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금요일]
어제에 이어 할일들이 눈에 밟혀서 또 나갔습니다.ㅎㅎ
○ 작물관찰
저녁때 잠깐 간 것이라 급한 일 먼저 하느라 밭관찰은 많이 못했네요.
- 내 밭 먹골참외
이제 막 올라오던 먹골참외부터 봤습니다. 작지만 녹아내리지 않고 잘 크고 있어요.
- 공동밭 흑수박
흑수박은 또 한마리가 생겨서 또아리 해줬답니다.
얘는 상한 것 같아서 따야되는데 하면서 지나치기. ㅎㅎㅎ
○ 한 일
- 박
아무래도 박인 것 같아서 주변 풀들 정리하고 뿌리가 통로쪽이라 밞지말라고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넝쿨신 되어보게 박이면 좋겠어요. ㅎㅎ
- 토마토밭 풀메기
드디어~~~ 토마토밭에 풀을 다 정리해줬습니다. 열매맺고 떨어지고 난리버거지지만 그래도 뿌듯합니다.
이제 앞쪽 밭은 옥수수부터 토마토까지 손이 안간 작물이 없네요. 토마토에게는 뒤늦은 호의지만 저는 풀을 베면서 정말 많이 관찰하고 배우게 되기때문에 좋았습니다. 진안토마토는 물러서 새들이나 곤충들이 잘 먹더군요.
- 토란밭 풀메기
드뎌~~~ 토란밭 입구도 풀을 다 정리했습니다.
토란밭까지는 못들어갔지만, 저 하얀물통이 보이도록은 입구를 텄습니다. 환삼덩쿨이 뒤덮고 있어서 조금 애먹었네요. 그래도 너무 뿌듯합니다. 토란은 아직 늦지 않았으니 집중관리하면 잘 클겁니다.
- 누림이
누림이는 토종학교 농막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주변을 자유롭게 오가며 삽니다. 토종학교학생들에게 화장실을 개방해준 식당사장님들과 옆집 농장가족들도 잘 돌봐주셔요. 사방이 트인 밭에서 일하면 첫번째 사진 정도의 거리를 두고 앉아있는데 호박웅덩이나 토란밭처럼 으슥한 곳으로 들어가면 어김없이 손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서 지켜준답니다. 덕분에 안심이 많이 되어요.
- 기타등등
채종용으로 딴 오이에 딴 날짜랑 이름 써놨구요.
진작부터 있던건데 이날 유독 열무뿌리가 눈에 들어와서 찍어봤네요. ㅎㅎ 아래는 우리가 먹는 열무모양이고, 위쪽에 씨가 맺힌 전체 모양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답니다.
○ 8월 3일 화요일
먹골참외도 궁금하고 공동밭 풀메느라 정작 제 밭은 손도 못대고 있어서 풀베러 갔답니다
밭에 갔더니 교장샘 왔다가셨는지 여기저기 예초기 돌린 흔적들이 있더군요. 안그래도 좀 베야지 하던 곳들을 다 정리해놔서 반가웠답니다.
○ 작물 관찰
잠깐 밭도 둘러봤어요.
- 수세미
나긴 나는데 성장이 더뎌요.
- 부엉다리 콩밭
감자밭이었던 곳에 부엉다리콩을 심었는데 여기도 매번 밀리는 곳이에요. 그렇지만 감자도 콩도 풀과 함께 잘 살아갑니다
때되면 성장하고 변화해요.
이날은 콩줄기에 뭔가 다갈다갈 하는 느낌의 변화가 보였는데 뭔지는 모르겠네요.
누군가 감자 캔 흔적도 보였구요.
- 호박밭
호박밭은 다시 풀로 덮였습니다만 짙은 초록빛이 완연하고 길 내준대로 잘크고 있어서 큰 걱정은 없어요.
- 칠성초
화천재래에 밀린 칠성초. 물주고 안주고가 이렇게 차이를 만드나 싶을 정도로 맥을 못춥니다. 기회되면 물주고 풀베어주고 싶은 곳이 되었네요.
- 옥수수와 선비잡이 콩
어쨌든 둘 다 자라고 열매도 맺습니다.
선비잡이콩은 계속 꽃피우고 있어요.
옥수수도 계속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밭관찰은 여기서 끝.
○ 길내기
어느 덧 공동작물을 키우게 된 제 밭 입구에요. 방학이 길어지고, 제 밭 보다는 공동밭에 더 신경쓰는 동안 풀이 입구를 막아버렸답니다. 오늘 밭에 온 목적은 이 곳에 길내고 밭에 풀잡아서 호박이 뻗을 길을 내주는것이에요.
마침 교장샘이 예초기로 입구의 풀을 많이 정리해놔서 시작이 편했습니다.
입구 풀베기 전.
입구 풀 벤 후
내 밭 풀메기 전
내 밭 풀멘 후(8월 7일에 찍음)
호박 유인길.
○ 내 밭의 공동작물들
어쩌다보니 제 밭에서 키우는 작물 세개는 공동작물이 되었네요. 잘 자라줘서 보람찹니다.
