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프랑스 정신분석학자 라캉이 사망한 뒤 그의 유품 가운데 ‘X‘로 불린 그림이 있었다. 바로 여성의 성기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프랑스
사실주의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가 그린 ‘세상의 근원’이었다. 이 그림은 국가에 환수돼 오르세 미술관에 소장됐는데, 소문에 의하면
라캉은 1955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150만 프랑을
주고 쿠르베의 <세상의 기원>을 구입했다고 한다. 왜 라깡은 이 그림을 그토록 소장하고 싶어했던 것일까?
사회, 문학, 철학, 예술, 심리학- 이루
말할 수 없는 다양한 학문이 한 점에서 시작해 결국 다시 그 한 점에서 만난다는 막연한 느낌. 그래서
일까? 라깡이 소장한 쿠르베의 작품 한 점도 결국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각 너머의 세계를 설명하기 위한
하나의 원동력이자 영감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결국 세상은 혼자가 아닌 눈에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에 서로를 의지하며 각자 자신을 사회 속에 밀어 넣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적어도 런던 내셔널 갤러리The National Gallery가
선보인 < Painters' Paintings- From Freud to Van Dyck> 전시를
보면 말이다.
<전시 포스터 / 전시 제목에 사람들은 이미 호기심을 적극 표현하였고, 그 호기심은
지금도 열렬히 반응 중이다. 9월 4일까지 전시가 진행된다>
현재 내셔널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자 런던 워크샵 일정에 포함되었던 이 전시는
특정 인물의 작품 세계가 아닌 화가들이 소장한 다른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누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살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큐레이터는 루시안 프로이드,
마티스, 드가 등의 유명 작가들 및 조금은 생소한 Lord Leighton, Sir Thomas Lawrence, 초대 로야아카데미 원장이었던 조슈아 레이놀즈 Sir Joshua Reynolds 의 소장품을 각 소장자의 이름을 딴 방에 마련해 놓았는데 전시 작품들은 대부분이 내셔널 갤러리 소장품들로 특별히
다른 곳에서 빌려오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얼마나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승리인가? 같은 작품의 다른 이야기. 관람객들은 누구나 알 수 있는 흔한 이야기가
아닌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가 작가가 경험한 세상을 보는데 한 발 더 들어가있었다. 물론 맨 눈으로 원화를
감상할 때 맛보는 짜릿하고 살아있는 느낌과 함께 말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발견되는 사실 하나. 세계 미술사 속에 영국이 자국의 예술가들을 끊임없이 끼워 넣으려는 흔적도 같이 확인 할 수 있다.
전시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루시안 프로이드부터 시작한다. 루시안 프로이드는 1933년 영국이 나치로부터 자신의 가족을 받아주자
감사의 의미로 자신의 소장품인 코로의 작품을 기증하였다. 그래서 전시 포스터가 루시안 프로이드와 그의
소장품인 코로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졌음을 추측해 본다.
Jean-Baptiste-Camille Corot, Italian
Woman, c1870 - owned by Lucian Freud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각각 마티스와 드가의 소장품을
모아둔 곳이었다. 방대한 그들의 소장품들을 보며 동시대 예술가들의 작품 또한 함께 구경할 수 있었는데, 마티스가 소장한 드가의 'Combing
the Hair'는 가히 몇 번을 보아도 압권이었다. 드가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과감한 구도, 그만의 거침없는 색감. 그렇게 자신만의
세계에 당당한 예술가는 평생토록 이 작품을 팔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마티스는 이 작품을 소장하게
되었을까? 바로 드가가 죽은 후 마티스가 이 작품을 구매하였다고 한다.
얼핏 보면 붉은 색과 오랜지 색감의 명암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블랙 앤 화이트 Japanese
print에 기반하고 있는 작품이다. 여자의 머리와 그녀의 붉은 침실이 기묘하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Edgar Degas, Combing the Hair (La
Coiffure), c1896 - owned by Henri Matisse
<전시장 내부 모습>
아래는 마티스의 소장품들 이다. 세잔과 당대 자신의 라이벌이라 불렸던 피카소의 작품은 그에게 과연 어떤 영감을 불러일으켰을까? 분명 자극을 주고 마티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는데 더 몰두하게 하였으리라 생각해 본다.
