편에 불가할 뿐 ‘버스 공공성’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 계획에서 수공형 버스준공영제 노선을 2020년 1,333개에서 2026년에는 2,000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토부는 버스공급 증가의 중요한 수단으로서 수공형 버스준공영제 노선확대를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기본계획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수공형 버스준공영제는 현재 “운송원가 산정기준의 부적성 문제, 부정수급 문제, 경영개선 의지 부족 문제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작년 5월에 같은 중앙부처인 감사원에서 발표한 ‘지방자치단체 시내버스 준공영제 운영실태’ 감사보고서는 정말로 충격적이었다. 2015년 이후 매년 서울시 버스회사 전체의 당기순이익이 약 700억 원 발생하였고, 이 중 적게는 30.5%에서 많게는 71.8%까지 배당하면서도 버스회사 전체의 이익잉여금 또한 매년 증가하여 2015년 2,822억 원에서 2019년 4,487억 원으로 59%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전형적으로 민자사업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민간사업자가 돈이 흘러넘쳐 주체를 못해서 배당도 많이 하면서도, 회사에 돈을 쌓아놓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서울이 이 정도 수준이면 타 지역은 어느 정도 일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물론 국토부는 버스준공영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관리감독을 하겠다고 하지만 이미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보면 내용이 미흡할 뿐만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지도 의심스럽다. 결국 수공형 버스준공영제는 민간업자에 대한 퍼주기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지역 내 교통불평등, 교통격차에 대한 인식의 부재다. 기본계획에서는 2019년 기준 전국의 대중교통 서비스 만족도가 약 70점이라고 제시했다. 광역지역별로도 만족도가 제시되었지만 같은 지역이라고 해도 자동차 소유유무, 나이, 성별, 소득수준, 장애유무에 따라서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지역으로 갈수록 대중교통이 열악하기 때문에 대중교통 말고 다른 이동수단이 없는 이용자들 입장에서 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역을 넘어서 나이, 성별, 소득수준, 장애유무 등 다양한 계층에 대한 서비스 만족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지표와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중교통 체계는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 간에 격차가 크고 그에 따라 어디에 살고 있느냐에 따라 차별적인 교통서비스에 놓여 있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런데 기본계획에는 이런 진단이 빠져 있다.
이와 함께 교통약자에 대한 고민들이 체계적이지 못하고,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시민들을 정책에 참여시키는 거버넌스의 문제나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 등과 같은 문제들 역시 제대로 다루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수립 중인 제4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은 그야말로 법적 기한이 도래했기 때문에 형식적으로 수립하는 계획,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힘들다. 이미 기후위기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대안적인 교통정책을 수립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버스 운영체계만 놓고 보더라도 부분적 공영제를 통해서 지역내 대중교통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시도들이 확산되고 있고, 무상교통 등을 통해서 대중교통이용을 촉진하는 한편 보편적인 기본권으로서 교통약자들에게 교통권을 보장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난다. 그런데 정부에서 수립하고 있는 기본계획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에 상당히 뒤쳐지는 내용이라 한심하고 실망스럽다.
결과적으로는 이번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대응과 이동권 향상을 위한 법정 정부계획으로서는 많이 미흡하다. 공공교통으로의 질적 향상이 아닌 여전히 기존과 같은 대중교통의 개념으로서 소극적으로 다루진 것이다. 단적으로 이미 20년 가까이 시행되어온 수공형 버스준공영제를 새로운 혁신인 것처럼 말하는 것에서 현장에 대한 무지와 새로운 혁신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기본계획이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혁신을 가로막는 꼴이라니, 용역을 수행한 한국교통연구원이나 이를 주도한 국토교통부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이런 계획이라니, 차라리 계획(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다시 고민할 것을 제안한다. 어차피 계획 수립 과정에서 다양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 그리고 이용자들의 의견수렴 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변화하는 시대와 상황에 걸맞게 다시 대중교통기본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제4차 대중교통 기본계획(안)을 폐기하라. [끝]
2022년 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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