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생명과 죽음의 쉼 없는 연속이 바로 우리의 삶입니다. 우리의 몸은 100조(兆)개의 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위세포는 2시간 정도, 피부세포는 14일, 장세포는 3개월 정도의 주기로 생명과 죽음을 거치고, 모든 세포가 한 번씩 다 생명과 죽음의 연속을 거치는 데는 11개월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우리 몸에서는 60초 동안 30억 개의 세포가 죽고, 다시 30억 개의 세포가 분열을 통해 새로 생명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정 중에서 정상세포가 암(癌)세포로 바뀌게 되면 세포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며 정상적인 생성과 소멸의 분화과정이 정지되고 무한 분열과 증식, 종양형성, 타 조직 침윤과 전이를 일으켜 결국에는 몸 전체를 죽음에 이르게 합니 다. 결국 잘 살기(Well Being) 위해서는 잘 죽어야(Well Dying) 한다는 것을, 생명과 죽음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는 것을 우리의 몸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가장 잘 죽는 길, 가장 잘 사는 길에 대해서 이미 도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과 하나되는 세례를 받은 우리가, 모두 그분의 죽음과 하나되는 세례 또한 받았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모릅니까?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6,3-4).
우리는 모두 세례성사를 통하여 주님 몸의 세포, 교회의 지체가 된 것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복음의 유전자를 지닌 세포이고, 성령으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연결된 지체인 것입니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세포는 유전자를 잘 복제하고 전달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생명을 위해 기꺼이 죽을 줄 압니다. 그리스도의 복음을 복제하고 전달하며 새로운 생명을 위해 기꺼이 죽을 줄 아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야 하겠습니 다. 또한 건강하고 정상적인 세포는 전체 몸과 훌륭하게 조화와 일치를 이룹니다. 그리스도의 성령을 받은 우리는 교회 안에서 언제나 사랑으로 하나가 되어야만 합니다.
복음과 성령으로 충만되어 생활하는 신앙인은 그리스도의 피로 맺어진 영적인 혈연관계를 맺어 나갑니다. 우리는 영적인 혈연 공동체 안에서 천사들처럼 삶을 통해 하느님의 일을 하며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러한 우리의 삶을 죽음에서 되살려 주시고 당신의 영원한 삶에 참여시켜 주십니다. 그리스도의 몸으로 사는 사람은 죽음과 생명이 둘이 아닙니다. 아멘.