- 먹골참외
- 무등산 수박
참외는 작아서 무를까 어쩔까 걱정이 많았는데 이만큼 자라고 단단해졌습니다. 아직 모양은 작지만 저정도 크면 알아서 잘 클 것 같어요.
이날 특별한 것이 안보여서 사진은 안찍었지만 무등산 수박도 열매는 안뵈고 잎은풍성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 용인물오이
오이가 모양좋게 잘 자라고 있어서, 이 넘도 채종용으로 기르기로 했답니다.
- 단호박
이건 공동용 아닌데 계속 키우고 있는 단호박이에요. 4개정도 열매맺혔었는데 두개는 녹고, 하나는 서진네 주고, 이건 어디까지 크나 계속 키우는 중입니다. 잘크고 있어요.
서진네 준 호박.
○ 음식들
음식만들기는 친하지 않지만 밭에서 나는 것들이나 받아온 것들을 썩힐 수 없어서 어쩔수없이 음식을 하게 될때도 있고, 맛이 궁금해서 먹어보게도 되기도 합니다.
- 터널오이와 땅오이
제가 먹은 건 아니고 서진네가 먹고 알려준 맛이에요. 짧둥한 노각오이는 터널에서 딴건데 많이 쓰다고 했고요. 파란오이는 제 밭에서 난건데 많이 안쓰다고 하네요.
제가 먹어 본 땅오이들도 파란 것은 덜썼고. 노란 것 중에 어떤 건 끝부분이 많이 쓰더군요. 오이는 물을 많이 줘야 안쓰다고 하는데 가물어서 더 쓴가봐요.
제일 처음 먹었던 너무너무 맛났던 파란 오이맛이 그 후론 안나와요.
신기한 것은 상온에 내놓은 오이가 냉장고에 넣어둔 것 보다 겉으론 더 멀쩡해 보인다는 거에요. 썰은 것이 냉장고에 있던 것이고 그 옆이 상온에 둔건데 하나도 짓무르지 않았어요.
분홍감자들처럼 물기가 많아서 오히려 상온이 더 나은 것같구요. 대신 썰어놓으면 물이 너무 나와서 금방 짓무르더군요. 물많은 씨앗부분은 제거하고 잘라서 냉장고에 넣으니 짓무르지 않네요. 상온에 있던건 물이 마르며 써지는건 아닌가 살짝 걱정중입니다.
이런 오이를 먹어 본 경험이 거의 없어서 먹는 것도 배우는 중이랍니다.
- 옥수수
찰옥수수 매옥수수 구분하지 못한 채 한꺼번에 삶아서 각각의 맛은 모르겠어요. 옥수수가 잘고, 안여문 것들도 따는 바람에 중간이 빈것도 있어요.
덕분에 강의때 배운, 원시형태의 옥수수 모양도 보고, 여무는 과정도 볼 수 있었답니다. 옥수수는 밭에서 따면서부터 점점 맛이 없어지니 바로 먹어야한다는 교장샘 수업이 생각나서 부지런을 떨어 당일 쪄먹었습니다. 모양은 엉성해도 정~~ 말 맛있어서 놀랬습니다. 특히 그냥 물만 넣고 쪘음에도 간이 너무 잘맞아요.
옥수수는 가물어서 맛이 들지않았을까 맘대로 생각해봤습니다. ^^
- 깻잎, 차즈기, 화천재래초
시중에서 파는 것과 달리 밭에서 나는 건 억세요. 깻잎도 차즈기도 거친 느낌인데 향은 또 굉장히 강합니다.
화천재래초는 매운향이 확 풍기는 것이 무서워서 못먹고 있습니다. ㅎㅎ
- 은은가에서 가져온 것들
칠성감자.
유튜브촬영할때 홱 치우시길래 ㅋㅋ 주워다 놨는데 마루에서 이리굴렀다 저리굴렀다 하길래 들고왔습니다.
칠성감자는 눈이 정말 7개고요. 눈이 약간 맛이가는 중이었는데 무슨 과학실험처럼 진한 보라색으로 변하는 모습이 신기했습니다. 시중 감자에선 못보던 모습이에요. 갈랐더니 샛노래서 또 감탄했네요. 색이 이쁘고 맛도 찰져서 좋아요.
박줄기 잘린 것에 달려있던 작은 박들이랑, 젊은 농부들이 일하다 잘린 고추줄기에서 딴 고추들, 파란토마토들도 들고왔습니다.
썰어놓은 것들 가운데 까만건 전에 토종학교밭에서 뚝 따버린 수박. ㅎㅎ
왼쪽은 은은가에서 가져온 풋고추
오른쪽은 토종학교의 화천재래초
인데요. 화천재래는 너무 매워서 음식에 넣었고요. 은은가 풋고추는 정말 맛있는 풋고추라서 생으로 먹었습니다. 길위에서님이 육종한 고추들 사진찍는다고 하곤 잊어버렸는데 이 고추도 육종고추인가 싶더군요. 담에 물어봐야겠어요.