Paul Cezanne, Three Bathers,
1879-82 - owned by Henri Matisse
Pablo Picasso, Portrait of Dora
Maar, 1942 - owned by Henri Matisse
<같은 방에 걸려있던
마티스의 자화상. 1918년 작품>
평생토록 1000점 이상의 작품을
수집한 드가는 가히 광적인 콜렉터였다. 그래서 드가의 수집품들은
the moderns와 the old masters두 개의 방에 나누어 전시되었다. 모던 부분에서는 Georges Jeanniot의 Conscripts이 인상적이었는데 그 옆에 같이 걸려 있는 드가의 Young Spartans Exercising를 보며 어떻게 영향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Georges Jeanniot의 작품 속 청년들이 느끼는 당혹감이 작품을 보는 내게도 느껴질 만큼 이 그림은 힘이
있었던 것 같다.
Pierre-Georges
Jeanniot, Conscripts, 1894, oil on canvas
Young
Spartans Exercising c. 1860. Oil on canvas, 109 x 155 cm. National Gallery,
London
다음은 드가가 소장한 앵그르의 작품들이다.
첫 번째 작품 속 인물은 나폴레옹 시대 로마의 정치 권력자이다. 인물의 코트와 커튼의 주름에서
보이는 놀랍도록 사실적인 이 초상화로부터 실제 인물의 성격까지 상상해 본다. 분명 그는 자신감이 가득
찬 사람이었을 것이다.
Jean-Auguste-Dominique Ingres, Monsieur
de Norvins, 1811-12 - owned by Edgar Degas
Jean-Auguste-Dominique Ingres, Oedipus
and the Sphinx, c1826 - owned by Edgar Degas /
Jean-Auguste-Dominique Ingres, Angelica saved by
Ruggiero, 1818-39 - owned by Edgar Degas 각각 좌/우
다음으로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토마스 로렌스(Sir Thomas Lawrence)에 의해 소장된 라파엘 Raphael 의
'An Allegory (Vision of a Knight)'이었는데 너무도 귀여우리만치 작은 사이즈(17.1 cm × 17.1 cm )와는 대조적으로 그 디테일이 엄청났다. 몇 번의 붓질에 의한 풍경, 잠들어 있는 기사가 놓여진 공간 구도. 분명 편안한 자세 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청년에게는 효과가 있어 보이는 모습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라파엘 특유의 조화로운
삼각형 구도 또한 인상적이다.
Raphael, An Allegory ('Vision of a
Knight'), c1504 - owned by Sir Thomas Lawrence
다음은 전시에 소개되었던 다른 작품들이다.
Sir Anthony van Dyck, Thomas
Killigrew and William, Lord Crofts (?), 1638
Titian, Portrait of Gerolamo
(?) Barbarigo, c1510 - owned by Sir Anthony van Dyck
물자가 넘쳐나는 지금, 이미지의 홍수라고 불리 우는 현 시대에 타인을 읽는 방법은 옷차림을 비롯, 말투, 표정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들어간 이
전시는 그리 붐비지 않는 공간 속에서 충분히 작품의 소장자들과 그들의 취향에 대해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전시는 화려하지 않으나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했고, 사람들은 이에 반응했다. 한 시간 남짓 투자해 이런 전시를 볼 수 있는 런던 시민들에게 질투가 났던,
그런 시간이었다.
첫댓글 이것 <보면 말이다.> 여러번 지적했는데..교정을 하기 힘들죠?
한번 입버릇이 되면 고치기가 쉽지 않죠. 두 번째 단락과 세 번째 단락에서 중복 사용되었었습니다.
접근은 좋았고 큐레이터의 의도에도 근접했습니다만--
아쉬은 것은 왜 그의 작품을 구입해 소장했고..
그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가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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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가서기 쉽지 않은 전문적 주제이고
그런 의도를 읽기도 쉽지 않겠지만...틀리고 오류를 범해도
이것 자체가 수업후기이고 수업이니...시도를 했으면 한 발 더 나갈 수있는 기회가 되었겠죠?
아.. 정말 그렇네요.. 같은 실수의 반복..
쉽지 않지만 말씀 주신 부분 고민해보겠습니다.
이미 올린 글들도 수정해 보시고..
수정한 결과를 알려주시면 다시 검토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