호박.감자. 수박은 마늘이랑 조렸구요.
토마토는 장아찌 담갔어요.
둘다 정~ 말 맛있습니다.!!! 수박이랑 호박 작은 알들도 장아찌 담가도 될 것 같았어요. 식감이 좋아요.
박잎부침.
가져온지 며칠 되어서 잎은 누래지고.. 그래도 버리기 아까워 해봤는데요. 밀가루인줄 알았던 것이 찹쌀가루였나봐요. 와우~ 완전 바삭하게 구워져서 과자처럼 너무너무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음식 잘 안하는 사람이 하려니 하루 종일 걸리고 약간 중노동하는 기분이었답니다. ㅎㅎ
토종학교 들어오기전에 동영상을 보면 음식이야기를 많이 하시더군요. 또 입학해서도 유난히 음식이야기를 많이하셨어요.
밭공부하는 이유가 음식이 아니었던데다 음식을 만드는 것은 곧 여성들의 역할이고, 어머니들이 위대한 것은 가족을 위해 배곯고 희생하면서도 음식을 내어주신 것 때문이라는 서사에 별로 동의가 안되는데다 간혹 남성들이 요리에 흥미를 보이면 대단히 진보적인 것처럼 비춰지는 것도 달갑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음식 보다 다른 것을 찾으려 하거나 다른 시선에서 밭활동과 먹거리를 보려고 노력중이었답니다.
그런데 오이는 나눠줘도 자꾸 나오고 ㅎㅎ 자주 밭에 가니 지금 거두고 먹지않으면 버릴 것 같은 것들도 보이고, 안받는다고 해도 나중에 보면 두고간 것들이 있어서 먹어야되고 이런 일들이 생기더군요. 게다가 은은가에서도 한아름 가져온 것이 버리기 아까운 밭작물들이구요.
이런 경험들이 잦아지니 밭은 식량생산을 위한 곳. 식량자급을 위한 곳이라는 것이 비로소 다가왔고요. 어쨌든 음식을 만드는 노동이나 문화와 뗄 수 없다는 것도 강하게 실감하게 되었어요.
밭농사가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잘맞아서 돨수있으면 평생 농사를 놓지않겠다고 결심했으니 그곳에서 나는 잉여물을 먹어치우든지 나누든 팔든 해야하는 과제도 함께 생긴 것이죠.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니 밭활동이 식량주권이나 음식문화와 연결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아니었던 거에요. 현대에 맞지 않는 '어떤 것은 누구누구의 역할'로 고정하여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며, 긍정적인 전통가치 마저 과거에 머물게 하는 것에 거부가 심했던 것 같더군요.
도시에는 1,2인가구가 늘어나고 있고, 독립생활하는 비혼인들도 증가하고 있답니다. 정상가족이념과 구성을 기준삼아 이야기를 하고, 전통적으로 고정적인 역할을 이야기하며, 농촌사회로 들어오려면 너들이 변하라고 한들, 변화의 흐름을 돌릴수도 없을거에요. 오히려 다양한 가족형태나 삶의 방식은 더 늘어나겠죠.
그런데 삶의 경험이 다양한 도시인들 중에 점점 더 밭공부에 관심갖는 분들이 많아지고 농사를 통해 대안적 삶을 찾는 사람들도 더 늘어나고 있어요. 토종학교나 씨드림이 전통가치에 어긋나는 사람들이나 삶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문닫아 건다면 모르겠지만, 아니라면 시대적 변화에 맞게 한편으로는 달라진 삶과 개인을 이해하고, 한편에선 씨드림에서 발굴하고 이어가려는 귀한 가치를 현재의 삶에 맞게 재해석해서 알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연구하고 논의해얄 것 같습니다.
먹고사는 문제는 특정한 누구의 역할이 되거나 재능에 의존해얄 것이 아니라 독립적 개인이라면 누구나 가능해야 하는 생활의 기본 기술이니까요. 씨드림에서 그런 이야기들이 더 많이 들려오면 좋겠습니다. 저는 재래종 작물로 만드는 음식과 더 친해져야겠슴니다.
화이팅~
첫댓글 화천재래초는 토종고추입니다.
조선에 사시던 분이 만주로 건너가며
씨앗을 챙겨가 그곳에서 재배해오다 근래에
귀국하며 다시 가져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이름을 귀향초로 지었다가
씨앗 주인의 고향인 화천을 이름으로
붙였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은은가에 가면 선생님이 육종한 고추들 보고 맛보고 오겠다 했는데 깜박잊었네요. 담에 가면 꼭 살펴봐야겠어요. ^^
@청명 처음에는 덜 매워 풋고추로 많이 먹었는데 이제 무지 맵습니다.
먹다가 혀가 타는 것 같아 고추를 던집니다.ㅎㅎ
@길위에서 오... 그렇군요. 그럼 처음엔 찬으로 나중엔 고추가루용으로도 딱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